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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거스트 Jun 05. 2021

곡 만드는 순서 - 레퍼런스 잡는 법

레퍼런스는 어떻게 잡는가. 내가 여기서 말하는 레퍼런스는 단순 유사 곡보다 테마별로 관련 있는 곡들을 찾는 것을 말한다. 앞에 글을 읽었다면 콘셉트를 잡을 때도 여러 곡들을 듣는데, 이 파트에선 단순히 비슷한 스타일을 찾는 것보다 보다 좀 더 음악적으로 구체적인 연관성 있는 자료들을 레퍼런스라 하겠다. 반드시 콘셉트가 명확히 잡힌 후 레퍼런스를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목표가 명확지 않기 때문에 레퍼런스 찾는 게 더 힘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레퍼런스 하면 만들려는 곡과 유사한 몇 개 곡만을 찾는데, 그렇게 할 경우 곡을 못 만들거나 그 레퍼런스 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 물론 작업에 따라 래퍼가 정말 레퍼런스와 유사한 걸 원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 그냥 원하는 대로 레퍼런스와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어주면 된다. 내가 지금 이야기하는 건 레퍼런스와 유사한 곡을 만드는 법이 아닌 말 그대로 '참고' 해서 어떡하면 더 나은 곡을 만들 수 있는가 하는 관점에서 말하는 것이다. 일단 콘셉트가 잡혔단 전제하에 이야기를 하면, 다음으로 곡을 만들 때 필요한 코드, 드럼, 믹싱, 샘플, 곡 등의 레퍼런스를 더 찾아야 한다.

제이 콜의 'Middle Child'란 곡을 예로 들겠다. 이 곡은 뮤직비디오가 유튜브에서 1억 조회 수가 넘었다. 이건 어느 정도 검증이 됐다는 뜻이기에 이 곡으로 정했다. 안 들어보신 분은 일단 먼저 곡을 듣고 다시 글을 읽기 바란다. 곡을 들어보면 알겠지만 일단 가장 먼저 들리는 건 브라스다. 메인 브라스 소리가 코드로 나오고 그 뒤에 808드럼과 베이스가 곡을 채운다. 그리고 곡을 계속 듣다 보면 메인 악기 뒷부분에 다른 악기가 서서히 채워지면서 곡을 디벨롭 하고 있다. 구체적인 건 곡을 더 분석해봐야 알겠지만 대략적으로 들었을 때 이 정도다. 그럼 여기서 저런 브라스를 만들기 위해서 어떤 걸 참고해야 하는가. 일단 이 곡은 감사하게도 Genius 유튜브 채널에 Deconstructed라는 콘텐츠에 프로듀서가 직접 자신의 소스를 공개하는 영상이 있다. 그 영상을 보면 브라스 샘플은 옛날 솔 곡의 멀티트랙 중 브라스 구간을 잘라서 만든 샘플이다. 만약 내가 이런 곡을 만든다면 방법은 2가지다. 나도 Middle Child처럼 저런 브라스 샘플을 찾거나 아니면 저 느낌을 낼 수 있는 가상악기 혹은 판매되고 있는 샘플을 전부 뒤진 후 믹싱 법을 찾아서 직접 만들 것이다. 만약 원곡처럼 직접 브라스 샘플을 찾으려면 Middle Child의 원곡을 먼저 들어보고 그 원곡 가수의 다른 곡들을 찾아볼 것이다. 이유인즉, 원곡 가수들은 거의 비슷한 음악을 하기 때문에 다른 곡들을 찾아보면 유사한 샘플을 찾을 수도 있다. 물론 아닐 수도 있기 때문에 원곡과 유사한 다른 아티스트의 곡들도 찾아봐야 한다. 그래서 일단 원곡자인 '퍼스트 초이스'의 다른 곡들을 들어보면서 비슷한 느낌의 브라스 샘플을 찾아봐야 한다. Deconstructed 영상을 보면 원곡의 멀티 트랙을 프로듀서가 직접 구해서 작업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걸 힌트 삼아 다른 멀티 트랙들을 찾아보면서 괜찮은 브라스를 찾는 것도 방법이다. 또 다른 팁은 퍼스트 초이스 같은 솔 음악을 하는 가수 중 델포닉스, 드라마틱스 같은 흑인 그룹들의 곡을 찾으면 유사 곡을 찾을 수 있다. 원곡에 대한 정보는 Whosampled라는 사이트가 있는데, 거기 가면 웬만한 힙합 곡들의 원곡을 알 수 있다. 만약 샘플링을 즐겨 한다면 반드시 즐겨찾기 해두길 바란다.

만약 직접 찍는다면 2가지 문제가 있다. 일단 비슷한 느낌의 브라스 악기를 찾아야 하고, 그걸 더욱 맛깔나게 하는 믹싱 법 또한 찾아야 한다. 이유인즉, Middle Child는 빈티지한 브라스 소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요즘 나오는 가상악기로는 그 느낌을 내기가 쉽지 않다. 물론 가상악기 내 소리 자체가 빈티지함을 가지고 있다면 그걸 써도 좋다. 하지만 어쨌거나 믹싱은 반드시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믹싱 정보를 찾아야 하는데, 이때 어떤 플러그인으로 어떤 믹싱을 해야 하는지도 함께 자료를 찾아야 한다. 비트 좀 찍어본 분이라면 RC-20이라는 빈티지 플러그인을 알 텐데, 그럼 '그거 쓰면 되겠네' 하면 비트는 폭망이다. 물론 RC-20도 충분히 좋은 플러그인이지만, 빈티지 느낌도 얼마나 어떻게 자세하게 내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천지 차이다. RC-20의 프리셋 하나 걸고 얼추 빈티지해졌다고 좋아하면 그 사람은 실력이 제자리일 수 있다. 공부는 항상 딥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남과 다른 실력을 가질 수 있다. 남들이 보는 만큼 보면서 남들과 다른 결과를 원하면 본인만 힘들어진다. 다음으로, 저런 느낌이 어떻게 나는지 알려면 메인 브라스의 화성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브라스의 스케일, 코드, 보이싱을 분석해 어떤 화성적 특징이 있는지 알아내야 저 느낌을 낼 수 있다. 위에서 잠깐 말한, Deconstructed 영상을 보면 브라스 화성에 맞는 악기를 추가로 찍어서 곡 뒷부분에 어레인지 되어 있다. 이 말인즉, 프로듀서가 브라스 화성을 파악해 추가 멜로디를 넣었다는 말이다. 이처럼 만약 샘플을 쓰는 경우엔 반드시 샘플의 정확한 화성을 분석해야 알맞은 추가 멜로디를 넣을 수 있다. 구체적인 분석 방법은 분석 편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같은 빈티지한 브라스라도 다른 화성을 쓰면 곡 분위기가 또 다르다. 한 예로, Middle Child와 유사한 콘셉트의 곡이 있다. 하나는 영떡의 Hot이고, 다른 하나는 드레이크의 Laugh Now Cry Later라는 곡이다. 2곡 전부 브라스를 메인으로 하면서 각기 다른 스타일을 보이고 있다. 크게 본다면 3곡 전부 '빈티지 브라스 + 808베이스, 드럼'이다. 영떡의 곡은 제이 콜과 느낌이 좀 유사하고, 드레이크는 형식은 비슷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좀 다르다. 드레이크 곡의 경우 빈티지함이 제이 콜, 영떡의 곡보다 더 진하다. 이건 믹스를 의도적으로 했단 뜻이다. 음악을 리스너로서 들을 땐 이 같은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데,  목적을 가지고 각 곡들의 소스를 비교해서 들으면 빈티지한 사운드라도 누가 더 많이 했고, 덜 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이처럼 유형이 비슷한 곡들을 추려서 함께 레퍼런스로 잡고 연구하면 곡을 만들 때 굉장히 유리하다. 이런 식으로 곡을 바라보고 레퍼런스를 찾으면 자연스레 지식도 누적된다. 매 작업 때마다 복불복으로 작업하기 때문에 작업의 기복이 큰 게 일반적인데 그렇게 작업하면 밑빠진 독에 물 붓기라 본인에게 득이 되는 게 없다.

드럼을 쪽을 보면 흔한 808베이스와 드럼을 쓴 것 같지만 막상 내가 찍으면 저런 느낌이 나지 않을 것이다. 이유인즉, 흔한 소스로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얼핏 들으면 808 소스들은 전부 비슷한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특히 제이 콜 드럼의 경우 모든 곡이 그런 건 아니지만 다른 곡들보다 좀 더 빈티지한 질감을 가지고 있다. Middle Child 곡이 수록된 앨범을 들어보면 각 곡마다 드럼의 질감은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빈티지한 바이브가 깔려있다. 여기서 좀 더 디테일한 정보를 알고 싶다면 앨범 크레디트에서 프로듀서와 엔지니어, 나아가서 곡이 녹음된 녹음실 정보까지 찾으면 더 많은 걸 알 수 있다. '갑자기 웬 녹음실?' 할 텐데, 녹음실에서 어떤 장비와 플러그인으로 곡을 만들었는지 알면 곡을 만드는 데 더 도움이 된다. 같은 드럼이라도 다른 장비를 통과해 나온 소리들은 그 결괏값이 다르다. 그래서 많은 아티스트들이 굳이 비싼 돈 주고 좋은 장비로 음악을 만드는 것이다. 플러그인 또한 어떤 제품을 썼느냐는 물론 플러그인을 어떤 순서로 걸었는지까지 알면 작업에 더 많은 도움이 된다. 같은 808이어도 EQ와 컴프레서의 순서만으로 다른 질감을 내기 때문이다. 예전에 믹싱 정보를 찾을 때 켄드릭 라마의 곡을 믹스한 엔지니어의 프로젝트 파일을 본 적이 있다. 그 자료를 보면서 어떤 순서로 플러그인을 걸고, 왜 이렇게 줬는지 글을 읽으며 공부했던 적이 있다. 이건 정말 딥한 정보라 서치를 엔간히 해선 알 수 없다. 구글링을 집요하게 하면서 정보를 찾아야 한다.

이번엔 분석이 어느정도 돼야 알 수 있는 얘기들을 많이 했는데 사실 레퍼런스를 잡는 것과 분석을 하는 것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사람마다 작업 순서는 다를 순 있지만 내 경우 분석을 하면서 필요한 내용을 메모해가며 관련 레퍼런스를 찾고, 분석하고 응용하는 식으로 한다. 어쨌든 레퍼런스를 찾을 땐 반드시 구체적인 사안을 두고 관련 내용을 찾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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