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여행기 1

NRW

by soripza

첫날

동생도 2월 초에 독일로 왔다. 동생도 나처럼 독일에서 무언가를 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나와 다른점이 있다면, 나는 우선 '공부'를 독일에서 하고 일도 해보는 것이 목적이었는데(물론 이민생각을 안한 것은 아니지만), 동생은 학업이던 직업교육이던 여기에 정착하는 것을 목표로 잡은 것 같다. 유럽에 온 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하필 가는 날 KLM항공편이 취소되어서 에미리츠항공으로 변경했고, 원래 스키폴에서 환승을 할 예정이었지만 두바이에서 경유하여 뒤셀도르프 공항에 도착했더랬다. 동생이 있는 곳은 보훔이라는 도시로 NRW(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 지역에 있다. 동생이 떠나기전, 미리 이야기를 해서 설날을 같이 보내기로 했고, 나는 거기에 맞추어 월요일날 장장 7시간에 걸쳐 바이로이트를 떠나 보훔에 도착했다. 가끔 이렇게 기차로 긴 여정을 하면 한국 땅이 크지 않다는 것을 실감한다.



보훔 숙소는 아파트형으로 생긴 레지던스였고, 체크인은 무인으로 하면 됐다. (로비조차 건물에 없었다.) 나는 짐을 풀고 동생에게 줄 것을 챙겨 동생이 있는 호텔로 향했고 동생은 그런 나를 찍었다.


동생은 아직 집을 구하지 못한 상태라 계속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내가 도착한 날에도 집을 보러가는 일정이 있었는데, 내가 그냥 같이 가자고 해서 같이 갔다. 중앙역에서 조금 떨어진, 가족단위가 사는 조용한 동네였는데, 두 명이 사는 쉐어하우스였다. 한명이 이사를 나가서 한명을 구하고 있는 상태였고, 만약에 들어가면 살게될 친구는 이라크에서 독일로 온 친구였다. 약간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방 설명을 듣고 거실에서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는 에센에서 학사를 시작하여 거의 마쳐가고 있는 상태였고, 지금은 보훔에서 Working student로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아이스 브레이킹을 좀 더 할겸 내가 무얼 전공했는지 물었고 Civil Engineering이라고 했다. 도시공학 쪽이냐 물었는데 화재시스템 쪽 회사를 다니면서 그거에 관심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집의 화재경보시스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라고 회심의 위트...를 날렸고 다행히 그친구도 동생도 환하게 웃었다. 그날은 바람잡이 역할을 열심히 했고 (원래 이런사람이 아닌데 독일와서 이방인으로 살다보니 뻔뻔함이 늘었다. 나이탓일지도...) 지금 현재기준으로 이야기가 잘 오갔는지 집주인과도 계약날짜를 잡았다고 들었다. 저녁에는 설날 기념으로 아시안마트에서 산 만두와, 내가 가지고온 코인육수를 넣고 야매만두국을 끓여먹었다.



내숙소에서 동생숙소로 갈때 있었던 의미심장한 이름의 영화관


이틀차

뒤셀도르프에 가기로 했다. 뒤셀도르프는 보훔에서 지역열차(RE)를 타면 40분쯤 걸리는 곳에 있었다. 이전에 독일 일주를 했을 때 왔던게 마지막이라, 이 도시는 16년 만이었다. 무엇이 달라졌는지 보고싶었지만 16년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참고로 뒤셀도르프는 일본인들이 많이 살아서, 차이나타운마냥 일본거리라는 것이 중앙역 앞에 있다. 베를린에서 알게된 일본인 친구한테 미리 물어봐서, 뒤셀도르프 맛집을 물어봤고, 도착하자마자 한 군대에서 점심을 먹었다. 동생도 이미 독일음식이 맛없는 것을 일찍 알아버려서 이집 음식이 밖에서 사먹는 느낌이지만 맛이 훨씬 좋고 덜 짜다고 하면서 만족스런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고선 시내 돌아다니면서 구경을 했다... 건담 팝업스토어가 있다고 들어서 가봤지만 만들고 싶은 모델은 딱히 없어서 구경만 20분 넘게 하다가 나왔다.

쇼핑몰에 있었던 귀여운 인형들...

배가 좀 꺼지고 이번엔 말차 종류를 파는 카페에 들어갔다. 여기도 친구가 추천해준 곳.

녹색에 녹색을 또 타는 기행을 보여주고 있었다

녹색이 들어간 음식이 요새 인기인가 싶었다. 예전에 어딘가에서 본 적이 있는데, 일본에서 전세계의 녹차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것때문에 환경파괴가 일어난다고도 했던것 같은데... 나중에 팩트체크를 해봐야겠다. 동생과 나는 말차라떼 두잔과 호지차 롤케잌 한조각을 시켜먹었다. 호지차도 녹차로 만든거라는걸 저날 처음 알았다.

저녁은 뒤셀도르프에 있는 하나로마트(!)에서 산 김치전과 김밥 그리고 라면을 끓여 먹었다. (동생 숙소에서) 그리고 말을 좀 하다가 헤어지고 내 숙소로 들어왔다. 확실이 NRW쪽은 큰 도시들이 많고 아시안들도 많이 살아서 바이에른 쪽 보다 인프라가 훨씬 더 좋다는 걸 느꼈다. 이런 곳에서 시작할 수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숙소에 돌아와선 논문 데이터 분석에 필요한 코드를 짜면서, BGM으로 센과치히로를 숙소TV로 틀어놨다. 나도 일하고 싶은 곳이 있는데 약간 어긋난 것 같아 조금 슬픈 상황이다.


삼일차

숙소 근처에 힙해보이는 카페에서 브런치를 먹었고 근처에 있던 (또)일본식 카페로 가서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했고, 오후엔 각자 쉬다가 저녁은 근처 도시인 에센에 가서 먹기로 했다.


저녁식사 장소는 에센 중앙역 바로 앞에 있는 새로생긴 몰(?) 같은 곳의 1층 푸드코트에서 한국식 치킨을 파는 곳에서 밥을 먹었다. 중간에 아나톨와 버크와 영상통화를 했다. 내가 동생을 만나러 간다고 하니, 동생이 궁금한지 만나면 통화를 한번 하자고 해서 한거기도 했다.

외국인이 한국에 오면 가는 코스처럼 보였다.
sa-lang & kyeo-lon...
bi chu
jon mat

밥을 먹은 후엔 근처 시내를 돌아다녔는데, 탈리아라는 독일판 교보문고로 들어갔다가 언어쪽 섹션에 한글 학습지가 있어서 봤다. 내용이 너무 웃겼다. 독일에선 사랑이란 것은 꽃을 주면서 경쟁해야 하는 것인가? 쉽지않았다. 존맛을 Verdammt lecker라고 한건 적절하다 생각했다. verdammt는 사실 '제길'정도라고 생각하는데, '존나' 부분을 직역할만한 더 센 표현이 생각나진 않았다.


동생 숙소에 돌아오고 나선, 마침 쇼트트렉 여자 계주 3000m결승이 있어서 같이 봤다. 한국이 금메달을 땄다. 작별인사를 하면서, 앞으로 잘 지내라고, 잘 할거라고 토닥여줬다.


넷째날

원래 동생이 이날 오전에 남자친구(보훔에 작년 11월부터 먼저 와있다)와 쾰른에 가기로 했었다. 그래서 사실 삼일차 저녁에 호텔에 데려다주고 거기에서 마지막 인사를 했는데, 눈이 많이 와서 동생이 안가기로 했단다. 그래서 나는 (구질구질하게) 내가 베를린으로 가는 기차를 타기전에 버거킹에서 또 보자고 했다. 기차 시간 까지 햄버거 세트 하나를 먹고 커피도 한 잔 마셨다. 중앙역으로 향하면서 돈을 조금 쥐어줬는데 내가 무슨 돈이 있어서 이런걸 주냐고 처음에 튕겼다. 그래도 한번 더 권하면 받아야지 하면서 받아갔다. 왠일로 DB가 이번 NRW여행에서는 나에게 속을 썩이지 않았다. 지연, 연착도 없고 열차가 취소되지도 않았다. 사실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잘 안돌아다닐 평일 낮 기차여서 그럴 수도 있다. 나는 그렇게 베를린으로 항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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