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6.05 한

by soripza

떠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도착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여기서 "떠난다"라는 것이라는 건 심리적인 요인이 아니라 현실적인 사건이었다. 오전 11시 반 비행기를 타기 위해, 온가족이 아홉 시에 인천에 도착했다. 체크 인을 하려는 순간, 직원이 물었다. 편도 티켓을 끊으셨는데, 목적이 무엇이죠? 유학가려고요. 어학도 들을 거구요. 편도 티켓으로 체크인을 하시려면 어학원등록증이나 비자가 필요합니다. 나는 멍해졌다. 왜냐하면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서 머무를 집도 구했고, 비자도 독일에서 취득할 수 있는 것을 받기로 계획했었고, 그래서 필요한 서류는 다 준비했었는데. 늘 문제는 제가 미쳐 챙기지 못한, 놓친 곳에서 조용히 나에게 다가온다. 일요일이라서 유학원도 전화를 받지 않았고, 베를린 현지 독일문화원도 온라인 등록을 하더라도 한 시간 안에 등록증이 메일로 도착하고 그걸 인쇄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엔 한국으로 돌아오는 8월 중순 티켓을 어거지로 구입하고 나서야 출국 수속을 밟을 수 있었다.


"도착한다"가 쉽지 않았던 이유는 날씨 때문이었다. 출발할 때, 기장은 빈(오스트리아)과 뮌헨의 날씨가 좋지 않다고 했다. 폭풍우가 예상된다고 했다. 13시간 후, 그것은 사실로 판명됐다. 운이 좋게도 내가 탄 비행기가 그날 뮌헨 국제 공항의 마지막 착륙 항공편이었다. 하지만 폭풍우로 인해 뮌헨 공항은 잠시 모두가 일을 멈췄고 그래서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비행기에서 한 시간 가량을 더 대기해야 했다. 한국이었다면 무리해서라도 비행기와 공항을 연결하고 짐을 옮기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내렸다.


독일에 마지막으로 갔던 건 2015년, 그러니까 공익 복무를 끝내고 달달이 10만원 씩 2년 간 모은 돈으로 체코 - 오스트리아 - 독일 여행을 갔던 때다. 그때 마지막 도시가 뮌헨이었고, 이번에는 첫 도시로 뮌헨을 왔다. 오메가와 알파의 관계가 생겨나고, 이것은 매우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어떤 것의 연장선상이라고 생각한다면. 중앙역에서 S-Bahn을 타고 동역(Ostbahnhof)까지 갈 때는 다행히 비가 그쳤다. 도착해서 씻고, 그 날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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