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단어란 무엇일까요?

영문법 이야기

by 댄스댄스댄스

적과 싸우기 위해 강력한 자동 소총을 들고 튼튼한 방탄조끼를 입고 달리는 용감한 군인을 상상해 보세요. 그런데 하필 총알이 없네요. 아무리 좋은 무기를 들어도 정작 총알이 없으면 총을 쏠 수가 없습니다.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요? 없겠죠. 제게 영어를 가르쳐주신 은사님께서 하신 비유였습니다. 그분은 영어 단어를 총알이라 비유하셨습니다. 복잡한 문법을 알아도, 아무리 풍성한 배경지식이 있어도, 실제 우리가 귀로 듣고, 눈으로 읽고, 입으로 말하고, 손으로 쓰는 것은 하나하나의 단어입니다.


영어를 학습하는 데 있어서 단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단어 지식이 영어 학습에 큰 관련이 있다는 연구는 끝이 없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영어 단어 리스트를 수록한 수많은 영어 교재들을 들고 다닙니다. 하루에 30개, 50개 단어 외우기를 계획한 이들도 많죠. 모두가 단어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한두 번 그런 결심을 하고 실패했던 경험이 있지 않나요?


하지만 우리는 정작 단어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지는 않아요. 그저 영어 단어와 그 단어에 해당하는 우리말 뜻을 달달 외우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단어를 안다는 게 무엇인지, 얼마나 많은 단어를 알아야 하는지, 단어는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그래야만 손에 쥘 수 있는 구체적인 영어 학습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부족하기만 한 시간 안에 좀 더 효과적으로 단어를 학습할 수 있습니다. 적절한 상황에서 적절한 단어를 말하거나 쓸 수 있게 됩니다.


단어 학습은 왜 이렇게 중요할까요? 단어는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대상이나 개념을 언어로 표현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우리가 말을 들었을 때 사실 그것은 끊김 없이 연속되는 소리입니다. 그 긴 소리를 자르고 분리할 수 있어야 그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그때 단어 지식이 중요합니다. 들리는 소리가 어떤 단어인지 알아야 어디서 소리를 끊고 어디서 연결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언어학자들은 문법과 소리 정보가 우리가 갖고 있는 단어에 관한 지식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언어 학습은 크게 봐서는 단어를 배우는 것과 같다고 말합니다. 또한, 충분한 단어 지식이 없으면 영어로 된 글도 이해할 수도 없습니다. 즉, 영어로 쓰인 지문을 읽어내고 이해하기 위해서 상당한 양의 단어를 알고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특히나 우리처럼 영어를 외국어로서 배우는 학습자들이 영어를 사용할 때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단어와 관련된 실수라고 합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단어 실수가 문법 실수보다 대략 3배 정도 많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단어를 잘못 사용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하기도 합니다. 단어에 매우 큰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죠. 말을 듣거나 글을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왔을 때 난감했던 기억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선생님들께서 우리가 실수했을 때 제일 많이 고쳐주는 부분도 그래서, 당연히도 단어입니다.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영어 단어를 공부해야 할까요? 사전마다, 학자들마다 주장이 다르지만, 현재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영어 단어는 대략 20만 개 정도라고 합니다. 오래전에 사라진 단어와 학술적인 용어 따위를 포함하면 60만 개 이상이 있다고도 합니다. 경우마다 천차만별이겠지만 일반적으로 초등학교 3학년 정도의 미국인 학생들은 평균 8천 단어에서 1만 단어 정도를 알고 있습니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매년 5천에서 1만 단어를 학습하게 됩니다. 그래서 영어 원어민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3만 5천 단어에서 4만 단어 정도를 기억하고 사용하게 됩니다.


이렇게 원어민의 경우를 말씀드리면 너무 기가 죽을 것 같아 조금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영어 읽기 연구에서 밝혀낸 재미난 사실들입니다. 전문성이 높은 학술적인 글을 제외하고 일반적인 영어 지문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단어는 무엇일까요? 아마 우리 모두 익숙한 단어 일 겁니다. 바로 일반적으로 이미 언급된 사람이나 사물, 동물 같은 것을 말할 때 앞에 쓰는 ‘그’라는 의미를 가진 ‘the’입니다. 한 영어 지문 당 평균적으로 대략 6에서 7퍼센트 등장한다고 합니다. 가장 많이 쓰이는 영어 단어 100개를 가져와서 우리가 읽는 아무 영어 지문에 나오는 단어들과 비교해 보면 대략 글의 44퍼센트 정도를 차지합니다. 여러분들에게도 익숙한 단어들입니다. ‘I,’ ‘you,’ ‘to,’ ‘an,’ ‘will’과 같은 말들이죠.


약 2억 7천만 개의 단어를 분석하여 가장 많이 쓰인 단어 2,809개를 뽑아낸 목록도 있습니다. 신 일반용 어휘 목록(The New General Service List, NGSL 1.2)은 대학을 졸업한 원어민들이 아는 평균 단어 개수의 10퍼센트도 안되지만, 일반적인 영어 지문 전체의 92퍼센트를 차지하는 단어의 목록입니다. 즉, 우리가 접할 수 있는 100 단어로 이루어진 일반적인 영어로 된 어떤 글을 읽어도 92개의 단어는 이 목록에 포함됩니다. 예를 들어, 소설 ‘해리포터’에 쓰인 단어의 93퍼센트, 일반적인 TV쇼의 95퍼센트가 이 목록에 포함된 단어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합니다. 실제 지문에서 쓰이는 횟수가 많은 순으로 등수도 매겼는데요. 1등은 ‘the,’ 2등은 ‘be’로 시작해서 500등은 ‘sign(징후, 간판, 신호 등)’ 1000등은 ‘favorite(가장 좋아하는),’ 마지막 2,809등은 ‘thirst(갈증)’입니다.


그나마 조금 숨통이 트이지 않으신가요? 약 3,000개의 단어만 공부하면 우리가 읽는 영어 글에 쓰인 단어의 대부분을 알 수 있다고 하니 단어 학습의 목표가 조금 명확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영어 읽기에 관한 연구에서 밝혀진 또 다른 이야기인데요. 어떤 지문을 읽을 때 98퍼센트의 단어를 알아야지 혼자서 글을 읽고 전체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 지문의 약 95퍼센트 단어를 아는 경우에는 누군가의 지도가 뒷받침된다면, 그 글을 잘 파악할 수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모르는 단어가 약 15개 정도 있는 300 단어로 쓰인 글을 읽는다고 상상해 봅시다. 선생님이 충분히 설명해 주셨고, 또는 영어 사전에서 모르는 단어의 뜻을 찾을 수 있는 경우라면 그 글을 어렵지 않게 읽고 내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다만, 그 지문의 주제와 관련된 중요한 단어를 모른다면 조금은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글을 읽다가 모르는 단어를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보통 많은 사람들이 앞 뒤 내용과 표현을 바탕으로 뜻을 ‘추측’하라고 가르칩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영어 문제들은 그래서, 고등학교 수준을 아득히 벗어난 단어들을 많이 사용하고(물론 이 중 일부는 문제 아래 별표로 우리말 뜻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실제 수험생들에게 적극적으로 뜻을 추측하여 풀라고 독려합니다. 충분히 오랫동안 연습을 한다면 상당히 도움이 될 수도 있기는 하지만 모르는 단어의 뜻을 추측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새로운 단어가 등장하는 문장의 맥락이 너무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모르는 단어의 뜻을 추측하기 위해서는 그 주변 단어를 거의 전부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추측한 뜻은 정확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어 공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단어 공부가 얼마나 중요한지, 또 얼마나 많은 단어를 알아야 하는지 함께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단어를 안다는 건 정확히 무엇을 아는 것일까요? 단어 지식은 크게 폭(breadth)과 깊이(depth), 두 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폭이란 우리가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단어의 개수, 또는 아는 단어의 수를 말합니다. 그중에서는 때로 귀로 듣거나 눈으로 읽을 때 어떤 단어인지 알기는 하지만 말하거나 쓸 수 없는 단어도 있습니다. 보통은 듣거나 읽을 수 있는 단어의 폭보다 말하거나 쓸 수 있는 단어의 폭이 적습니다.


(1) looks, looked, looking

(2) You look happy today. (너 오늘 행복해 보인다.)

(3) Look at the sky. (하늘을 .)

(4) The police are looking into the accident. (경찰이 그 사고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5) She looks after her younger brother. (그녀는 남동생을 돌봅니다.)

(6) Take a look at this photo. (이 사진 좀 한번 봐봐.)

(7) see, watch, view, stare, gaze…


폭과는 달리 단어 지식에서 깊이란 한 단어를 얼마나 깊이 있게 알고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look(보다/보이다)’이라는 단어를 안다고 할 때, 보통은 단어의 철자와 소리, 뜻을 안다고 판단할 겁니다. 그러나 ‘look’이라는 단어에 관해서는 더 다양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래 (1)에 나열된 말들은 ‘look’이란 단어의 형태 변화입니다. 앞에서 언급했던 굴절이라고 불리죠. (2) 문장에서처럼 때로는 ‘보이다’라는 뜻으로 쓰이지만 (3) 문장에서는 ‘보다’라는 뜻으로 쓰입니다. 또한, (4)과 (5) 문장에서는 각각 뒤에 ‘into’와 ‘after’라는 말과 함께 ‘조사하다,’ ‘돌보다’라는 보는 것과는 조금 동떨어진 뜻을 가집니다. (6) 문장에서는 앞에 ‘a’가 오는데요. 이는 (2)에서 (5) 문장의 ‘look’과는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어 다른 품사로 분류됩니다. 품사에 대해서는 뒤에서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7)에 나열된 단어들은 ‘look’과 비슷한 의미를 지닌 단어들입니다. 이 모든 지식들이 'look'이란 단어를 안다고 할 때 포함되는 것들입니다.


이런 단어의 깊이에 관한 지식들은 단순히 사전에서 찾아본다고 배울 수는 없습니다. 글이나 대화 속에서 자주 만나면서 다양한 쓰임을 접하고, 그 과정을 반복해야 배우게 되는 것들이죠. 실제 단어를 많이 아는 것, 즉 단어의 폭보다 단어를 깊이 아는 것, 즉 단어의 깊이가 외국어 학습에 더 중요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네. 단어를 학습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많이 듣고 많이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많은 단어를 접하고 또 그 단어들의 다양한 쓰임이나 다른 단어들과의 관계 등을 배우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글을 읽을 때, 평균적으로 알지 못했던 단어를 6번에서 7번 만나야 그 단어를 기억할 수 있다고 합니다. 처음 만나서 사전을 찾아보니 이런 뜻이구나, 고개를 끄덕이고 넘어갑니다. 다시 그 단어를 만났을 때는 조금은 친숙해졌습니다. 안타깝게도 뜻은 기억하지 못합니다. 다시 사전을 찾아보고 넘어갑니다. 이런 일이 6~7회 반복되어야지 그 단어를 자신의 지식으로 만들 수 있는 거죠. 그 후에 적극적으로 말하거나 쓸 때 그 단어를 써보면 더 깊이 있게 그 단어를 알게 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우연히 만나는 6번 새로운 단어를 만나기 위해서는 너무 많은 글을 읽어야 하고 너무 많은 말을 들어야 합니다. 많은 학자들이 만약 우리가 1년 동안 백만 개의 단어가 있는 글을 읽을 수 있다면 약 2만에서 4만 개의 새로 배울 단어들을 접할 수 있습니다. 1분에 100 단어 정도를 읽는 속도로 매일 45분씩, 1년에 222일을 공부한다면 2,000개에서 4,000개의 새 단어들을 기억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대충 10권의 단편소설, 또는 25권의 뉴스 매거진 정도의 길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연히 단어를 만나 학습하는 것과 동시에 적극적으로 단어 자체를 공부해야만 합니다. 수준에 맞는 단어장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영어 사전에 나오는 뜻뿐만 아니라 발음과 예문도 공부해야 합니다. 단어들 사이의 관계도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위 (7)에서 ‘look’과 비슷한 뜻을 가진 단어를 찾아 연결하거나 혹은 반대되는 단어도 공부해야 합니다. 단어의 어원과 앞 뒤에 붙는 말들(접사)을 통해 파생되는 단어들도 정리하면 좋습니다. 혹시나 이번 방학에 신 일반용 어휘 목록(NGSL 1.2)의 2,809 단어를 한 번 암기하는 것을 계획해 보는 건 어떨까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에게 관대해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기억력이 아주 우수한 사람이 아닌 한, 우리는 한 단어를 한 번 접하여 배울 수 없습니다. 찾아보고 기억하고 까먹기를 여러 번 반복해야 합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면서, 분명 본 단어인데 뜻이 생각 안 날 때 스스로에 실망하지 마세요. 때로 분명 공부했는데 뜻이 기억 안나는 단어를 보면 ‘어, 넌 분명 만났던 녀석인데?’라며 가볍게 반겨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언젠간 그 단어도 마음의 문을 열 것입니다. 까먹는 자신에 관대해지세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단어, 의미의 덩어리, 그리고 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