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는 생각이 많아진다. 다음날은 다시 학원을 나가는 날이고, 이틀 간의 휴일이 끝나는 날이기 때문이다. 아침에 조금은 게으르게 일어나서, 오늘은 공부를 해야할까 말까 고민한다. 하지만 결국은 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다. 하지만 바로 하지는 않고, 그래도 일요일이니까 바깥에 나가 늦은 아침정도는 사먹을 수 있겠지하고 나간다. 그래서 오늘은 (사실은 일기가 밀려서 수요일날 쓰고 있는 상황이지만) 집에서 15분쯤 걸으면 있는 문화의 양조장(Kulturbraurei)에 갔다. 매주 일요일마다 세계 길거리 음식 Festival이 열리는 것만 알고 있다가 거의 한 달 만에 가게 되었다. 하지만 축제...와는 다르게 푸드트럭 열 대 정도가 널찍하게 들어앉아서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음식도 있었지만, 요상하게도 비건용 야채튀김과 노비건용 매콤한 탕수육이 있었고, 그래서 나는 우즈베키스탄 음식을 골랐다. 볶음밥과 시금치가 들어간 만두를 10유로를 주고 먹었는데, 나쁘지 않았지만 아쉬웠다. 이 가격에 이 맛이면 조금 아쉬운 느낌? 한편으론 이렇게 받아야 저분들도 먹고 살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아쉬웠던 건 사실이다. 그때는 오후 두 시쯤 됐고, 뙤양볕이 내리째는 나무탁자에 홀로 앉아 호로록 해치워버리고, 집으로 다시 들어가는 길에 맥주 두 병을 샀다. 그리고 오자마자 더워서 한 병을 마시면서 문법 책을 풀었다. 그 뒤로는 식곤증과 알코올 기운 그리고 적당히 나른한 햇빛이 들어와 두 시간 정도 낮잠을 잤고, 저녁에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교재에 있는 독해문제를 풀었다. 이 날은 별로 기억할 만 한 것이 없다. 조금씩 성장한다는 것이 있다면, 이제는 학원에서 집을 왔다갔다 할 때 핸드폰으로 딴짓을 하면서 가도 저절로 발걸음이 가진다는 것. 역에서 집에 올 때 있는 Späti(늦게까지 문을 여는 간이 상점) 아주머니가 날 알아본 다는 정도? 조금씩 나의 존재가 이곳에 각인이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