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리고 어떻게 문법을 배워야 하나요?

영문법 이야기

by 댄스댄스댄스


왜 우리는 영어 문법을 배워야 할까요? 이 질문에 관해 이야기하기 전에 우선 앞 장에서 언급한 ‘보편 문법(Universal Grammar, UG)’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언어학자들은 우리가 태어날 때 문법에 관한 어떤 지식이나, 적어도 그런 문법을 배울 수 있는 방법 같은 것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추측했습니다. 그것 말고는 어린 시절 인간이 그렇게 쉽고 빠르게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는지 설명할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은 우리말을 정말 자연스럽게 유창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그럼 한 가지 질문을 해보겠습니다.


Q. 여러분은 한국어 문법을 잘 아시나요?


‘예’라고 답하신 분도 있을 테고, ‘아니요’라고 답하신 분도 있을 겁니다. ‘문법’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두 가지 대답 모두 정답이라고 할 수 있거든요.


친구들과 1, 2시간 수다 떠는 일은 즐거운 일입니다. 책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은 경험은요? 우리는 이 단어는 어떤 단어 앞에 말해야 하는지, 이 말 뒤에는 무엇을 붙여야 하는지를 크게 고민하지 않습니다. 그저 듣거나 말하거나 읽는 내용에 관심을 갖죠. 이런 면에서,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우리들 모두는 한국어 문법에 통달한 전문가입니다. 왜냐하면 의식하지 않고 우리말을 유창하게 끊임없이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을 어떤 어려움 없이 이해하고 반응할 수 있고요. 적절한 수준의 책은 편하게 읽으며 이해할 수 있고, 때로는 소셜미디어에 올릴 글도 잘 쓸 수 있습니다.


이는 처음 우리말을 배울 때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 머릿속에 바로 위에서 언급한 ‘보편 문법’을 기초로 한 한국어 문법이 튼튼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이미 뇌 속에 문법이 있기 때문에 우리말을 유창하게 표현하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죠. 우리는 이를 ‘언어 지식(knowledge of language)’이라고 말합니다. 태어났을 때 ‘보편 문법’을 이미 가지고 있었고, 아주 어릴 때 우리말을 많이 들었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 한국어 언어 지식, 즉 문법을 잘 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틀린 문장을 보여주고 이 문장이 왜 틀렸는지 누군가 묻는다면 아마 쉽게 설명하지는 못할 겁니다. 이런 면에서 거꾸로 우리는 한국어 문법을 잘 알지 못한다고 말할 수도 있는 것이죠. 우리는 그저 이 문장이 틀렸다는 느낌만 가질 뿐입니다. 왜 그렇게 쓰는지 설명을 못 할 뿐입니다. 이는 ‘언어에 관한 지식(knowledge about language)’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들어본 적 있는 ‘명사,’ ‘주어,’ ‘부사’와 같은 방식으로 문장을 설명하는 일이죠. 다시 말하자면, 이 언어에서 단어는 어떤 순서로 나열되어야 하는지, 옳은 문장과 그렇지 않은 문장이 왜 옳고 틀렸는지와 같은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지식을 뜻합니다.


조금 힘겹더라도 한 걸음 들어가야 합니다. ‘언어 지식’은 ‘절차적 지식(procedural knowledge)’에 포함됩니다. 그리고 ‘언어에 관한 지식’은 ‘선언적 지식(declarative knowledge)’에 속하죠. 표현이 조금 어려워 보이지만 다음 예를 생각해 보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절차적 지식은 어떻게 하는지 아는 것, 우리가 실제로 몸으로 할 수 있는 행동을 뜻합니다. 아마 여러분 중 많은 분들이 자전거를 탈 수 있을 테지요. 내가 자전거를 탈 때 어떻게 타는지 상상해 보세요. 혹시 자전거를 탈 때 페달을 밟는 양다리의 힘과 자세, 원운동을 항상 생각하나요? 방향을 바꾸려고 핸들바를 돌릴 때 각도를 얼마나 돌리고 몸은 어떻게 기울이고 오른팔과 왼팔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고민하나요? 자전거 타기가 익숙한 이들은 이런 행동을 거의 의식하지 않습니다. 수영이나 축구 같은 운동은 어떤가요? 아니면 기타나 피아노 같은 악기는 또 어떻게 연주하나요? 또 게임을 할 때나 문서 작업을 할 때 키보드는 어떻게 치나요? 이런 행동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거나 깊이 생각하지 않고도 능숙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우리가 절차적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반면 선언적 지식은 무엇인지 아는 것입니다. 즉, 머릿속에 기억하고 있다가 꺼내서 말로 설명할 수 있는 지식이나 정보를 의미합니다. 수학 공식이나 사회나 과학 시간에 배우는 정보 같은 것들입니다. 예를 들어, ‘상대성 이론을 만든 사람은 누군가요?’라고 묻는다면 ‘아인슈타인’이라고 답할 수 있습니다. 또는, ‘우리나라는 언제 독립하였나요?’라는 질문에 ‘1945년 8월 15일’이라고 답할 수 있는 경우입니다. ‘영어 문장에서 보통 제일 앞에 오는 말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주어’라고 답할 수 있다면 우리는 영어 문법에 관한 선언적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네. ‘언어에 관한 지식,’ 즉 맞고 틀린 문장을 설명할 수 있는 지식 역시 선언적 지식입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절차적 지식과 선언적 지식이 서로 왔다 갔다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선언적 지식은 연습(practice)을 통해 절차적 지식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드럼을 연습할 때, 처음에는 악보를 보며 손과 발을 이용해서 북과 심벌을 아주 천천히 칩니다. 그때 어떤 북은 어떻게 치고, 스틱은 어떻게 잡고, 페달은 어떻게 밟는지 하나하나 신경을 쓰게 됩니다. 그러나 이를 수없이 반복하게 되면 어느 순간 생각하지 않고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게 됩니다. 속도는 빨라지고, 박자는 정확해지고, 리듬은 경쾌해지게 되죠. 이를 ‘자동화(automaticity)’라고 합니다. 반면, 배드민턴 선생님이 학생을 가르쳐야 하는 경우에는 라켓을 쥐는 법, 팔을 휘두르는 법, 몸을 움직이는 법을 차근차근 설명해야 합니다. 즉, 배드민턴 전문가가 가지고 있는 절차적 지식을 설명할 수 있게 선언적 지식으로 전환하게 되죠.


지금까지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문법’은 두 가지 지식을 뜻합니다. ‘언어 지식’은 우리가 어릴 때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자연스럽게 배운 절차적 지식입니다. ‘언어에 관한 지식’은 ‘언어 지식’을 가지고 있는 언어가 어떻게 쓰이는지를 ‘설명’하는 선언적 지식입니다. 즉, 우리가 ‘문법’이라는 말을 쓸 때는 상황에 따라 때로는 우리 머릿속에 있는 ‘언어 지식’을 말하기도 하지만, 그 지식을 설명하기 위한 ‘언어에 관한 지식’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연습을 통해 ‘언어에 관한 지식’은 ‘언어 지식’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언어 지식’을 설명하면서 ‘언어에 관한 지식’으로 바꿀 수도 있습니다.


처음에 한국어 문법에 관해 질문을 해보았습니다. 이번에는 영어 문법에 관해 물어보겠습니다.


Q. 여러분은 영어 문법을 잘 아시나요?


어떤 대답을 떠올리셨나요? 아마 정말로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면 대부분 ‘아니요’라 답했을 듯합니다. 네. 우리는 영어에 관한 ‘언어 지식’도, ‘언어에 관한 지식’도 부족합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대부분의 학생들이 어린 시절 영어를 모국어로 배우지 못했습니다. 모국어인 한국어의 ‘언어 지식’을 배우느라 바빴거든요. 그래서 영어에 관한 ‘언어 지식’이 부족합니다.


인간이 언어, 특히 모국어를 놀라울 정도로 완벽하게 배울 수 있는 시기는 아주 어린 시절입니다. 그 시기가 언제부터 언제까지인지는 사람들마다 다르게 말하고 있지만 대략 사춘기를 지나면서 그 능력이 점점 사라진다는 점에는 큰 이견이 없습니다. 한편으로 우리가 일찍 영어를 배우기 시작한다 하더라도 이미 우리말에 관한 문법 지식이 방해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조금은 어려운 지식 이야기를 다시 하자면, 나이가 들면서 새로운 분야에 관한 절차적 지식을 배울 수 있는 능력은 떨어지게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선언적 지식을 먼저 배우고 차근차근 연습을 해 나가야 하는 것이죠.


영어에 관한 ‘언어 지식’이 부족한 우리는 그래서, 첫 시작으로 ‘영어에 관한 지식’을 배워야 합니다. 그리고 이때 우리가 말하는 ‘영어에 관한 지식’이 바로 앞으로 여러분께 소개할 수많은 영문법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절대 착각은 하면 안 됩니다. 앞으로 소개할 영문법‘만’ 열심히 공부하면 영어를 잘할 수 있다고 확신하지 말기 바랍니다. 외국어로서 영어를 배울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찾은 연구들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뽑은 것은 ‘단어’와 ‘문법’입니다. 이미 눈치가 빠른 분들은 아시겠지만, 여기서 말하고 있는 ‘문법’은 ‘언어에 관한 지식’이 아니라 ‘언어 지식’을 뜻합니다. 즉, 영어를 의식하지 않고 잘할 수 있는 절차적 지식을 갖는 일이 중요합니다.


영어에 관한 선언적 지식, 다시 말해, 영어 문법을 잘 설명하는 것이 영어를 잘하는데 엄청나게 도움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저 첫 시작에서 영어 문장을 조금씩 이해할 수 있게, 그래서 띄엄띄엄 글을 읽어나갈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만을 할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소개할 영문법은 다양하고 복잡한 문법을 아주 세밀하게 꼼꼼하게 설명하지는 않으려 합니다. 여러분들도 영문법을 성스럽게 신봉하며 복잡한 지식을 모두 외우려고 하지 말기 바랍니다. 대신에 영어를 더 많이 읽고 들으려 노력해야 합니다.


또 하나 문법을 공부할 때 명심해야 할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 어떤 식으로 말해 왔는지를 관찰하고 기록한 것이 문법입니다. 그리고 이를 영어를 외국어로서 공부하는 우리의 학습을 도와주기 위해 규칙으로 일반화하고 정리한 것이 학교 문법이라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언어 지식’을 가진 우리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입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 역시 불완전합니다. 우리가 배우는 영어 문법을 정확한 수학 공식처럼 여기면 안 됩니다. 우리가 접하게 될 문법은 수많은 예외와 다양한 쓰임, 명확하게 정의되지 못하는 개념이 차고 넘치는 복잡하고 답답한 존재입니다. 문법을 공부할 때 꼭 이 점을 기억해 주기 바랍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문법이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