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에세이가 싫어요

by 유연


처음에 브런치 작가가 됐을 땐 포부가 대단했다.


‘나 이러다가 출판 작가 되는 거 아니야? 아 너무 유명해지면 곤란한데..’

이런저런 망상을 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브런치에 입성한 순간, 내 생각과 달리 수없이 많은 에세이를 보며 살짝 당황했었다.


나는 나의 일상이나 경험에 대한 얘기보다는 인문이나 철학, 사회 현상에 대한 정보성 글을 쓰고 싶었다.

논문이나 논설글에는 나름 자신이 있었지만 소설이나 시, 문학 같은 감성적인 글에는 잼병이었기 때문에.

하지만 대부분의 브런치글은 주로 에세이였고, 독자들도 개개인의 진솔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듯했다.


‘나는 단순한 에세이가 아니라 인문학적인 글을 쓸 거야. 그게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셀링포인트가 되겠지.’


거만한 포부를 가지고 쓴 나의 첫 글은 생각보다 관심을 받지 못했고, 나는 그대로 그 글을 비공개로 전환하고 되지도 않는 에세이 소재를 쥐어짜기 시작했다.


나의 병에 관한 이야기, 결혼에 대한 이야기...


하지만 평소에도 남들에게 내 얘기를 잘하지 않는 내가, 에세이를 쓴다고 다를 건 없었다.

그저 독자들에게 조금 더 관심을 받고 싶은 나머지 하고 싶지 않았던 나의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굉장한 용기가 필요했으며, 매번 글을 쓸 때마다 덮쳐오는 부담감이 나 자신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결국 그토록 글을 쓰고 싶었던 나는 몇 번의 브런치글 발행 이후, 연재를 그만두고 말았다.


'대체 끈기 있게 꾸준히 할 수 있는 게 뭐야? 진짜 한심하다.'

남은 건 스스로에 대한 원망과 자괴감뿐이었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도 핸드폰 바탕화면 한편에 자리 잡은 브런치 어플은 매일 같이 내 시선을 빼앗아갔다.

살면서 끝까지 끈기 있게 무언가를 하지 못했던 나에 대한 미련이 내 안에 있는 저 어딘가 귀퉁이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거창한 글이 아니어도, 주제가 없어도, 그냥 글을 써보자.'


스스로 다시 마음먹고 이렇게 키보드를 두드리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에세이든 논설이든 형식에 너무 얽매이지 않고 그냥 쓰려고 한다. 매일 내가 쓰고 싶은 글, 아무거나.


오늘도 잘살았다는 기념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