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만 큰 아기 울보 하마2

feat. (2) 하염없이 눈물만.. 쌤은 어쩌라고..

by 시쓰는국어쌤

국어교과교실과 담임반 교실을

모두 관리하다보면

장점도 단점도 다양하게 있는데,

그중 하나가 청소감독.


국어교과교실을 제대로 관리하면

담임반 관리가 잘 안되고

담임반을 제대로 관리하려면

국어교과교실을 포기해야 한다.


어제는 국어교과교실이 너무 지저분해서

아이들과 열심히 청소하느라

우리반 청소는 청소당번 아이들의 양심에 맡겼다.


아이들이 모두 하교한 뒤

우리반을 지나려는데,

쎄한 느낌..


뒷문을 당겨보니..

열려있다


교실로 들어가니..

시원하다

아주아주 시원하다

에어컨이 빵빵하게 풀가동..


'청소당번이 문단속을 제대로 안하고 간 것'


그와중에 앞문은 잘 잠궜다...

결국 교무실에서 키를 가지고 와서

다시 문단속을 하고

당번 아이에게 전화하니 연락두절


칠판에, '김ㅇㅇ 청소 하루 추가'라고 쓰고 나왔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청소당번이었던 남학생이 오자마자

밖으로 불러 이야기했다

"어제 문단속이랑 에어컨을 제대로 안끄고 가서 청소 하루 더 해야 돼"


아이는 그 말을 듣자마자

청천벽력을 맞은 듯 아무말도 안했다.

그리고는 이내 작은 눈이 빨개지며

눈물이 가득 고이기 시작했다.


아니 왜.......

울고 싶은건 쌤이야.


"왜 우는거야? 억울한게 있으면 얘기해도 돼"


"아니...."

하면서 운다.


아기들은 말을 배우기 전에

우는 것으로 의사표시를 하는데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도 어쩌면

몸은 어른 같아도 마음은 아직

아기상태인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매스컴에서 보이는 중2들은

세상 두려울것 없는 무법자들인데


물론, 그런 무법자들도 있겠지만

이런 덩치만 아기 울보 하마들도

많다는 것을..


운다

계속해서 울어서 설명했다.


"만약에 생각해봐, 니가 나중에 여행을 가게 되었는데, 생각해보니까 집 문을 안 잠그고 불도 안끄고 에어컨도 안끄고 왔어. 그상태로 한달을 해외에 있다가 오게 되면 그게 얼마나 끔찍하니?"


이해하는듯 안하는듯,

통 말을 안하고 울기만 하니

난들 알 도리가 있나..


"혹시 억울한게 있어?"

재차 물으니 겨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저...예전에 다른애들도 뒷문 안잠그고 갔는데....."


다른 애들은 안 걸렸는데 자기만 걸린 것이 억울한가보다.


그래, 그렇다면 공평하게 관리감독하지 못한 나의 책임도 있는 거지.


이 아이에게 청소 하루 추가는 스스로가 느끼기에도 너무 과분한 것 같아서


"그래, 제대로 감독 안한 선생님 책임도 있으니까, 청소 하루 더 하는건 안해도 돼. 대신 앞으로는 문단속 잘하고 불 잘 끄고, 에어컨도 잘 끄고 가."


이렇게 이야기했더니 겨우 고개를 끄덕인다.


나도 잘한건지 못한건지..


저렇게 울어버리면 너무 당황스럽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15살인지 5살인지,


마구마구 상승 하강 곡선을 그리며 성장해서 질풍노도의 시기인가보다.

상승할때는 어른이 되었다가 억울할땐 다섯살로 돌아가기도 하는, 이 시기에만 할수 있는 자유로운 탐험과 여행.


아이들아, 너희들만의 그 곡선 여행을

응..응원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수시로 드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