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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부적응 및 등원 거부에대한 대처

달콤 등하원 프로젝트

by 오뚝


아이가 지금 다니는 어린이 집에 등원 거부가 심해서 다른 어린이 집을 알아보던 때는 발달 기관이나 병원에서 발달 검사를 받기 전이라 이렇다 저렇다 할 결과가 나오지 않았던 때였다.


그때는 시에서 운영하는 기관에 발달 검사를 예약해 두고 순번을 기다리고 있었고, 시내에 소아정신과 전문의가 있는 병원은 최소 1년에서 몇 년까지 기다려야 해서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현재 다니고 있는 어린이 집 담임 선생님께서 아이의 치료를 권유하셨기 때문에 선생님께서도 검사 결과를 궁금해하셨으나 아무런 결과가 나오지 않은 시점이라 딱히 드릴 말씀이 없었다.


그래서 우리 아이에 대해 이해나 양해를 구하기가 애매한 상황이라 답답하기도 했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어린이 집에서 아이가 받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시켜 주면 좋을지에 대해 고민해야 했다.


나는 엄마니까 내 자식을 위해 그게 무엇이되었든 천 번이고 만 번이고 기꺼이 하겠지만 만약 우리 아이가 발달에 장애가 있는 것이라면 일반 어린이집 선생님이 장애 아동까지 돌보아야 할 책임이나 의무는 사실 없기에 선생님께 말 한마디 건네는 것이 망설여지고 조심스러웠다.


그러면서도 아이가 어린이집 생활을 힘들어하니 편의를 좀 봐주십사 하는 문자를 보낼까 말까 고민하며 하루에도 여러 번 문자를 썼다 지우기를 반복했고, 등하원길에 선생님 얼굴을 뵐 때면 선생님 손을 붙잡고 우리 아이 좀 잘 부탁드린다는 말을 하고픈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피어오른 연기를 애써 공중에 흩트려 트려야 만 했다.


부탁을 하더라도 지금은 적절한 때가 아니라고 생각해서였다.


그래서 이는 잠시 미뤄두고 아이와 함께 어린이 집 스트레스 해소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첫 번 째 ㅣ 아이 머릿속에 한 달 계획표 만들어주기


그동안 나는 어린이집 일정표라는 것이 아이보다는 엄마를 위한 것이라 여겨 그냥 나 혼자 페이지를 넘겨보면서 이번 주에는 어린이 집에서 어떤 것들을 배울지 한번 쓱 훑어본 그날그날 필요한 준비물만 잘 챙겨주면 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안 그래도 어린이 집에 가기가 싫은데 뭐 하는지도 모른 채 가서 시간마다 해야 하는 놀이가 계속해서 바뀌면 우리 아이 성향상 굉장한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 주 일정을 미리미리 그리고 매일매일 아이에게 상기시켜 주었다.


그리고 아이가 글을 읽을 줄 아니 어린이 집 일정표를 집안 잘 보이는 곳에 붙여두고 오며 가며 읽어 볼 수 있도록 하였다.


우리 어른들도 그렇지 않은가.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지만 미리 알고 하는 것과 아무런 마음의 준비 없이 닥쳐오는 대로 일을 계속해서 처리해야 할 때 당혹스럽고, 혼란스럽지 않던가.


더군다나 자폐 아동들은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대해 일반 아동들에 비해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훨씬 더 많이 받기 때문에 미리 예고나 예견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책의 한 구절이 떠올라 아이에게 어린이 집 일정을 예고해 주고, 그 달의 주말과 공휴일 스케줄을 함께 계획하였다.


"오늘은 어린이 집에서 ㄱㄱ 요리를 하고, 내일은 ㄴㄴ에 견학을 가고, 모레는 ㄷㄷ 체험을 한다네? / ㄱㄱ 요리 잘 배워와서 엄마, 아빠한테도 만들어줄 수 있어? 무슨 맛인지 궁금하다. 엄마 아빠도 먹어보고 싶어. / ㄴㄴ에 갈 때 무슨 차를 타고 갈까? 어린이 집 차? 아니면 큰 버스? 아들이 버스를 좋아하니까 버스로 가면 더 신나겠다. 그날 어떤 차를 타고 가게 될지 엄마도 벌써부터 궁금해. / ㄷㄷ 체험할 때는 이 준비물들을 가지고 오라고 적혀있네. 우리 인터넷 쇼핑몰에 들어가서 같이 골라 볼까? 이거랑 저거랑 둘 중에서 어떤 게 마음에 들어?/ 우와~ 그러고 나면 벌써 주말이네. 우리 첫 번째 주말에는 어디 갈까? 두 번째 주말에는 여기 어때?/ 달력 한번 봐봐. 이번 달은 0일이 공휴일이라서 어린이 집에 0일 동안 가지 않는데 그날은 뭐 하고 놀까?"등등


워의 대화들이 어린이 집 생활 자체를 편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니었으나 아이의 마음속에 어린 나에게도 어른들처럼 일정이라는 것이 있음을 알려줌으로써 그것이 다음날 그다음 날에도 어린이 집을 가야 하는 아주 작은 이유라도 될 수 있기를 바랐다.


직장인들이 퇴근 시간과 주말이 기다려지는 거처럼 아이도 하원시간과 주말을 기다리면서 평일 생활을 좀 더 잘 견뎌내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 또한 있었다. 그래서일까.

어린이 집에 가고 싶지 않다며 부리는 짜증과 떼와 울음이 아주 조금씩 조금씩 잦아들었다.


번째 ㅣ 하원 시간 조정하기


어린이 집에 가는 자체를 힘들어하다 보니 물리적인 시간을 조금 단축해 주면 아이가 좀 더 편안하게 느낄 것이라는 장애통합 어린이집 원장님의 조언대로 일주일에 며칠은 1시간 ~ 1시간 30분 정도 일찍 하원시켰다.


"오늘은 아들이 반에서 1등으로 집에 가는 날! 엄마가 ㄱ요일이랑, 요일에는 1등으로 데리러 갈 게! 약속!"


이런 식으로 이틀 정도는 좀 일찍 데리러 가니 아이가 매우 기뻐하고 좋아했다.


내 두 손을 잡고 토끼처럼 깡충깡충 뛰어오르며 집으로 가는 아이의 발걸음에서 그동안 집에 빨리 가고 싶었던 아이의 마음이 느껴졌다.

그런데 엄마인 나는 힘들었다.


아이를 어린이 집에 보내놓고 집안일 좀 하고 점심 먹고 돌아서면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하는 시간이 되어서 아이의 하루가 짧아지는 만큼 나의 하루는 길게 느껴졌다.


아이 하원 시간이 한 시간 이상 앞당겨진다는 것은 체감상으로는 몇 시간 앞당겨지는 기분이었다.


문득 예전에 회사 생활 할 때가 생각났다.

한두 시간 일찍 퇴근하는 날과 늦게 퇴근하는 날의 차이가 왜 이리 크게만 느껴지던지.


세 번째 군것질하면서 수다 떨며 집에 가기


어린이집과 집이 가까워서 도보로 등하원을 시켰는데 하원 시간이 되면 군것질 가방을 챙겨 나갔다.

길에서 먹어야 하니까 작은 사이즈의 사탕, 젤리, 초콜릿 등을 준비해 가서 하원 즉시 달콤함이라는 보상을 주었더니 원래는 하원하고 집에 와서 짜증을 많이 냈었는데 웃으면서 집에 들어오고 집에 들어와서도 짜증을 내는 횟수와 빈도가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동안은 아이에게 길거리에서는 군것질을 허용하지 않았었다. 음식은 으레 식당 안이나 집에 들어가서 먹어야 한다는 나 스스로의 고정관념과 선입견 때문이었다.


이를 내려놓고 군것질을 하면서 스몰 토크(주로 아이의 제한된 관심사인 버스 이야기)를 나누며 장난도 쳐가면서 하원을 하니 짜증보다는 미소를 울음소리보다는 웃음소리가 길가에 울려 퍼졌다.


대신 충치가 신경이 쓰여 양치 마무리를 해줄 때 좀 더 신경 써서 꼼꼼히 해주었다.


번째 ㅣ 우리만의 만나고 헤어지는 인사 나누기


어린이 집에 들어가기 전에는 헤어지기 너무 아쉽다는 말과 함께 아쉬운 만큼 서로를 꼭 안아주기로 하고, 하원하고 나서는 보고 싶었다고 말하고 보고 싶었던 만큼 서로를 꼭 안아주자는 우리만의 인사를 만들었다.


내가 그렇게 말하면서 꼭 안아주니까 아이는 숨을 못 쉬겠다고 하면서도 웃으며 좋아했다.

나중에 내가 인사를 까먹기라도 하면 "엄마, 인사, 인사!" 하면서 먼저 제안하는 날도 생겼다.


서로의 마음을 말로 그리고 스킨십으로 두 번 전달하는 것의 중요성을 느꼈고, 이는 어린이 집에 들어갈 때의 불안과 하원 후의 긴장감을 해소시켜 주는데 효과가 있었다.


다섯 번째 등원 전과 자기 전 침대에서 스킨십과 대화 나누기


사실 이것이 가장 실천하기가 힘들었는데, 아침에 30분에서 길게는 1시간 정도 침대에 누워서 친밀한 스킨십을 하면서 아이의 얘기도 들어주고,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자 노력을 많이 했다.


아침시간은 바쁘다 보니 아침밥을 먹여서 어린이집에 보내기에도 빠듯하였으나 등원 전에 그런 시간을 가지니 등원할 때 아이가 안정된 모습을 보여서 힘든 만큼 효과는 있었다.


그러기 위해선 아침에 좀 더 일찍 일어나야 했는데 개인적으로 아침에 알람 소리가 울리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나의 목소리만으로 아이를 깨워보려고 했으나 듣고 다시 잠들어버리는 때가 많아서 어쩔 수 없이 휴대폰 기상 알람을 맞춰놓았다.


내가 아침 알람 소리를 싫어하는 이유는 알람 소리에 억지로 눈을 뜨고 힘들게 몸을 일으키는 일상의 노예가 된 기분이 들어서 알람이 울리기 전에 몸을 일으키는 편이었다.


그렇게 하면 일어나는 시간 자체는 별차이가 없으나 기분은 달랐다. 알람 소리가 울리기 전에 자리에서 일어나면 자발적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기분이랄까?


아무튼 아이에게 아침 알람소리가 좀 더 좋게 들릴 수는 없을까 고민하다가 알람음 읽어주기 기능을 적용하기로 했다.


우리 아이는 평소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안내방송(버스, 지하철 등) 소리를 따라 말하는 것을 좋아했던 터라 휴대폰이 읽어주는 알람음 소리에 거부감이 별로 없을 거 같아서 알람 제목을 '아들아 겟업 우리 사랑둥이'로 입력한 뒤 알람음은 아이가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리고 알람 읽어주기 기능을 추가했다.


그렇게 해놓으니 아이가 선택한 음악이 잠깐 흘러나오다가 멈추고 "아들아 겟업 우리 사랑둥이 오전 7시 알람입니다. "라고 휴대폰이 읽어준 뒤 이어서 음악이 다시 흘러나왔다. 아이는 그 소리에 눈을 번쩍 떠서 스스로 알람을 끄고 일어났다.


어떤 날은 아직 피곤해서 눈을 반쯤만 뜬 채로 나에게 스킨십을 하며, 이야기를 할 때도 있었는데 눈은 게슴츠레 뜨고 입가엔 미소가 어려있었다.


그것과 더불어 특히 잠드는 시간만큼은 몸도 마음도 편하길 바라서 꼭 끌어안고 뽀뽀도 많이 해주고, 많이 쓰다듬어주고, 마사지도 해주고, 자장가도 불러주고, 동화책도 읽어주고, 나의 어릴 적 이야기도 들려주고, 특히 엄마 아빠한테 네가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존재인지에 대해 말해주고 또 말해주었다.


피곤하거나 아파서 그런 과정들을 생략하고 그냥 빨리 자고 싶고, 그저 쉬고 싶은 날도 물론 있었으나 최대한 하고자 노력했다.


그런 말들을 아이에게 계속 들려주자 역으로 나에게 이런 질문이 돌아왔다.


"그런데 제가 갑자기 없어지면요? 사라지면요? 누가 날 데려가면요?"


"그러면 엄마아빠는 엄청 슬퍼서 엉엉 울 거야."


이 대목부터 아이는 좋아하며 웃기 시작했다.


"너는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너무 소중하고 귀한 아들이라서 엄마아빠는 이 지구랑 우주를 다 뒤져서라도 꼭 찾아낼 테니까 걱정하지 마."라고 대답하니 아들은 자신의 존재 가치에 대해 뿌듯함을 느끼며, 수줍은듯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는 도중에 시에서 운영하는 발달 센터에서 연락이 와서 아이와 함께 발달 검사를 받으러 갔고, 2주가 지나 드디어 결과가 나왔다는 연락이 왔다!


다음 이야기(발달센터 결과와 유치원 특교자 면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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