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6.12 한

by soripza

어제부터 목이 아팠던 것이 계속됐다. 일어나니 미열도 있는 듯 했고 몸살기도 있었다. 진짜 코로나에 걸린건가,라고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래도 샤워를 하고 짐을 싸다보니 열을 없어졌고, 목이 아픈것도 좀 덜해진 것 같았다. 체크아웃을 하고 뮌헨 중앙역으로 향했다. 예전에 여행을 할 때는 독일은 꼭 중앙역으로 오곤 했는데 (숙소도 중앙역 근처) 오늘에서야 기차를 타기 위해 왔다. 역에는 사람이 너무나 많았다. 한 달 동안 단지 9유로만 있으면 고속철을 제외하고 어디든 갈 수 있는 티켓이 생겨서 사람들이 여행을 엄청나게 간다고 했다. 특히, 대성당으로 유명한 쾰른 같은 곳은 외국인 관광객들도 넘쳐 흘러서 (왜냐하면 9유로 티켓을 외국인도 살 수 있기 때문) 사람이 열차에 못하는 일도 허다하다고 했다.


열차를 기다리면서 내가 표를 잘못-정확히 말하면 모자르게-샀다는 것을 깨달았다. 3주 쯤 전에 집에서 결제할 때는 호텔과 가까운 역이 목적지인 걸 산 줄 알았는데, 다시 종점역을 지도에 찍어보니 베를린 남쪽 지역이었다. 중앙에서 조금 북쪽에 위치한 숙소까지는 또 대충교통으로 30분 정도가 걸린다고 떴다. 하, 이렇게 또 나의 허술함이 늦게나마 들어났다. 왠일로 정각에 기차가 왔고, 정각에 떠났다. 나의 자리는 2등석이었고, 짐을 도난 당할 우려가 있을 것 같아서 짐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이 좌석 가운데에 있는 열차칸과, 그 바로 앞의 자리를 예매했다. 내 옆에는 꼬장하게 생긴 할아버지가 앉았는데, 내가 독일어를 하는지 확인도 안한 채 "(창가자리니까) 들어갈 테니까 비켜주세요." 또는 "화장실가야하니 잠시 비켜주세요."같은 말을 했다. 뭐, 그정도면 독일어를 몰라도 눈치로 알아먹고 일어설 수 있으니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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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까지는 고속철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네 시간이 걸렸다. 생각해보면, 서울-부산 정도 거리였기도 했다. 근데 열차값은 어마어마하게 비쌌다. KTX로 서울-부산이 편도가 6만원인데, 내가 탄 기차는 할인을 받고 싼 시간대의 기차라서 15만원이었으니까. 표값이 차이가 나는 이유는 잠시 제쳐두고, 나는 비행기에서 봤던 <블랙독>을 한회 반을 봤고, 독일방송국 Deutsche Welle에서 제공하는 학습서비스 두 지문을 풀었다. 그랬더니 베를린에 도착했다.


베를린의 풍경과 느낌은 뮌헨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확실히 외국인이 많아보이고 (아랍/터키/아시아 등) 도시가 좀 더 젊어보였다. 뮌헨은 여유있는 반면, 베를린은 좀 더 바쁜 도시의 모습을 띈 것 처럼 보였다. 나는 호텔이 있는 Gesundbrunnen역가지 지상철을 타고 왔다. 역 이름에 건강(Gesund)가 들어있는것이, 내가 곧 나아질 것이라는 복선이라고 생각했다. 호텔로 가는 동안 역 건물에 있는 맥도날드와 커리부어스트 파는 집을 봤다. 둘 중 한 군데에서 저녁을 먹어야겠다라고 생각했고, 호텔에 들어가자마자 짐을 빨리 풀고 나왔다. 목은 이미 부어오른 것 같았지만, 참고 커리부어스트를 먹었다. 참고로, 커리부어스트는 소시지를 잘라 케찹과 커리가루를 뿌려 만든 대중적인 길거리 음식이다. 맥주와 정말 먹고 싶었지만,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면 안되니 오렌지 쥬스로 노선을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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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들어오고 나서 샤워를 하고 숙소에 누웠다. 뮌헨 숙소와는 다르게 긴 책상이 있는 대신, 창가 옆에 작은 책상이 있었다. 수업을 들을 땐 조금 불편하겠다 싶었다. 그래도 7층을 배정받은 탓에, 전망은 좋았다. 바로 옆에 있는 작은 공원이 한 눈에 들어와서 편안했다. 해외가 참 좋은게, 여기저기 공원이 많은게 마음에 든다. 사람들은 휴식하고 풀들이 자라난다. 녹색을 자주봐야 한다. 이제 이 호텔에서 19박을 해야한다. 한국에 있을 때도 주로 혼자 지내고 외로워서 독일에 와도 비슷할 테니 괜찮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더 외로움을 느끼는 것 같다. 역시 모든 것은 직접 해봐야 다가온다. 지금은 어학원도 안다니고, 그렇다고 여행을 하는 것도 아니여서, 내 관심을 다른 곳에 둘 곳이 부족해서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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