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는 목걸이가 아니다
코라나 19가 우리의 생활을 단시간에 굉장히 많이 바꿔 놓았다. 회사에서는 모두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고 출근 시 입구에서 열체크를 하고 손소독제도 비치되어 있으며 엘리베이터에 버튼에는 항균 필름이 부착되어 있고 식당에는 칸막이가 설치되었다. 그리고 회식 및 야외활동이 금지되었자. 출장이나 외근도 많이 줄어들었다. 코로나 19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사망자들이 나오던 초반에는 그야말로 공포였다. 우리 동네에서 확진자가 나오고 내가 방문한 곳에 확진자가 다녀갔었다는 소식들, 누구나 쉽게 코로나 19에 걸릴 수 있고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에 두려움과 함께 많은 경각심을 가지고 모두들 마스크를 철저히 쓰기 시작했다. 근무 중에 사무실을 둘러보면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은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했다. 핸드폰에서 '미세먼지 나쁨'이라는 알림이 울리고 TV에서 미세먼지의 위험성을 알려도 귀찮음과 불편함 때문에 마스크를 쓰지 않고 밖에 돌아다니던 나도 이제는 마스크를 철저히 쓰고 있다.
우리나라의 코로나 19 확진자 수가 세계에서 중국 다음으로 많던 초반, 함께 일하던 인도인 동료는 당장 한국을 떠나 인도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했다. 코로나 19가 잠잠해지면 다시 돌아오겠다고 말이다. -실제론 여러 가지 사정으로 떠나지 못하고 한국에 남아 일을 하고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상황은 매우 위험해 보였다. 지금 와서 다시 보면 우리나라가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안전해 보인다. 인도인 동료는 인도로 돌아가지 않고 한국에 남은 것이 매우 잘된 일처럼 보인다. 한두 달 사이에 상황이 바뀌었다.
얼마 전 사무실에서 주변을 둘러봤더니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 꽤 보였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목에 걸치고 있는 사람들도 많았다. 마스크가 마스크 역할을 못하고 목걸이로 전락해 버렸다. 마스크는 목걸이로 별로 이쁘지도 않은데 말이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가 코로나 19로부터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그러면서 처음의 공포감은 많이 수그러들었고 경각심도 많이 내려갔다. 그리고 다들 많이 지치기도 했다. 나도 마스크를 벗어버리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도 아직은 마스크를 벗을 때가 아니다. 마스크를 벗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게 되면 불편함을 참고 마스크를 쓰고 있는 사람들이 바보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면 그들도 마스크를 조심스레 벗기 시작하고 우리 모두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다.
아직은 우리가 코로나 19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코로나 19가 종결된 것이 아니다. 얼마든지 초기의 상황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그동안의 우리들의 노력이 헛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아직은 마스크를 써야 할 때이고 다 같이 노력할 때이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더라도 또 다른 팬데믹이 계속해서 찾아올 수 있는데 앞으로 우리는 계속 마스크를 쓰고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된다. 팬데믹이 아니더라도 황사와 미세먼지가 남아있다. 마스크는 이제 생필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