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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냉이 Jul 31. 2015

상품기획자의 역량

상품기획이라는 직군이 있긴 한건가?

아주 묘한 직군이 있다. 바로 "상품기획"

개발, 디자인, 마케터, 비즈니스전략, 재무, 회계, 생산, 품질...  등등 다양한 직군중에 가장 애매하면서도, 상황과 회사마다 역할이 180도 바뀌는 그런 직군이 아닐 수 없다.


상품기획을 "파워포인트로 스토리보드 그리기"의 작업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고객에 대한 냉철한 인사이트를 가지고 여러가지 기법을 통해 시장을 분석하는 사람이라고 하기도 하고, 개발팀에게 스펙을 정해주는 사람이라고도 생각한다.


이런 애매한 직군에 종사했던 사람으로서 당시 상품기획이라는 일을 했을때 느꼈던 것을 간단하게 공유해보고자 한다. 상황이 크게 다를 수도 있지만, 어쩌면 항상 비슷하게 겪고 있는 상황일지도 모르니까.


"상품기획"

단어적 뉘앙스는 어떤 참신한 아이디어나, 창의적인 작업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어쩌면 그런 것과 거리가 가장 먼, 분석적이고, 운영적인 역할이 많았던거 같다.


이런 혼돈의 시작은 '기획'은 모든 직군에서 일어나는 행위이기 때문이었다. 


개발자는 기술적측면에서 우선순위를 정하고, 판단하여 제품을 만든다. 정의되지 않은 수많은 디테일들은 개발자들이 알아서 만들어 나가고 있다. 가끔 그것이 기획자가 그린 그림과 다르면 마찰이 생기기도 한다. 기술적 측면의 고려가 기획자의 우선순위와 다른 경우는 매우 많기 때문이다. 


디자이너는 어쩌면 가장 많은 기획을 할지도 모르겠다. 모든 색이나 버튼의 배치들, 첫 화면, 폰트, 이것들이 어떤 심미적 우선순위가 고려될지, 가장 효율적인 UX를 고려할지, 가장 익숙한 패턴을 따를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모습들이 나올 수 있다.그런데 사실, 대부분의 직군이 모두 기능이나 기획에 관계될 수 밖에 없는게 문제의 시작이다. 


마케팅팀은 사전 소비자 조사를 바탕으로 기능을 정의하려고 한다. 작년과 올해의 트랜드도 분석을 하여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고 싶어한다. 


연구소 사람들은 그들이 개발한 특허나, 기술을 적용하길 기대하며


사장님은 지난번 어디 TV에서 본 내용에 감명을 받아 그 기능이 있어야 팔릴 것이라 생각을 한다.


이 많은 사람들 사이에 낑겨있다.


많을 때는 6개 정도의 부서에서 각 2~3명씩 사람이 참석하여 큰 회의실에서 몇백개 아이템의 엑셀을 띄우고 몇 일간 토론을 하기도 한다. 엄청나게 치열한 공방전들이다.

"이렇겐 못만들어요. 향후 호환성에 리소스가 너무 들어가요. 이걸 구현하려면 매번 디비를 조인해서 호출 할 수 밖에 없는구조라 엄청 느려져요. 저흰 책임 못져요.. 데모하다 느리면 우리가 욕먹는다는 말이에요"

"아니 이 메뉴를 트리로 하지말고 탭으로 해요, 요즘 엄지손가락 범위에 있어야 해요. 빈도가 3번째로 높은 버튼이잖아요!"

"이번에 학회 표준의 포멧을 따라가면 좋을거 같아요.."


결국 중재자였다. 


그들이 자신의 모든 역량을 발휘해 싸울 수 있도록 감정상하지 않게 끌어줘야 했다.

어쩌면 부딪히는게 당연하고, 그들은 실무자로서 각자가 속한 분야에서 최고의 의견을 내야한다. "될데로 되라지"의 상태로 빠지지 않게, 그들이 제품에 애정과 열정을 계속 가지고 갈 수 있도록 '감정이 안상하게' 잘 싸우도록 돕는 역할이였다.


그래서 부사수에게 요구한 상품기획자의 첫번째 역량은

"개그" 였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사람이 싫으면 모든게 싫다.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고 긴장을 한번씩 빨아 없애주기엔 개그가 최고였다. 꾸준한 개그감을 익혀야 한다.


그리고, 통역자였다.


개발자는 개발의 언어로 이야기하고, 디자이너는 디자이너의 이야기를 하고, 고객은 고객의 언어로 이야기하고, 이것들을 서로 통역해주고, 마지막엔 사장님의 언어로 통역을 마무리 해야한다.

그 애매하게 사용되는 용어들에 실질직이 내용이 없어져 버리지 않도로 가장 정확하고 명확하게 설명을 할 수 있어야 했다.


즉, 용어의 절대적으로 명확한 정의였다. 


그리고, 마지막 한마디면 된다.

"괜찮아요 제가 책임질께요"

(솔직히 고백하면, 책임지라고 해서, 정말로 월급이 깍이거나, 짤리거나 하지 않는다. 욕이야 원래 먹는거고, 그냥 내가 책임진다고 해도 아무도 뭐라고 안한다. 단지 그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이를 위해서는 항상 뭐가 중요한지 우선순위가 있어야 한다. 그 1번 벨류를 까먹지 말고, 꾸준히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창의력이나 천재같은 아이디어를 요구하는 직군이 아니었다. 

아마 작은 회사에서 상품기획은 모든 마켓센싱, 디자인, PM 역할을 한명이 하고 있다고 해서 해당이 안된다고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혼자가 아니라 한명이라도 협업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을 제품에 집중시키고 방향을 잡아가는게 상품기획을 시작한 사람의 역할일 것이다. 그냥 와이어프레임 던지고, 마켓규모 동그랗게 그리고, 거기에 몇 프로 먹으면 매출 얼마 예상됩니다. 하고 초반에 끝나는 그런 작업이 아닐 것이다. 


시작이 아니라 끝까지 마무리 시키는게 더욱 중요한 직군이었다.


이게 내가 경험했던 상품기획이었다. (어쩌면 그냥 PM이라고 하는게 더 적합한 표현일지도.. 사실 상품기획은 영어로 어떻게 써야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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