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나갔다오면 보통 그 다음날은 나가지 않는다. 이제 나는 돈을 벌지 않는 사람이고, 지금까지 모든 돈으로 얼마간 (대략 3년?!)을 버텨야 한다. 그래서, 돈을 함부로 쓸 수 없다. 거의 모든 나라가 그렇겠지만, 독일도 식당에서 무언가를 시켜 먹으면 비싸고, 식료품점에서 사서 해먹으면 싸다. 물론 케밥이나 커리부어스트 같은 싼 길거리 음식도 있지만, 그래도 밖에 나가면 든든한 식사를 하고 싶어서 10유로 이상은 낼 각오를 하고 식당에 들어간다. 어제는 밖에서 식사를 했기에, 오늘은 평소처럼 빵에 칵테일 새우와, 얇게 썬 소시지를 넣고 빵을 먹었다. 중간에 배고프면 요거트를 먹고... 덕분에 살이 빠지는 것 같기도 하다. 옆구리를 만지면 잡혔던 튜브도 점점 바람이 빠져가는 느낌이 든다.
어느새부터 정량적인 것을 따지게 됐다. 공상을 많이 하는 사람이었지만 (지금도 그렇지만) 머리속에서 신나는 상상을 할 때와는 정 반대로, 현실에 나는 총무를 맡거나 계산적이었다. 회사를 다니면서는 그런 쪽이 더 는 것 같다. 유학을 결심하고 계산을 할 때도, 1)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돈 2)퇴직전까지 더 받을 수 있는 돈 3)가기전까지 내가 사용할 돈 4)독일 도착 후 들어가 비용 등을 꼼꼼히 내역을 정리해서 내가 얼마나 지낼 수 있은지, 혹은 한 달에 얼마를 쓰면 얼마간을 버틸 수 있는지 계산했었다. 그래도 그게 3년이상으로 넉넉히 나왔으니. 지금 여기에 온 거겠지. 아직 학생신분(석사)가 아닌 6월 부터 내년 어느 지점까지가 월세랑 어학원 비로 가장 씀씀이가 클 시기다.
독일어 수업 뒤로는 이러한 생각을 하면서, 유학원 홈페이지에 있는 정보글 들 중에 나한테 쓸모있는 것들을 다시 정리했다. 이제 내일 정도까지만 더 정리하면 끝낼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주 일요일 (26)일에는 드디어 오랜만에 팟캐스트 녹음이 예정되어 있다. 홍상수의 <소설가의 영화>를 같이 하는 친구가 골랐는데, 영화는 사실 독일을 떠나오기 이틀 전에 미리 봤었다. 이번 영화는 뭐 하나라고 딱 말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한번 더 볼 각오도 하고 있다. 이틀전에 독일어학원을 (한국에 있을 때) 같은 반을 들었던 사람이자 영화 감독이기도 한 친구를 만나서 이런저런 영화 이야기를 하다가, 뭔가 홍상수의 영화는 앞과 뒤가 연결되는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자기전에 바로 앞의 <당신 얼굴 앞에서>를 감상했다. 흠... 그런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