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아침에는 어제 미리 사놓은 빵과 절인양배추와 치즈 그리고 갈은 고기처럼 보이는 잼(?)을 샌드위치로 만들어먹었다. 어쨌든 이제는 무직에 벌이도 없으니, 지금껏 모은돈으로 버텨야 한다. 대략 이런식으로 한 끼니를 해결한다고 치면 대충 식사 한 번 당 2000~3000원으로 퉁칠 수 있다. 숙소에 들어가면 요리도 할 수 있으니까 좀 더 다양한 재료로 다양한 식사를 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호텔에 있으니. 그래도 마트에 갈 때마다 무엇을 어떻게 샌드위치로 해서 먹을까?라는 재밌는 고민이 들긴 한다. 확실히, 서비스 비용이 붙은 가게의 가격은 비싸지만, 식료품 가격은 독일이 오히려 한국보다 싼 느낌이 든다. 야채와 과일도 다양하고, 빵도 아무것도 들어가있지 않은 맨빵이라면 엄청 싸다. (비록 우크라이나 상황 때문에 향후 가격의 변동성은 장담 할 수 없지만.) 도착해서는 맥주를 많이 마시지 않았지만, 차츰차츰 하나씩 맛봐볼 생각이다. 알콜도수가 2도정도 되는 라들러(자전거를 탈 수 있는) 정말로 싸서, 한 캔에 25센트밖에 안한다...
방에 와서 독일어 공부도 하고, 이렇게 글도 쓴다. 1시쯤 됐을 때 방 청소를 하겠지라고 생각하고 로비로 내려왔다. 로비도 청소중이었지만 그래도 주문은 된다고 했다. 나는 직원에게 당당하게 독일어로 무언가를 시키고 싶다고 말했지만, 못알아들었는지 내 발음이 구렸는지 영어로 물어봤다. 나는 바바리안 민트 티를 시키고, 천천히 따뜻한 차를 들이키며 영화 리뷰를 썼다. 나중에 보니, 호텔 로비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직원들이, 상급자가 없을 땐 본인들끼리 다른 언어를 썼다. 느낌상 동유럽 느낌이 나는 것으로 보아, 폴란드어나 우크라이나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아까 독일어를 썼을 때 못알아들었을까?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서 방에 올라갔는데, 아직 청소가 되어 있지 않았고 결국 3시쯤 방을 치운다는 청소부의 말을 듣고 다시 나왔다. 다시 로비에 있긴 뭐해서, 밖으로 나가 맥도날드를 갔다. 한국에서의 맥도날드는 실망했다. 햄버거 사이즈는 점점 작아지고, 번도 바뀌고... 맛도 예전같지 않았다. 독일 맥도날드에는 내가 좋아하는 1955버거는 없었지만, 맛있어 보이는 버거가 있었고, 그걸 시켰다. 감튀대신 샐러드, 콜라 대신 제로콜라(국룰)를 시켰다. 가격은 8.5유로, 거의 11000원이니까 버거킹보다 비싼건데... 결론은 좋았다. 돈이 아깝지 않았다. 햄버거는 버거킹만 했고, 맛도 훌륭했다. 사먹는 물가를 생각해본다면 혜자라고 생각했다. 독일 맥도날드는 옳다!
돌아와서는 회사 동기 둘과 줌에서 만났다. 한 명은 캠이 없어서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목소리를 오랜만에 들으니 반가웠다. 정신없이 말하다 보니 방을 두 번이나 새로 팠고, (줌은 세 명 이상이면, 돈을 내지 않은 이상 40분에 회의세션이 종료된다.) 안부를 확인하고 그간의 몇 가지 에피소드를 말했다. 내일도 출근을 해야하는 터라 한국시간으로 밤 12시 30분쯤 양심상 통화를 끝내고 자라고 했다.
올라와서는 유투브도 보고,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독일 대 이탈리아의 네이션스리그 경기를 봤다. 경기는 8시 15분 부터 시작됐다. 독일은 이번 리그에서 이탈리아/잉글랜드/헝가리와 한 조가 되었는데, 3경기가 지나간 지금 3무로 성적이 썩 맘에 들진 않은 눈치였다. 게다가 이탈리아는 전통적인 독일 천적. 하지만 보루시아 파크 (내가 좋아하는 묀헨글라드바흐의 홈 그라운드)에서 열린 이 경기는 결국 독일의 5:2(!)승리로 끝났다. 골도 많이 나서 재밌었고, 나도 독일 대표팀을 좋아하는 터라 즐겁게 볼 수 있었다. 경기 후의 인터뷰까지 보다보니 금방 11시가 되었고, 티비를 끄고 팟캐스트를 듣다가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