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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거스트 Jun 01. 2021

곡 만드는 법

요즘 온라인으로 돈을 벌기 위해 이것저것 생각하다가 강좌를 만들어 팔자 해서 이것저것 구상을 하는 중이다. 말이 좋아 구상이지, 생각만 하고 계속 미루고 있다. 원래 큐베이스 기초 강의, 믹싱 기초 강의 이런 걸 생각했는데, 곡을 만드는 사람들한테 근본적으로 필요한 게 뭘까 생각하다 보니 결국 '곡 만드는 법'이 아닐까 해서 이걸 먼저 하기로 했다. 이걸 하는 이유는 일단, 진짜 도움 되는 것을 만들고 싶었다. 내가 몇 년간 슬럼프에 빠진 이유를 생각해 보면 전만큼 제대로 된 무언가를 만들지 않고 요행만 바라는 사람으로 변해서 이 모양 이 꼴이 된 것 같다. 전엔 그래도 나름 괜찮은 강좌들을 만들고, 그 증거로 사람들이 나에게 찾아왔던 것 같은데, 요즘 내가 만드는 건 정말 좀 아니다. 그래서 다시 정신도 좀 차릴 겸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것이다. 또 한편으론, 곡 만드는 법을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의미도 있지만 반대로 나 개인의 곡 만드는 법을 체계화하고 싶었다. 내 머릿속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다. 실제로 나도 수업을 하다 보면 '내가 이런 것까지 알고 있네'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뻑이 아니고 나도 내가 가끔 놀라울 때가 있었다. 내가 천재라서 그런 게 아니고 그만큼 연습을 미친 듯이 많이 해서 그럴 것이다. 이런 내 머릿속에 들어있는 음악적인 지식을 글로 한 번 정리를 하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또 다른 이유는 요즘 세계관이 유행인데 앞으로 나올 나의 콘텐츠를 확장하기 위해서라도 이걸 먼저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10년 마블 초석에 아이언맨 1편이 있었던 것처럼. 이게 가장 기초가 돼야 사람들이 내 강좌를 볼 때 '아! 이래서 이 사람이 이걸 하는구나' 하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이 방법론을 체계화하고 이걸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실제 적용해서 사람들이 곡을 만들 수 있는 사례를 만들고 그런 커뮤니티를 만들어서 많은 사람들과 즐겁게 음악을 만들고 음원도 발매하며 살고 싶다. 이 생각이 정말 실현이 될지는 내 노력에 달렸지만 어쨌든 이런 생각으로 이 일을 시작하는 것이다.

물론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전부 내 방법대로 해서 곡을 만들 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다만, 근 20년 동안 비트를 만들면서 곡을 들으면 머릿속에 그려지는 지도, 설계도 같은 게 있는데 그게 어떤 하나의 기준을 바탕으로 머릿속에서 그려진다. 핵심만 말하자면 '음악의 3요소'다. 음악을 조금이라도 배운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말이다. 나도 이 개념을 이해하는 데 10년이 걸렸다. 오버 아니고 정말 10년이다. 난 오래 걸렸지만 나보다 훨씬 똑똑한 여러분은 더 빨리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보통의 음악들은 저 틀을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 특히 힙합, 팝 같은 대중음악 곡들의 90% 이상은 '음악의 3요소'를 가장 기본으로 스타일마다 가지치기가 되면서 다양한 스타일이 나오고, 이걸 이해하면 편곡과 리믹스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된다. 말만 들으면 무슨 치트키 같은데, 맞다. 이걸 제대로 이해하고 응용하고 무한 반복의 연습만 한다면 분명 웬만한 사람들보다 곡을 더 잘 분석하고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개인적인 계획은 일단 기본적인 개념들을 정리하고 후에 실전 연습으로 곡들을 분석하고(쉬운 거 위주), 그걸 바탕으로 실전에 써먹을 수 있게 글을 쓸 예정이다.

다년간 레슨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봤는데, 결국 그들의 문제는 곡 만드는 방법 자체를 잘 모른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선생님한테 배운 걸 잘 따라 하기만 하고, 어떤 사람은 카피만 좀 하지 정작 자신의 곡은 못 만들고, 또 어떤 사람은 얼추 비슷하게 따라는 하지만 뭔가 자신만의 느낌이 늘 2% 부족하고. 뭐 이런 식이다. 사실 곡 만드는 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나 또한 곡을 만들 때마다 다르다. 근데 정확히 말하면 곡을 만드는 순서가 다른 것이지, 곡을 완성하고 분석해보면 그 뼈대는 웬만한 곡들이 거의 비슷하다. 그 뼈대가 바로 아까 얘기한 '음악의 3요소'다. 음악의 3요소는 리듬, 멜로디, 하모니다. 음악은 기본적으로 이 3요소로 이루어져 있고 이것이 곡마다 엄청나게 다양한 패턴으로 만들어져 있다. 그럼 모든 곡엔 반드시 이 3요소가 있나. 꼭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근데 전체적으로 보면 결국 3요소가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가령, 어떤 곡은 드럼과 808 베이스로만 이루어져 있다. 그럼 그 곡은 멜로디가 없는 거 아니냐 할 수 있겠지만 관점에 따라 차이는 있는데, 808 베이스 라인을 멜로디로 볼 수도 있고, 좀 더 크게는 래퍼의 목소리가 멜로디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도 있다. 대략 이런 방식으로 곡을 분석하고 유형을 파악해서 곡을 응용하여 만드는 것이다. 단적인 예시였는데, 반복해서 말하지만 이렇듯 3요소는 각 곡마다 무수히 다양한 패턴으로 만들어질 수 있고, 그 유형도 엄청나게 많다. 그래서 곡을 분석할 땐 일단 3요소 기준으로 곡을 바라보고 머릿속으로 로드맵을 그린 후 거기서 어떤 부분을 차용하고 변화를 줄지 짱구를 굴려서 곡을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기본 틀이 있기 때문에 백지에서 시작하는 것보다 곡을 만드는 게 훨씬 수월해진다. 그래서 이 같은 방법으로 곡을 많이 분석하고 유형을 파악하면 곡을 보는 시야가 넓어진다. 나도 예전에 곡 카피를 많이 해봤지만 수십, 수백 곡을 카피하다 보면 그 패턴이 어느 정도 보인다. (물론 힙합, 알앤비, 팝 장르 한해서) 그래서 기본 개념을 익힌 후 실전 예제들을 많이 분석(카피) 하면 실전 감을 익힐 수 있다. 학원에서 배우는 수능 공부법 같은 것으로는 그 많은 곡 유형들을 전부 커버 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물고기 낚는 법을 먼저 배우고 그것으로 곡 분석을 무한 반복만 한다면 곡 만드는 틀을 잡을 수 있다. 개인적인 생각에 프로들은 이 같은 개념이 머릿속에 박혀있고 무한 반복의 연습이 밑바탕이 되어 곡을 자유자재로 쓰는 것 같다. 과정이 좀 힘들 순 있지만 이 방법으로 꼭 누구나 원하는 곡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계속 희망만 준 것 같은데 노파심에 얘기하지만 이 글을 읽고 '그럼 나도 이 방법만 배우면 멜론에 나오는 곡을 만들 수 있겠구나' 할 텐데, 그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분명히 밝혀 두지만 내가 쓰는 글들은 곡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는 참고용이지, 이것만 알면 곡을 마법처럼 만들 수 있는 치트키는 아니다. 이 글의 목적은 곡을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방향성을 알려주는 용으로 만든 가이드지, 이상한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혹시나 그런 생각을 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바로 이 글 읽는 걸 멈추고 그냥 본인 하던 걸 하시면 된다. 이 내용들을 배우고 자유자재로 곡을 쓰려면 반드시 미친듯한 연습이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게 없다면 이 내용도 결국 무용지물이 된다. 이 글은 기존에 없던 관점과 방식을 제시할 목적으로 쓰는 거지, 음악의 정답을 제시하거나 뜬구름 잡는 말로 사람들을 현혹하려고 쓰는 글이 아니다.

앞으로의 내용을 간략히 정리를 하면

1. 곡 만드는 순서

- 콘셉트 - 레퍼런스 - 분석(카피) - 응용 - 완성

2. 콘셉트 정하는 법

3. 레퍼런스 잡는 법

4. 분석하는 법

5. 응용하는 법

6. 완성하는 법 

뭐 대략 이렇게 되지 않을까. 글로만 적으니 되게 별거 없어 보이는데 각 파트별 내용을 세분화하고 자세히 적으면 내용이 나름 꽤 나올 것이다. 물론 내가 열심히 해야겠지만. 사실 곡 만드는 게 저게 전부다. 저걸 이해하는데 일단 겁나 빡세고, 더 빡센 건 저게 내 손에 익을 때까지 무한 반복하는 게 사람 미치게 한다. 특히 분석을 시작할 때 베이스를 청음 해서 따야 되는데 거기서부터 막혀서 그만둔 사람들 여럿 봤다. 참고로 곡을 만들 때 청음은 가장 기본이 되는 능력이니 반드시 익혀야 한다. 청음이 되지 않고는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없다. 내가 생각하는 청음은 음정 파악 및 사운드 질감을 인지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이건 나중에 자세히 다루겠다. 대략 순서만 보면 믹싱이니, 마스터링이니 하는 건 아예 있지도 않다. 그럼 믹싱, 마스터링, 편곡 등의 음악적 지식은 안 중요하냐, 그것이 아니옵고, 전체적인 맥락을 먼저 파악한 후 구체적인 스킬들을 써야 좀 더 효과적이다란 말이다. 즉, 일단 숲을 먼저 보고 내가 지금 어디쯤 와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파악한 다음 편곡, 믹싱, 마스터링 등의 기술을 써먹어야 자신이 지금  무슨 공부를 하고 있고, 왜 하는지 더 잘 알 수 있다는 말이다. 선생님이 무조건 공식을 외우라고 가르치기보단 현재 우리는 전체 목차 중 몇 단원에 와있고, 이 단원은 앞과 뒤에 어떤 식으로 연결이 되니 지금 배우는 이 내용을 이렇게 이해해야 다음 단원을 배울 때 더 효과적이다라는 것과 같다. 포인트는 유기성이고 이걸 '왜'하는지에 포커스를 맞춰서 설명을 할 것이다. 그럼 이 글에선 이런 음악적인 기술들을 다루지 않을 것인가. NO. 완전 다룰 것이다. 어차피 우리가 맨날 해야 하는 건 사운드와 멱살 잡고 싸우는 일이다. 가령, 카피를 할 때 어떻게 EQ를 어떻게 만져야 원곡과 비슷해지는지 설명을 하려면 당연히 EQ 설명을 안 할 수 없다. 단지 '왜'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출 것이다란 얘기다. 그리고 이건 실전 개념이기 때문에 후에 기초 편을 따로 만들 생각이다. 기초 편에선 EQ가 무엇이고, 종류는 뭐고 이런 걸 다룰 예정이다. 기존 공부법과 차이가 있다면 '기초-실전'을 배우는 게 아니고 '실전-기초'를 배우는 게 좀 다르다. 이건 공부 방법의 차이일 수 있는데, 난 무엇을 공부하든 기초부터 공부하지 않는다. 그냥 일단 만들고 싶은 걸 먼저 찾고 그걸 하기 위해서 '내가 뭘 해야 하지?' 늘 이런 식으로 배워왔다. 이렇게 퍼즐 맞추듯이 공부를 하면 초반엔 구멍이 많지만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그림의 틀이 보이고, 현재 내가 이걸 왜 하는지를 알고 하기 때문에 쉽게 질리지도 않는다. 포인트는 명확한 목적성을 갖고 음악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어쨌든 난 이런 식으로 글을 쓸 건데, 나와 맞지 않다면 그냥 자신이 보고 싶은 대로 봐도 무방하다. 자기 편한 대로 하는 게 최고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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