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7.02 한

by soripza

나만의 방에서 하루를 보내고 맞았다. 침대가 오래되었는지 허리가 조금 아팠지만 몸을 다시 가다듬고 장벽공원으로 가서 첫 번째 야외 달리기를 했다. 저번주에 치킨을 먹고 밤에 왔을 때에는 공원이 정말 큰 줄 알았는데, 막상 달려보니 그렇게 길지 않음을 깨달았다. 오늘은 코스를 익히는 마음으로 5분 뛰고 걷는 프로그램으로 달렸다. 소득이 있다면, (미쳐 지도에서 못 봤었던) 슈퍼마켓 ALDI를 발견 할 수 있어서 좋았다. 걸어서 5분 정도 거리에 유기농/바이오 제품을 파는 마트만 보여서, 슈퍼마켓을 가려면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가야하나, 라고 생각했는데 쪼금 더 걸어야 되지만 어쨌든 슈퍼가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을 했다.


집에 돌아와서는 식기세척기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설거지보다 세척기가 물을 더 아낄 수 있다는 점, 석회수가 수돗물인 유럽에서는 식기세척기가 오히려 접시의 부식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을 접했었고, 숙소에도 빌트인으로 장치가 들어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제 집에 왔을 때는 전원이 잘 켜지고 조금 냄새가 나네… 안에 소금기가 조금 꼈네…라고 생각했었는데, 공부하면서 다시 상태를 보니 상태가 별로 좋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세척기가 자동으로 수돗물의 경도(물에 들어있는 염의 농도)를 판별하여, 물의 경도를 낮추어 연수로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세척기 내부 시스템에 고농도의 경수(농도가 높은)가 필요했다. 그런데 거기에 필요한 염도 부족하다고 알람이 떴었고, 세척기에 필요한 린스도 다 없다는 알람도 떴다. 그래서 결국 나는 오늘의 쇼핑리스트에 식기세척기용 쏠트/세제/린스를 추가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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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세면대를 보고도 놀라고 말았다. 어제 잠시 숟가락을 사용하고 흐르는 수돗물로 씻은 다음 올려놓았을 뿐이었는데, 스테인리스 위에 소금기 같은 것이 남아있었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상황이어서 놀랐다. 이것이 석회수의 위력인가… 하면서 앞으로의 생활이 쉽지 않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점심에는 가족 및 친구들과의 영상통화가 준비되어 있어서 식기세척기에 대한 공부와 매뉴얼 정리를 마친 후 밖으로 나갔다. 미리 찾아놓은 Wifi가능한 카페를 찾아가서 앉았고, 삭슈카와 맥주 한 잔을 시킨 뒤 먹방을 하면서 통화를 차례대로 마쳤다. 점점 더 독일어를 말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을 생각해 볼 때, 이렇게 사람을 바라보고 한국말을 할 수 있는 시간들이 소중하다.


통화가 끝나고는, 다시 쇼핑을 위해 쇼핑센터로 향했다. 이번엔 Rossman이라는 가게에 가서 세척기 관련 제품을 샀고, Saturn이라는 전자제품 파는 곳에서는 브리타와 비슷한 제품을 구입했다. (원래 아는게 브리타 밖에 없어서 브리타를 사려고 했는데 없었다.) 오늘도 자세히 계산하지 않았지만 거의 10만원을 생필품비로 산 것 같다. 이것이 초기 정착 비용이겠지… 그렇게 쇼핑을 마친 뒤 집으로 돌아오니 저녁때가 됐고, 식기세척기의 필터를 청소한 뒤에 염과 린스를 보충하고 작동이 잘 되는 지를 확인했다. 작동은 다행히 잘 됐지만 역시나 문제는 세척기 내부의 석회. 나중에 유투브로 찾아보니 식기세척기 내부를 청소할 수 있는 제품도 따로 있어서 그것은 월요일날 하기로 생각했다. 레몬이나 식초도 가능하지만, 일반 가정집이 아니니까 조금 더 비싸더라도 세척 전용 세제를 사야겠지. 그리고 팬도 하나 사야됨을 깨달았다. 오븐 안에 숨겨져 있던 팬도 너무나 닳아 있어서… 여기에 음식을 해먹는게 깨림찍 했다. 냄비도 바닥에 석회낀 자국이 가득해서. 아무래도 이번주는 마트에서 바로 사먹을 수 있는 음식을 사고, 나머지 시간은 청소를 열심히 해서 차주에는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진 2022. 7. 1. 22 05 25.jpg


둘째날 밤은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앞으로 있을 고생의 시간 때문이었는지, 점심에 마신 커피때문일지는 모르겠다. 저녁에 샌드위치와 곁들여 먹은 닥터페퍼(아마도 여기도 카페인이 있었겠지?)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런 기회를 통해 실제 삶을 살아갈 때 꼭 필요한 생활력이 늘어나는 거라고 생각하니 좀 나았다. 오늘은 여기까지. 내일은 베를린에서 매달 첫 번째 일요일마다 지정된 박물관/미술관이 무료로 개방하는 날이니, 적절한 곳을 골라서 가볼 생각이다. 내일은 먹고 싶은 것도 먹고 문화력을 충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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