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태어나자마자 시도 때도 없이 토를 했다. 우리 엄마는 타고나길 무덤덤한 성격인데도 이건 좀 심하다 싶었는지 갓난쟁이인 나를 안고 병원에 데려갔지만 아무런 이상 소견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 당시 다른 사람들에게 이 얘길 하면
“에이 애기들은 원래 다 토해요~”
라며 대수롭지 않게 취급했지만, 나는 그냥 아기들이 주르륵 분유를 뱉는 정도가 아니라 마치 성인이 구토를 하듯 뿜어냈다고 했다.
그렇게 이유 모를 구토는 평생 나를 따라다니며 스트레스를 받거나 걱정을 심하게 하는 날에는 무조건 발병했고, 고등학생 때는 공부 스트레스가 너무 심한 나머지 구역감이 멈추질 않아 결국 시험을 치르지 못한 날도 있었다.
평생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이제 속이 울렁거리는 건 나에게 일상 루틴처럼 되어버렸다. 근데 웃긴 건 병원에서 아무리 검사를 받아봐도 몸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것이다.
차라리 이상이 있었으면, 그럼 고칠 수라도 있을 텐데... 생각하길 수십 번. 새로 가게 된 정신과 선생님에게 처음 진료를 받은 날이었다. 선생님은 내 얘기를 듣더니 대뜸 나에게
“어디 아프신 곳은 없나요? 뭐 근육통이라던가.”
라고 물어보시는 게 아닌가.
나는 당연히 근육통도 심하고 자주 토한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선생님께선 그것 또한 우울증이나 불안장애의 일종이라고, 특히 틱이 있을 정도로 예민한 사람은 구토도 자주 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날 이후, 나는 해외 논문까지 뒤져가며 정신과적인 증상이 신체의 미치는 영향을 찾아보았고, 마침내 깨달았다.
아, 나의 예민함이 내 몸까지 아프게 했구나
그 이후 나는 여러 신체적인 병증이 생겨도 병원을 가지 않게 되었다. 이게 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가 아픈 이유의 8할은 내 걱정과 스트레스란 걸 알았으니 굳이 병원을 갈 이유가 없어졌달까.
대체 우리의 몸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길래 정신이 아프면 몸까지 아픈지 참 신기할 다름이다. 그 말은 즉, 정말 사람의 인생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건가.
지금도 종종 구토를 한다. 뭔가 걱정이 있거나 사람 때문에 상처받은 날에는 어김없이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
그뿐만이 아니다. 목과 어깨의 근육통은 내가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통증 같다. 항상 아프기 때문에.
하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이런 내 아픈 삶에도 진통제가 있다는 것.
그 진통제가 취미든, 일이든, 사람이든, 어쨌든 우리는 계속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아픔은 계속되겠지만 그 와중에 진통제를 찾아가는 것. 그게 우리 같은 사람들의 인생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