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대학생이 던진 '띵' 질문에 삶을 돌아보다
누군가에게 질문을 받고 머리에 종이 울린 것처럼 '띵~'했던 기억이 있으신가요? 질문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까지 생각을 닿게 해주는 힘이 있잖아요.
재직 중인 회사에서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경영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이틀짜리 캠프를 진행합니다. 대학생 분들과 보내는 시간 중 제가 가장 기다리는 프로그램은 바로 멘토와의 대화인데요. (담임 선생님과 같은 의미로 강사를 멘토라 칭해요.)
이 시간에는 학생들이 미리 남겨준 질문과 즉흥 질문에 답하는 시간을 가져요. 대화의 주제는 제한이 없지만 취업을 준비하는 3~4학년생들이 많아 보통 진로, 면접, 자소서와 관련된 질문이 가장 많이 나옵니다.
오늘 소개드릴 세 가지 질문은 그런 질문들 속에서 유독 반짝반짝 빛나던 질문이라 공유드려봅니다. 이 질문을 받고, 멘토로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대답을 해주고 싶다는 사명감이 불타올랐어요.
대화가 끝나고 친구들에게 좋은 질문을 해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질문을 통해 오히려 제가 배웠다고요.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아래 질문을 통해 각자의 삶을 되돌아보셨으면 해서 소개드려요. :D
1. 요즘 행복한 삶에 대한 생각이 많은데, 멘토님이 생각하는 행복한 삶은 무엇이고, 또 그를 위해 어떻게 노력하시는지
2. 삶을 살아가며 여러 선택지 중에서 하나의 선택을 내려야 하는 고민이 될 때 혹시 멘토님은 결정하시는 기준이 있으신가요?
3. 가장 보람을 느끼시는 순간과 힘든 순간에 대하여 말해주세요.
취업과 진로 고민으로 정신없이 시간을 보낼 시기라 이런 유형의 질문이 나오리라곤 전혀 예상치 못했습니다. 질문을 읽고 있는 여러분은 나름의 답변이 떠오르셨나요?
저도 사실 하루 전에 질문을 받고 오래도록 이 질문들에 머물렀습니다. 제 답변을 기억하고, 훗날 다시금 이를 떠올려보고자 여기에 정리해둡니다.
하나. 요즘 행복한 삶에 대한 생각이 많은데, 멘토님이 생각하시는 행복한 삶은 무엇이고, 또 그를 위해 어떻게 노력하시는지
지금 현재에 감사할 때 삶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진다고 생각해요. 돌이켜보면 인생은 항상 내 뜻대로 흘러가지만은 않았고, 힘들기도 했어요. 여러분들도 지금 취업 때문에 고민이 많을 것이고, 스펙은 어떻게 쌓아야 하는지 영어 점수는 언제 취득할지 고민이 많을 거예요.
여행을 다녀와도 쉽사리 회사생활에 대한 스트레스나 피로가 회복되지 않는 시절이 있었어요. 그때
여행이라는 말을 달리 해석한 것을 보고 몇 초간 띵했던 기억이 있어요. 사실 행복을 위해 여행을 다녀왔는데 오히려 힘들거나 피로가 완전히 풀리지 않은 기분을 느낀 적이 많았거든요. 제가 본 문구는 이거였어요.
에메랄드빛 바다를 보고와도, 휘황찬란한 홍콩의 밤거리를 설레는 기분으로 걷고 왔더라도 결국 진짜 행복하려면 여기서부터 행복해야 한다는 거죠. 현재에 감사하는 삶을 살기 위해, 시간이 지난 후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 매 순간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해요.
오랜 연애 끝에 아내와 결혼했지만 신혼 초에는 참 많이 싸웠어요. (오래 연애하면 안 싸운다더니..?) 그때 저는 출근하면서 매일 아내에게 감사한 세 가지를 떠올려봤답니다. 놀랍게도 아내에게 감사한 일들을 떠올린 뒤로 작은 불평들은 눈 녹듯이 사라졌어요.
스스로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하고, 좋은 것들을 더 많이 보려고 시도해보시면 조금 더 행복한 삶에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요?
둘. 삶을 살아가며 여러 선택지 중에서 하나의 선택을 내려야 하는 고민이 될 때 혹시 멘토님께서는 결정하시는 기준이 있으신가요?
인턴 시절에 동기 한 명이 임원분과의 점심 식사 시간에 이렇게 물어봤어요.
"상무님 부모님이 원하시는 길과 제가 원하는 길이 다른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임원분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ㅇㅇ씨 인생은 ㅇㅇ씨 겁니다. 결국 스스로 선택한 결정이 아니면 후회할 수 있어요. 부모님도 ㅇㅇ씨 인생을 끝까지 책임져줄 수는 없잖아요.”
네 사실 그래요.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을 선택해야 후회가 덜했어요. 부모님의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 남들이 다 인정해주는 대기업에 입사했다고 행복한 감정은 그리 오래가지 않아요. 껍데기가 좋다고 항상 내용물이 훌륭한 것은 아니잖아요. 껍데기는 껍데기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결국 자기 안의 깊은 곳에서 나오는 진짜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해요. 그래야 자신의 선택에도 후회가 없고, 실패하더라도 스스로 책임질 수 있어요. 스스로 선택하지 않을 때 결국 비겁하게 남 탓을 하거나, 신세 한탄만 하게 되더군요.
조금은 못나고 부족해 보이더라도 나 스스로를 믿고 결정하는 횟수를 늘려가야 내 인생의 주도권을 가질 수 있어요. 그런 영역을 넓혀나가다 보면 인생에 대한 만족감 역시 높아지리라 생각합니다.
셋. 가장 보람을 느끼시는 순간과 힘든 순간에 대하여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앞서도 많이 이야기해드린 것 같고 힘든 순간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지금은 몸이 열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장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살다 보니 시간이 참 많이 부족해요.
인생에 대해 만족감이 높아질수록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해보고 싶은 일들도 많아지고, 함께 지내는 시간이 너무 소중하게 느껴지거든요.
요즘은 아침 다섯 시, 여섯 시쯤 일어나서 올해 태어난 딸에게 분유를 주고 출근을 해요. 잠은 하루에 네다섯 시간밖에 못 자지만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이,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살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