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2년 차인 나와 남편은 사랑이 넘치는 잉꼬부부다.
남편은 나를 무한정 사랑해 주고, 나는 그런 남편이 만들어준 그늘 아래서 숨을 쉬며 살아간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다.
바로 한 사람은 무던하고 다른 한 사람은 굉장히 예민하다는 것이다.
당연히 예민한 쪽이 나고, 무던하다 못해 평화주의자에 가까운 쪽이 바로 남편이다.
나의 예민함은 보통 사람의 그것을 뛰어넘는 수준이라 남편은 지금도 꽤나 고생 중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틱장애를 앓고 있으며 불안장애와 여전히 씨름 중이므로 하루에도 감정과 상황이 수백 번씩 오르락내리락,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그에 반해 남편은 나를 만나기 전까지는 세상의 어두운 면보다는 밝고 긍정적인 면을 보고 살아온, 말 그대로 모든 일을 '에이 그럴 수도 있지.'로 퉁치는 생각의 소유자였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연애 때부터 남편이 나같이 어둡고 우울한 사람의 생각을 묻히며 살아갈까 봐 전전긍긍했고, 남편은 그 또한 '그럴 수도 있지.'라고 넘어가주었다.
지금도 우리가 싸우는 일은 사실 나의 예민함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통 사람 같으면 정말 아무렇지 않은 상황인데도 나는 신경이 곤두서서 생각하고 판단하고, 남편은 그런 나의 히스테릭한 행동을 다정하게 붙잡아준다.
사실 나는 남편을 만나기 전까지는 이런 내가 굉장히 똑똑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연애 경험이 꽤 있는 편인데도 매번 연애가 끝날 때마다 그저 내가 우울한 사람이라, 불안한 사람이라 상대방이 나에게 질린 거라고 생각했을 뿐, 나의 똑똑함에 대해서는 한 치의 의심도 없었다. 정말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진짜 현명한 사람은 부정적으로 살지 않는다.
그러므로 유학까지 갔다온 나에 비해 본인은 한참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남편이 사실은 훨씬 똑똑하고 현명한 사람이라는 것을 본인도 알았으면 좋겠다.
부부가 된다는 것은 서로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서서히 닮아가겠다는 약속이다.
그러므로 나의 남편은 나로 인해 점점 세상의 부조리함과 어두운 면을 보게 되는 눈이 생겼고, 나는 오히려 반대로 남편의 사랑 넘치고 배려있는 다정함을 점점 따라 하게 되었다.
나는 그런 남편에게 항상 미안함뿐인데, 웃기게도 남편 또한 그동안 몰라줘서 미안하다고 하니, 이제 별게 다 닮아가나 싶다.
어릴 때는 나이가 서른이 넘으면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 완벽한 어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아마 죽기 전까지 남편의 무던함을 배워가며 끊임없이 나 자신의 예민함을 중화시킬 것이고, 그렇게 우리는 서로가 서로의 영혼을 성장시키는 세상의 하나뿐인 거름이 되기로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