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괴짜시인 Nov 06. 2017

camino #fin

fisterra

2017.11.04

피스테라의 0km 표지석 앞에서 대서양 위로 펼쳐지는 석양을 보며 와인 한병을 마시고 싶었다. 그런데 비가 온다. 많이 온다.

산티아고에서의 뭉클한 감격의 여운을 느끼고 싶어서 하루 더 산티아고에서 머무를까 고민했지만 0km 표지석, 와인과 석양의 판타지 때문에 어제 피스테라로 왔다. 하지만 비 때문에 포기해야 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다행히 비는 그쳤고 날이 좋다.

석양과 와인은 포기했지만 일출의 땅끝은 또다른 느낌을 주리라. 아침 일찍 서둘러 등대로 향했다.


옛 유럽 사람들이 땅끝(finish+terra땅)이라 믿었다던 피스테라fisterra(혹은 피니스테레finisterre). 그 곳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보니 산티아고에서의 감격과는 다른 감회가 든다. 이제 정말 끝났구나하는 후련함. 그리고 새로운 시작될 길에 대한 기대감.

카미노에서 내가 무엇을 찾았는지는 지금의 감정들이 가라앉은 후에 더 또렷히 정리되겠지.


잡스 옹의 말이 생각난다.

The journey is the reward.
매거진의 이전글 camino #3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