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목이 아팠던 것이 계속됐다. 일어나니 미열도 있는 듯 했고 몸살기도 있었다. 진짜 코로나에 걸린건가,라고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래도 샤워를 하고 짐을 싸다보니 열을 없어졌고, 목이 아픈것도 좀 덜해진 것 같았다. 체크아웃을 하고 뮌헨 중앙역으로 향했다. 예전에 여행을 할 때는 독일은 꼭 중앙역으로 오곤 했는데 (숙소도 중앙역 근처) 오늘에서야 기차를 타기 위해 왔다. 역에는 사람이 너무나 많았다. 한 달 동안 단지 9유로만 있으면 고속철을 제외하고 어디든 갈 수 있는 티켓이 생겨서 사람들이 여행을 엄청나게 간다고 했다. 특히, 대성당으로 유명한 쾰른 같은 곳은 외국인 관광객들도 넘쳐 흘러서 (왜냐하면 9유로 티켓을 외국인도 살 수 있기 때문) 사람이 열차에 못하는 일도 허다하다고 했다.
열차를 기다리면서 내가 표를 잘못-정확히 말하면 모자르게-샀다는 것을 깨달았다. 3주 쯤 전에 집에서 결제할 때는 호텔과 가까운 역이 목적지인 걸 산 줄 알았는데, 다시 종점역을 지도에 찍어보니 베를린 남쪽 지역이었다. 중앙에서 조금 북쪽에 위치한 숙소까지는 또 대충교통으로 30분 정도가 걸린다고 떴다. 하, 이렇게 또 나의 허술함이 늦게나마 들어났다. 왠일로 정각에 기차가 왔고, 정각에 떠났다. 나의 자리는 2등석이었고, 짐을 도난 당할 우려가 있을 것 같아서 짐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이 좌석 가운데에 있는 열차칸과, 그 바로 앞의 자리를 예매했다. 내 옆에는 꼬장하게 생긴 할아버지가 앉았는데, 내가 독일어를 하는지 확인도 안한 채 "(창가자리니까) 들어갈 테니까 비켜주세요." 또는 "화장실가야하니 잠시 비켜주세요."같은 말을 했다. 뭐, 그정도면 독일어를 몰라도 눈치로 알아먹고 일어설 수 있으니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
베를린까지는 고속철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네 시간이 걸렸다. 생각해보면, 서울-부산 정도 거리였기도 했다. 근데 열차값은 어마어마하게 비쌌다. KTX로 서울-부산이 편도가 6만원인데, 내가 탄 기차는 할인을 받고 싼 시간대의 기차라서 15만원이었으니까. 표값이 차이가 나는 이유는 잠시 제쳐두고, 나는 비행기에서 봤던 <블랙독>을 한회 반을 봤고, 독일방송국 Deutsche Welle에서 제공하는 학습서비스 두 지문을 풀었다. 그랬더니 베를린에 도착했다.
베를린의 풍경과 느낌은 뮌헨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확실히 외국인이 많아보이고 (아랍/터키/아시아 등) 도시가 좀 더 젊어보였다. 뮌헨은 여유있는 반면, 베를린은 좀 더 바쁜 도시의 모습을 띈 것 처럼 보였다. 나는 호텔이 있는 Gesundbrunnen역가지 지상철을 타고 왔다. 역 이름에 건강(Gesund)가 들어있는것이, 내가 곧 나아질 것이라는 복선이라고 생각했다. 호텔로 가는 동안 역 건물에 있는 맥도날드와 커리부어스트 파는 집을 봤다. 둘 중 한 군데에서 저녁을 먹어야겠다라고 생각했고, 호텔에 들어가자마자 짐을 빨리 풀고 나왔다. 목은 이미 부어오른 것 같았지만, 참고 커리부어스트를 먹었다. 참고로, 커리부어스트는 소시지를 잘라 케찹과 커리가루를 뿌려 만든 대중적인 길거리 음식이다. 맥주와 정말 먹고 싶었지만,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면 안되니 오렌지 쥬스로 노선을 틀었다.
그렇게 들어오고 나서 샤워를 하고 숙소에 누웠다. 뮌헨 숙소와는 다르게 긴 책상이 있는 대신, 창가 옆에 작은 책상이 있었다. 수업을 들을 땐 조금 불편하겠다 싶었다. 그래도 7층을 배정받은 탓에, 전망은 좋았다. 바로 옆에 있는 작은 공원이 한 눈에 들어와서 편안했다. 해외가 참 좋은게, 여기저기 공원이 많은게 마음에 든다. 사람들은 휴식하고 풀들이 자라난다. 녹색을 자주봐야 한다. 이제 이 호텔에서 19박을 해야한다. 한국에 있을 때도 주로 혼자 지내고 외로워서 독일에 와도 비슷할 테니 괜찮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더 외로움을 느끼는 것 같다. 역시 모든 것은 직접 해봐야 다가온다. 지금은 어학원도 안다니고, 그렇다고 여행을 하는 것도 아니여서, 내 관심을 다른 곳에 둘 곳이 부족해서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