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법 이야기
문법(文法)이란 무엇일까요? 왜 영어 시간에 복잡한 말들을 써가며 문법을 가르치는 걸까요? 이런 경우에는 이렇게 쓰고, 저런 경우엔 저렇게 쓰고, 어떤 경우에는 어떻게 쓰라고 하니 정말 혼란스럽습니다. 때로는 뭔가 수학 공식 같기도 하죠. 화살표로 왔다 갔다 하기도 하고 더하기나 등호 같은 기호를 쓰기도 하죠. 이 문장을 저 문장으로 바꾸기도 합니다. 생략도 많이 합니다. 그런데 예외도 엄청나게 많아요. 시험에서는 ‘어법상 틀린 걸 고르시오’라고 묻는 문제가 단골입니다.
문법은 보통 ‘말 또는 문자를 사용하는 규칙’이라고들 말합니다. 사실 ‘규칙’이라는 말이 정확한지는 모르겠습니다. 어떤 문법은 지키지 않고 문장을 말하더라도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크게 바꾸지 않습니다. 반면 어떤 문법은 잘못 사용하는 경우 의미를 크게 훼손하기도 하죠. 특히 영어와 우리말 문법도 큰 차이를 보입니다. 이번 장에서는 문법은 무엇인지, 우리는 영어 문법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다뤄야 하는지, 그래서 문법을 왜,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에 관해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주 오래전 문자를 쓰기 시작하고 나서 말과 문자를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생겼습니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문학 작품에 쓰인 글을 이해하기 위한 수단으로 문장을 분석하고 문법을 연구했죠. 16세기에 들어 과거 라틴어로 된 글을 분석하면서 영어 문법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점점 영어 문법에 대한 해석은 복잡해져 갔습니다. 심지어 영어 문법 지식을 가졌다는 것에 대한 특권 의식도 생겨났죠. 높은 계급의 사람들이 쓰는 표현 방식을 따르자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이런 문법을 지키지 못하고 말을 하면 배우지 못하고 교양이 없는 사람이라 여기는 사람도 생겨났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을 ‘말은 이렇게 써야 한다’며 ‘규범 문법(prescriptive grammar)’을 강조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영어 문장에서 두 번 부정을 하지 말라는 문법이 있었습니다. ‘부정을 한다’는 말은 보통 not이나 no, never와 같은 표현을 써서 ‘그렇지 않다’고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1) I don’t have no idea(나는 잘 모르겠어).
와 같은 문장에는 don’t(do not)와 no idea 두 군데를 부정하고 있기 때문에 틀렸다고 주장합니다. 또는, 문장을 전치사(뒤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로 끝내면 안 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들의 주장이 맞다고 생각하나요? 아마 대부분은 고개를 갸우뚱하실 겁니다. 네. 언어를 꼭 이렇게 써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말은 끊임없이 변합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이렇게 하라고 바꾸지 않습니다. 자연스럽게 그렇게 바뀌게 되는 것이죠. 같은 언어를 쓰던 사람들도 멀리 떨어져 사로 만나지 않으면 억양이나 표현이 달라지게 됩니다. 우리는 이를 방언(dialect)이라 부르죠. 어떤 언어가 다른 언어에 비해 더 뛰어나거나 떨어지지 않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언어학자들은 실제 어떤 언어가 어떻게 쓰이는지 방대한 데이터를 모아 분석하게 되었습니다. 실제 한 언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이 어떤 말을 하는지를 분석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공통으로 사용하는 표현 방식을 찾아냅니다. 단어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발음과 철자는 어떻게 소리 내고 쓰는지, 단어는 어떤 순서로 배열하는지, 표현은 각각 어떤 의미를 지니고, 또는 어떤 의도를 가지고 말을 하는지 등을 연구하죠. 이를 ‘기술 문법(descriptive grammar)’이라고 부릅니다. 이 기술 문법학자들의 목표는 그래서, 사람들의 머릿속에 어떤 지식이 있길래 모든 사람들이 거의 예외 없이 최소 하나의 모국어를 배우고 유창하게 말할 수 있는지 알고 싶어 합니다. 1살, 2살 아이가 한 단어, 두 단어를 말하기 시작하다가 어느 순간 풍성하게 말을 할 수 있게 되는 과정은 정말 신비롭고 놀라운 일이거든요. 그래서 언어학자들은 모든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언어를 배울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인 ‘보편 문법(Universal Grammar, UG)’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는 이미 우리말을 모국어로 가지고 있고, 외국어로서 영어를 새롭게 배워야 하는 입장입니다. 그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꼭 지켜야 하는 ‘규범 문법’과도, 언어학자들이 분석하는 ‘기술 문법’과도 조금 떨어져 있습니다. 모국어를 배우는 신비로운 어린 시절을 지난 우리는, 이미 하나의 모국어를 가지고 있는 우리는, 영어를 매일매일 어쩔 수 없이 접해야 하는 미국이나 영국에서 살고 있지 않는 우리는, 영어를 배우기 위해 조금 특별한 문법이 필요합니다. 이를 ‘학교 문법(teaching grammar)’이라고 합니다.
이미 우리말을 모국어로 알고 있는 우리는 영어를 배우면서 우리말과 연결하거나 비교할 수 있습니다. ‘book’이란 영어 단어는 ‘책’이라는 우리말과 연결할 수 있습니다. 또는, 아래와 같이 영어 문장과 우리말 문장을 비교할 수도 있습니다.
(2) The dog is chasing the cat.
(3) The cat is chasing the dog.
(4) 강아지가 고양이를 쫓고 있다.
(5) 고양이를 강아지가 쫓고 있다.
(2)와 (3)의 영어 문장은 단어가 배열된 순서가 다릅니다. 그래서 서로 정반대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반면, (4)와 (5)의 우리말 문장은 단어가 배열된 순서에 차이가 있지만 의미는 같습니다. 정리하자면, 우리말 문장 (4)와 (5) 모두 영어 문장 (2)와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말과 영어의 문법 차이 때문입니다. 영어는 문장 속에서 단어의 순서가 굉장히 중요한 언어입니다. (2)에서 ‘the dog(강아지)’가 ‘is chasing(쫓는 중이다)’이라는 말의 앞에 있고 ‘the cat(고양이)’은 뒤에 있습니다. (3)은 강아지와 고양이가 오는 순서가 (2)와 반대입니다. 그래서 (3) 영어 문장은 ‘고양이가 강아지를 쫓고 있다’가 맞습니다. 이와는 다르게, 우리말에서는 단어의 배열 순서보다는 각 단어 마지막 말이 의미를 결정하는데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4)와 (5) 문장 모두 ‘강아지가’와 ‘고양이를’이라고 표현하며 각각 ‘가’와 ‘를’이 붙었기 때문에 순서와 상관없이 두 문장의 의미는 영어 문장 (2)와 같습니다.
우리는 몸으로 부딪히며 영어를 끊임없이 듣고, 말하고, 읽고, 쓸 수 있는 환경에 있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능동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저 학교와 학원에서 일주일에 3시간에서 4시간 정도 영어를 접하게 됩니다. 이렇게 아주 많이 사용하지 못하는 환경에서 학교 문법은 우리의 영어학습을 도울 수 있는 유용한 도구입니다. 영어 단어가 우리말로 어떤 뜻을 가지는지, 어떤 영어 표현은 우리말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영어와 우리말은 어떤 차이를 지니는지 등을 좀 더 개념적으로 설명해 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외국어로서 영어를 배우기 위해서는 때로 이런 학교 문법을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왜 꼭 문법을 배워야 하는지 납득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