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완료시제의 불완전한 기억으로 이루어진 서사.

by 댄스댄스댄스


현자들은 마치 세상을 움직이는 운전대를 잡은 것처럼 미래를 꿈꾸라 조언한다. 용감한 이들은 현재가 중요하다 으스대며 현자들의 조언에 콧방귀를 뀐다. 이쪽은 저쪽을 쿨병 걸린 멍청이라, 저쪽은 이쪽을 냄새나는 꼰대라 매도한다.


하지만 까놓고 말하자면 모든 인간은 과거에 종속되어 있다. 거대한 우주의 사이클 안에서 그나마 생을 연명할 수 있는 이유는 조악한 경험과 지식 축적 덕분임을 깨닫는 이는 많지 않다. 현자도 용감한 이도 모두 마찬가지다.


때로 영문법에서 완료시제를 알려줄 때, 과거의 사건이 현재를 품는 표현이라 설명한다. 지금 내가 사는 방식과 느끼는 모든 것, 추구하는 미래, 이 모두는 과거 내가 겪은 경험을 통해 배운 것의 총체로부터 출발한다는 의미이다. 인간의 삶을 명징하게 보여주는 아름다운 표현 방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빠져들곤 한다.


그러나 동시에 완료시제는 위태롭다. 사람마다 경험에서 얻는 것은 같지 않다. 양도, 질도, 방향도 전부. 그들이 태어난 기적 같은 우연에서부터. 비슷해 보일지는 몰라도 하늘과 땅의 간극만큼이나 다른 삶의 궤적을 지나. 하필 그때 불며 지나가던 바람이나 내리쬐던 햇빛을 느끼게 될 때까지.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그 경험은 머릿속에 오롯이 담기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때로는 망각되고, 왜곡되고, 변형되어. 결국 그 기억을 떠올릴 때는 완전히 다른 서사가 되어 있다. 인간은 서사로 이루어져 있다 한다. 이 표현에는 숨겨진 부끄러움이 있다. 사실 인간은 (조악하고 단순한) 서사로 이루어져 있다.


이런 착각과 오해는 그다지 가슴 아픈 일이 아니다. 흔하디 흔하다. 마치 짝사랑하는 이가 정말 사랑한 것은 짝사랑하는 대상이 아니라 짝사랑을 하며 아파하는 자기 자신이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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