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플랫폼 실무자 관점_숫자는 정확한 분석이 아닌 어림숫자 뇌피셜
하루 수십 수백 권의 전자책 원고를 확인하는 담당자입니다.
지난달 작가님들 인세를 정산하다가 흥미로운 패턴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AI를 활용해 책을 쓰시는 작가님들의 수익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많게는 월 100만원 이상, 적게는 3만원까지... 정산을 담당하는 제가 봐도 놀라운 숫자입니다.
(운영부터 정산까지 정신없이 일하고 있습니다)
"AI로 쓴 책으로 이런 수익이 날 리가 없다"는 게 처음 제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매달 정산하는 실제 데이터들이 이 편견을 완전히 깨뜨렸죠. 대체 어떻게 AI로 책을 쓰길래 이런 수익이 나는 건지? 오늘은 플랫폼 담당자의 시선으로 속속들이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첫 번째 시선: AI로 쓴 책이 정말 팔릴까?, 독자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두 번째 시선: AI로 전자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세 번째 시선: AI로 쓴 책... 혹시 문제는 없을까요?
첫 번째 시선: AI로 쓴 책이 정말 팔릴까?, 독자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아마도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의 첫 번째 의문일 것 같네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팔립니다. 그것도 꽤 괜찮게요.
제가 확인한 AI를 활용하시는 작가님들의 평균 월 수익은 10만원 수준입니다. 물론 이는 꾸준히 책을 내고 계신 분들의 평균이에요. 한 권으로 월 100만원을 버는 경우는 드물고, 보통 20권 이상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작가님들이 이 정도의 수익을 내고 계시죠.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카테고리별 성과입니다. 자기계발 분야가 단연 강세를 보이고 있어요. '부자되기', '습관 만들기', '시간관리' 같은 실용적인 주제들이 독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취미/실용 서적들이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네요. 요리, 운동, 취미 생활 가이드 같은 책들이죠.
반면에 소설이나 에세이 같은 순수 창작물은 아직 AI의 영역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이런 장르들은 판매량이 현저히 떨어지는데, 아무래도 독자들이 AI의 창의성을 아직은 신뢰하지 않는 것 같아요.
독자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재미있는 점은 독자들이 해당 책이 AI로 작성되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있고, 알더라도 상관없다는 피드백을 주고 있어요. 리뷰를 보면 "실용적이다", "명확하다", "구조가 잘 잡혀있다"는 평가도 종종 있습니다.
(실제로 사무실로 한 독자분께서 직접 전화를 주셨는데, AI로 제작한 전자책이 너무 좋았다며 종이책으로도 출간할 계획이 없냐고 문의하시더라고요. 그만큼 내용에 감동을 받으셨다는 거죠)
다만 가끔 "뭔가 딱딱하다", "감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보이는데 (심한 경우 해당 도서의 댓글에 욕설도 있었습니다...), 이는 AI 글쓰기의 한계를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죠. 즉 AI를 도구로 활용하여 초안을 작성한다고 해도, 사람의 통찰력을 바탕으로 한 휴먼 터치가 가미되어야 글의 품질이 높아집니다.
모든 AI 전자책이 성공하지는 않습니다. 초기 서너 달 동안 판매량이 한 권도 없는 책들도 적지 않아요. 특히 AI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최소한의 편집도 거치지 않은 책들은 대부분 실패하고 있습니다.
결국 성공의 비결은 AI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 같네요. 이 부분은 다음 시선에서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두 번째 시선: AI로 전자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전자책 작가들의 AI 활용 방식은 매우 다양합니다. 어떤 분들은 AI를 마치 비서처럼 적극 활용하고, 또 어떤 분들은 AI를 단순한 참고용 도구로만 사용하시죠. 저희 플랫폼에 입점한 작가님들을 분석해보니, AI 활용도에 따라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었습니다. 부연 설명을 하면 ‘AI를 얼마나 레버리지하냐?’에 따라 나눌 수 있는 것이죠. 5점 척도로 AI를 가장 적극 활용한 유형이 5점, 그렇지 않은 유형이 1점입니다.
5점_AI 적극 활용형
- ChatGPT나 Claude 등의 AI 플랫폼에서 간단한 프롬프트로 생성된 내용을 그대로 원고에 사용
- 최소한의 편집으로 AI가 생성한 콘텐츠를 직접 활용
- 작가의 창의적 개입이 매우 적은 편
4점_AI 조력형
- AI로 초안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자신만의 글로 발전시킴
- AI의 제안을 참고하되 독창적인 관점을 추가
- 리서치와 구조 설계에 AI를 적극 활용
3점_AI 보완형
- 자신이 작성한 글을 보완하는 용도로 AI 활용
- 교정, 교열, 문장 다듬기 등에 AI 도움을 받음
- 핵심 내용은 직접 작성하고 AI는 보조 도구로 활용
2점_AI 참고형
- 주로 아이디어 발상이나 간단한 사실 확인용으로만 AI 사용
- 글의 대부분을 직접 작성
- AI는 극히 제한적인 영역에서만 활용
1점_AI 배제형
- AI 도구 사용을 최소화하거나 완전히 배제
- 전통적인 글쓰기 방식 고수
- 작가 고유의 창작성을 중시
내부 데이터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4점_AI 조력형' 작가님들입니다. 전체의 약 40%를 차지하는 이 그룹은 AI를 똑똑한 협업 파트너처럼 활용합니다. AI로 초안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자신만의 글로 발전시키죠. "AI의 제안을 참고하되, 내 관점을 확실히 넣는다"는 한 작가님의 말씀이 특히 기억에 남네요.
그 다음으로 많은 건 '3점_AI 보완형' 작가님들입니다. 이분들은 주로 자신이 쓴 글을 다듬을 때 AI를 활용하세요. 교정이나 문장 다듬기, 논리적 허점을 체크하는 용도로 AI를 쓰시는 거죠. 전체 작가님들의 약 35%가 이런 방식을 선호하십니다.
'2점_AI 참고형' 작가님들도 꽤 되시는데요. 이분들은 AI를 주로 아이디어 발상이나 간단한 사실 확인용으로만 사용하세요. "AI는 브레인스토밍 파트너 정도로만 활용한다"는 게 이분들의 공통된 특징입니다.
반면에 AI를 거의 배제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전통적인 글쓰기 방식을 고수하시는 이 '배제형' 작가님들은 AI 시대에도 자신만의 색깔을 지키고 계시죠.
저희는 AI에 모든 걸 맡기는 '5점_적극 활용형' 작가님들의 원고는 반려하고 있습니다. ChatGPT나 Claude가 생성한 내용을 거의 그대로 옮긴 원고들은 아무래도 독자분들에게 충분한 가치를 전달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에요.
결국 꾸준한 수익을 가져가는 작가님들의 공통점은 AI를 '도구'로 잘 활용한다는 점입니다. AI에 모든 걸 맡기지도 않고, 그렇다고 완전히 배제하지도 않죠. 마치 워드프로세서나 맞춤법 검사기처럼, AI를 글쓰기의 도구로 활용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좋은 성과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AI 작가님들이 만든 책들에는 어떤 문제는 없을까요? 다음 시선에서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세 번째 시선: AI로 쓴 책... 혹시 문제는 없을까요?
우리 플랫폼의 입장은 명확합니다. AI 활용 여부보다 중요한 건 투명성입니다.
그래서 두 가지 원칙을 세웠죠.
하나는 AI가 참여한 도서의 경우 저자명에 반드시 AI를 함께 표기하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도서 소개란에 "AI로 제작 혹은 참고한 도서니 독자님들은 한 번 더 고민해주세요"라는 안내 문구를 필수로 넣는 것이죠.
왜 이런 기준을 만들었을까요? 독자에게 선택권을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AI가 참여했다는 사실을 알고도 읽고 싶은 분이 있을 수 있고, 이 정보를 보고 다른 책을 선택하고 싶은 분도 있을 테니까요. 우리는 그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선택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마무리하며
AI로 쓴 책을 바라보는 시선이 참 다양합니다.
"AI가 쓴 책이라니, 말도 안 돼!"라고 하시는 분도 계시고, "책 내용만 좋다면 뭐가 문제야?"라고 하시는 분도 계시죠.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볼 게 있습니다. AI로 책을 썼다는 게 정말 중요할까요?
결국 책을 읽고 판단하는 건 사람입니다. 우리는 저마다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고, 각자의 취향도 다르죠. 어떤 사람은 AI로 쓴 책에서 깊은 통찰을 발견할 수도 있고, 또 다른 사람은 같은 책을 보고 시간 낭비했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감동'이라는 감정입니다. AI가 글을 쓸 순 있어도, 그 글에서 감동을 느끼는 건 오롯이 사람의 몫이죠. AI가 쓴 문장이라도 거기서 위로를 받고 깨달음을 얻는 건 결국 그 글을 읽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 책이 AI로 썼나, 사람이 썼나?"가 아니라 "이 책이 내게 어떤 의미를 주는가?"가 더 중요한 질문이 아닐까요?
책의 가치는 결국 읽는 사람이 만듭니다. AI는 단지 도구일 뿐이고, 그 도구로 만든 콘텐츠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우리의 선택인 거죠.
그런데... 잠깐, 문득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지금까지 읽으신 이 글은 AI로 제작한 글일까요?
아니면 사람이 제작한 글일까요? 판단은 여러분의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