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법 이야기
우리는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언어를 사용합니다. 언어를 통해 다른 이에게 의미를 전달하여 이해시키고, 반대로 다른 사람의 생각을 우리가 이해하기도 합니다. 즉, 언어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의사소통(意思疏通, communication)입니다.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우리는 수없이 많은 단어들을 어떤 규칙(문법)을 가지고 합치고 배열합니다.
마치 벽돌로 집을 짓는 것과 같습니다. 철근으로 구조를 세우고, 수없이 많은 벽돌에 시멘트를 바르고 하나씩 하나씩 쌓아 나갑니다. 나무로 틀을 짜고 유리창과 문을 답니다. 때로는 자그마한 실수로 벽돌을 잘못 쌓기도 합니다. 실수가 심각하면 집이 무너질 수도 있죠. 그러나 완성된 집은 우리에게 안락한 공간을 제공합니다. 이처럼 대화를 할 때도, 글을 쓸 때도, 우리는 단어를 쌓아 나갑니다. 때로 실수를 하여 오해를 만들고, 대화가 단절되기도 합니다. 생각하는 바를 제대로 담지 못해 좋은 글을 쓰지 못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의미가 잘 전달된 대화나 글을 통해 우리는 소통하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벽돌 하나하나가 쌓여 집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단어 하나하나가 쌓여 대화, 또는 완성된 글이 만들어집니다. 집을 짓는 재료가 되는 벽돌처럼 개별 ‘철자’와 그에 해당하는 ‘소리’가 모여 ‘단어(word)’가 됩니다. 물론 단어 이전에 형태소(morpheme), 또는 음소(phoneme)라는 개념이 있지만, 여기에서는 단어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겠습니다. 그리고 어떤 정해진 순서에 따라 단어를 배열하고 묶게 됩니다. 몇몇 단어가 모인 것을 우리는 ‘의미의 덩어리,’ 또는 ‘구(phrase)’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 의미의 덩어리들이 모여 마침내 ‘문장’이 됩니다. 벽돌과 구조물을 튼튼하게 붙여주고 연결시켜 주는 시멘트처럼 단어와 의미의 덩어리를 배열하고 나열하는 방식이나 순서가 바로 ‘문법’입니다. 문장들이 모여 좀 더 커다란 하나의 의미가 생기면 이를 ‘문단’이 되고, 그 문단, 좀 더 큰 의미들이 모이게 되면 ‘대화’나 ‘글’이 됩니다. 다만, 이 책에서는 단어와 문장, 또는 문장 몇 개 정도의 범위 내에서만 문법을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1) She bought a book.
위 (1) 문장에서 벽돌과 시멘트를 한번 찾아볼까요? 우선 (1) 문장은 ‘She(그녀),’ ‘bought(샀다, buy의 과거형),’ ‘a(한),’ ‘book(책)’의 4 단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a’와 ‘book’이 친하기 때문에 ‘a book(책 한 권)’이라는 의미의 덩어리를 이룹니다. 그리고 마침내 ‘She’를 포함하여 하나의 문장이 됩니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좀 큰 문제일 듯한데요. (1) 문장의 뜻을 그대로 우리말로 해석하면 ‘그녀 샀다 책 한 권’인데요. 잘 이해가 되나요? 뭔가 좀 많이 어색합니다. 주어진 단어를 통해 추측하자면 아마도 ‘그녀는 책 한 권을 샀다’가 되어야 할 듯합니다. 그런데 우리말 조사인 ‘는’과 ‘을’은 어디에 있는 걸까요? 네. 영어에는 조사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1장에서 영어는 굴절이 많지 않고, 그래서 순서가 중요하다고 설명드렸습니다. 나중에 자세히 다루겠지만, (1) 문장에서 ‘bought’를 중심으로 앞에 나오는 ‘She’는 ‘그녀는’이라고 이해하고, 뒤에 나오는 ‘a book’을 ‘책 한 권을’이라고 이해해야 합니다. 조금 다르게 설명하자면, 의미의 덩어리는 다른 단어나 의미의 덩어리와 합쳐져 더 큰 의미의 덩어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bought’와 ‘a book’이 다시 합쳐져 ‘bought a book(책을 한 권 샀다)’라는 의미의 덩어리가 됩니다. 즉, ‘책 한 권’은 ‘사는’ 행동의 목표물이 됩니다. 그리고 ‘She’가 ‘bought’의 앞에 와서 (1) 문장으로 완성이 되며, 이때 ‘그녀는 책 한 권을 샀다’라는 의미로 해석합니다. 다시 말해, ‘그녀’는 ‘책 한 권을 사는’ 행동을 하는 주체가 됩니다.
(2) The boy saw the man with the telescope.
그럼 이제는 (2) 문장에서 벽돌과 시멘트를 한번 찾아볼까요? 우선 (2) 문장은 아래 (3)에서 볼 수 있듯이 ‘the(그),’ ‘boy(소년),’ ‘saw(보았다, see의 과거형),’ ‘man(남자),’ ‘with(함께, 가지고),’ ‘telescope(망원경),’ 총 8개의 단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the’는 총 3번 반복됩니다.
(3) The, boy, saw, the, man, with, the, telescope
그리고 각 단어들이 모여 의미의 덩어리를 이루게 됩니다. 예를 들어, 제일 처음에 나오는 ‘The’와 ‘boy’가 합쳐져 ‘The boy(그 소년)’라는 의미의 덩어리가 만들어집니다. ‘the’와 ‘man’이 ‘the man(그 남자)’이 됩니다. 또한, ‘the’와 ‘telescope’가 합쳐져 ‘the telescope(그 망원경)’가 됩니다. (1) 문장을 설명할 때 언급했듯이 의미의 덩어리는 다른 단어나 의미의 덩어리와 합쳐져 더 큰 의미의 덩어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saw’와 ‘the man’이 함께 ‘saw the man(그 남자를 보았다)’라는 의미의 덩어리가 되고, ‘with’는 ‘the telescope’라는 의미의 덩어리와 합쳐져 ‘with the telescope(그 망원경을 가지고/사용하여)’라는 더 큰 의미의 덩어리가 됩니다.
(4) The boy, the man, the telescope, saw the man, with the telescope, (saw the man with the telescope)
그리고 마침내 이 의미의 덩어리들이 다 함께 모여 (2) 문장이 됩니다. 이 문장은 우리말로 어떻게 해석이 될까요? 놀랍게도 사실 (2) 문장은 두 가지 이야기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어떤 뜻을 가지게 될지 잠시 고민해 보면 좋을 듯합니다. 정답은 (5)와 (6)의 우리말입니다.
(5) 그 소년은 그 망원경을 가지고 있는 그 남자를 보았다.
(6) 그 소년은 그 망원경으로 그 남자를 보았다.
왜 (2) 문장은 때로는 (5)의 뜻을 가지고 있지만 또 다른 상황에서는 (6)의 뜻을 가지게 될까요? 바로 의미의 덩어리끼리 친함의 정도 때문입니다. (4)에 나열한 의미의 덩어리 마지막에 괄호 속 ‘saw the man with the telescope(그 망원경을 가지고 있는 그 남자를 보았다)’ 보이나요? 문법적으로 따져봤을 때, ‘with the telescope’라는 의미의 덩어리는 맥락에 따라 ‘saw the man’과 친한 경우와 친하지 않을 경우, 두 가지 경우가 모두 존재합니다. 두 의미의 덩어리가 친한 경우에는 (5)의 우리말로 이해하게 되고, 친하지 않은 경우에는 (6)의 우리말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6)의 경우로 받아들일 때 ‘with the telescope’는 앞에 있는 ‘saw’와 더 친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의미를 가진 벽돌인 단어가 다른 단어와 뭉쳐 의미의 덩어리, 즉 구가 됩니다. 그리고 그 의미의 덩어리들이 다시 묶여서 하나의 문장이 됩니다. 이때 이 단어들을 연결해 주고 의미와 역할에 따라 순서를 정해주는 시멘트 역할을 하는 것이 문법입니다. 즉, 영어에서 문법이란 단어와 문장, 또는 몇 문장 사이의 관계를 만들어주는 규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황과 맥락에 따라서 한 문장 속에서도 단어들의 관계가 다를 수 있고, 이에 따라 다른 의미를 지니기도 합니다.
그럼 단어와 의미의 덩어리, 그리고 문장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중 첫 번째 단어는 아마 영어 공부를 처음 시작하면서부터 끊임없이 우리에게 부담을 주는 존재입니다. 영어를 배울 때 그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외워야 할 것이 너무 많고 때로는 발음과 억양도 힘들어 우리에게 큰 고통을 안겨 줍니다. 다음 장에서는 영어 단어는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우리는 어떤 단어를 어떻게, 얼마나 배워야 하는지에 관해 함께 고민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