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지가 흘러 흘러
이제 퇴직이니 이모작이니 잊고 산지도 오래되었다.
우연히 브런치를 다시 들어왔다가. 12년 전부터 매년 5월 초에 첫 퇴직을 기념하며 제사 지내는 듯 쓴 글들을 발견하고
우연히 오늘이 5월 1일이라는 것을 알게되었고, 겸사겸사 오랜만에 12주년을 돌아본다.
사실, 돌아보고 말 것도 없다
여전히 먹고사는 문제는 고민이고,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익숙해질 만하면 아이는 또 다른 아이로 변해있고
집값은 터무니없게 올라있고, 회사에서는 이런 사람 저런 사람들을 조율하고 있고
그래도 봄을 놓치지 않으려고 열심히 꽃을 보고 있다.
닭살스럽지만, 12년 전 퇴사 이유가 날씨가 너무 좋아서 꽃을 보고 싶어서 나온 거여서 아직도 이렇게 봄과 꽃에 집착을 하나보다
이 이모작이라는 이야기는
뭘로 먹고살아야 하는 문제로 시작한 이야기긴 한데,
12년 정도 여기저기 떠돌며 이런저런 일을 하며 느끼는 것은 생각보다 먹고살만한 일들은 (소일들은?) 계속 있을 거 같고,
오히려 어떻게 먹고살아야 하는 것에 점점 고민을 하게 된다.
정확하게 퇴사한 지 12년 되는 오늘
날씨는 정말 좋았다.
계속 이런 좋은 날씨들, 지는 하늘, 새롭게 피는 꽃들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었으면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