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가격 정하기, 정답은 없지만 경험에서 찾은 나만의 기준
"혹시 제 전자책 가격은 얼마 정도로 하면 좋을까요?"
출판 담당자로서 자주 받는 질문이다. 작가님 문의를 분류해보면 압도적 1위를 차지하는 질문...
항상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곤란하다.
나도 전자책을 만들어 출판한 경험이 있다. 출판이란 몇 날 며칠을 공들여 내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하는 일이며, 동거동락한 자식 같은 텍스트가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이벤트다.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이 애써야 하고 특별하고 소중한 시간이다. (아직 미혼이라 '자식 같다'라는 표현을 실감하진 못하지만, 소중함을 표현하자면 이만한 말이 없다)
작가님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제 전자책 가격이 이 정도면 괜찮겠죠?'라고 질문받을 땐, '내 자식 같은 글이 시장에선 얼마 정도에 평가받을까요? 담당자님은 이 분야 전문가니 잘 알죠?'라고 들린다.
정답을 알아도 모른척 해야하고, 몰라도 아는 척해야 한다. 그래서 참 곤란하다.
내 주관만을 담아 대답하기도 어렵고, 그동안 출판했던 전자책의 평균 가격을 참고해 작가님 귀에 대고 '작가님의 원고는 X,000원이에요'라고 단정 짓기도 조심스럽다. 마치 저기 어디 충남 공판장에서 들릴 법한 소리처럼, '사장님 이거 얼마예요?'라는 질문에 '예~ 그거 5,000원이에유'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도 작가님들께 답을 드려야 한다.
'시중에서 판매 중인 다른 작가님의 도서 가격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같은 카테고리 속 다른 도서의 분량은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그 도서의 가격은 어떤지 살펴보시면 작가님 도서 가격을 책정하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이것이 내가 드릴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조언이다. 분량 대비 가격으로 책정하라는 것. 이는 '난 작가님의 원고 내용을 평가하지 않습니다. 분량을 기준으로 삼되, 분량이 적다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은 피하는 게 좋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함께 전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내 전자책은 얼마에요?’라고 묻는 작가님이 있다.
나만의 기준을 만들었다.
'10페이지당 1,000원'.
10페이지당 1,000원은 그동안 업무 경험을 통해 체득한 균형점이다. 그리고 담당자로서, 무엇보다 한 명의 독자로서 고민하여 정한 기준이다.
끝
'그래서, 내 글은 얼마인거 같나요?'
마지막 순간까지 구체적인 가격을 원하시는 작가님들이 계신다. 그만큼 본인의 글에 대한 가치 판단이 조심스러운 것이리라. 작가님이 원하는 가격을 내 입을 통해 확인받고 싶어 하시는 마음도 이해한다.
이럴 땐 원하는 금액을 말해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