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하는 금쪽이들을 보면, 우리 학급의 누군가가, 또는 몇 년 전 그 아이가 떠오르고, 내가 그 아이에게 상처주지는 않았는지, 오은영 박사님처럼 저렇게 지도해줘야하지 않았을까 하는 반성과 후회가 밀려온다. 그리고 아리송한 금쪽이들의 마음을 살짝 엿본 거 같아 속시원함을 느낄 때도 있고, 앞으로 또 금쪽이를 만난다면 저렇게 마음을 읽어줘야지 하는 다짐도 해보았더랬다.
내가 학교 다녔던 옛 시절에는 "장난 꾸러기", "말썽 꾸러기", "구제불능"이라는 딱지를 달고, 교사나 친구들에게 천덕꾸러기 같은 존재였던 금쪽이들. 그 시절엔, 집중하지 않는다고, 반항한다고, 선생님께 얻어 맞기도 하고, 교실에서 쫓겨 나기도 하고, 욕을 배부르게 먹기도 했었던 금쪽이들. 그런 공포스런 학급 분위기가 일상이었던 시절. 우리는 폭력적인 교사의 태도보다는 금쪽이를 탓하곤 했었다. 혀를 '쯧쯧'차며, '쟤 또 저러네'하는 비난의 눈길을 보내곤 했었다. 그들을 보며 매일 혼나고 또 혼나는 일을 왜 또 저지르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사람 중에 한 사람이 나였다.
학창 시절에도 이해하기 어려웠던 금쪽이들의 마음.
교사가 되어서도 여전히 금쪽이들의 마음 속은 미스터리다.
그러나, 그 시절엔 그들의 마음이 그리 궁금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무척 궁금하다. 마음을 알아야 그 아이의 행동의 원인을 알 수 있고 그래야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전문 상담가나 정신과 의사도 아닌 나는 참으로 금쪽이의 마음을 알아내기 어려운 게 사실. 관련 서적도 여러 권 찾아 읽었지만, 사례 중심의 케이스 바이 케이스 해답이 별로 없다. 그래서 종종 오은영 박사의 말을 경청한다.
소리를 지르며 난동을 부리는 금쪽이. 어느 새 교실 밖으로 탈출해서 경찰까지 불러야 하는 금쪽이. 한 번 울음을 터뜨리면 진정하는데 몇 시간이 걸리는 금쪽이. 욕하는 금쪽이. 거짓말이 일상인 금쪽이. 선생님께 침 뱉고 반말하는 금쪽이. 공부시간에도 자위하는 금쪽이. 폭력적인 금쪽이. 학습을 거부하는 금쪽이. 도둑질하는 금쪽이. 산만한 금쪽이. 틱증상을 보이는 금쪽이. 또래보다 발달이 현저히 늦은 금쪽이. 우울한 금쪽이. 자해하는 금쪽이. 등교를 거부하는 금쪽이. 학교에 와서 한 미다 말도 안 하는 금쪽이...
요즘 학급에는 금쪽이들이 보통 1~2명쯤은 있는거 같다. 지역에 따라 또는 학교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점점 금쪽이가 늘어나는 것 같다는 것이 동료 교사들의 한결 같은 답변이다.
금쪽이를 대하는 교사들의 자세는 사뭇 비장하기도 하다. 나 또한 "오늘도 무사히"를 외치며 교실을 들어설 때가 있었다. 그 아이에게 '따뜻한 마음으로 보듬어주자, 너그럽게 대해주자, 마음을 살펴주자'는 다짐은, 금쪽이가 순식간에 엉망진창으로 초토화시킨 교실 분위기를 보면, 어느새 스르르~ 김빠진 풍선처럼 사라지고, 다른 아이들을 위해 서둘러 학습 분위기를 정상화 시키기 위해 노력하느라 금쪽이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었다.
그래서 금쪽이를 대하는 나의 마음은 양면의 거울. 안쓰럽고 짠하고 소홀히 대해 미안하다가도, 한숨이 "푹~"나올 정도로 힘겨운 아이들. 그래, 솔직히 미안하고 힘겨운 존재, 금쪽이들.
아이들의 신체 건강도 중요하지만, 정서 행동적인 건강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거 같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듯이 정서 행동 부분에서 도움이 필요한 경우 전문 상담기관이나 의료기간을 통해 적극적인 상담 및 치료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고 생각한다. 상담사나 의사가 아닌 담임 교사의 도움은 내가 생각해도 참으로 미미하기 때문. 특히 저학년 때, 아이의 어려움을 빨리 파악해서 적절한 도움을 주었을 때 변화도 빠른 것 같다.
그냥 방치하면, 금쪽이 스스로도 '나는 왜 이럴까', '나는 왜 다른 애들처럼 안 되지?', '나는 이런 아이인가봐.', '나는 가능성이 없어.' 등 학년이 올라갈 수록 자존감이 점점 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시기를 놓쳐 고학년이 된 후 더 큰 어려움을 겪는 금쪽이들을 볼 때마다 참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던 적이 많다.
그래서 일까. 매년 1학년, 4학년 대상으로 "학생 정서 행동 특성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 검사를 통해 도움이 필요한 학생을 발견하여 지속적으로 관찰 관리하고, 필요한 경우 지역사회 전문기관과 연계하여 체계적인 상담 및 치료를 해주는 것이 목표. 초등학생들은 학부모가 대신 검사에 참여한다.
몽실이 학교에서도 안내장이 왔다.
몇 년 전과 달리 온라인 검사 방법으로 바뀌었다. 학부모님 중에는 내밀한 검사 내용이 혹시 유출되어 자녀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염려하시는 분들이 계셨는데, 그런 면에서 보면 종이 검사지보다는 온라인 검사가 더 낫지 않을까 싶다.
몽실이를 등교시키고 안내된 사이트를 접속해보았다. 문항 수는 좀 많지만, 시간은 그리 걸리지 않았다.
학생 정서 행동 검사 접속 사이트
학생의 학적사항을 간단히 기입하면 검사지가 나온다.
검사를 다 끝내고 "끝내기"를 누르면 수정이 불가하다. 그러니 다시 한 번 점검한 후에 끝내는 것이 필요하다. 부모가 바라본 자녀의 모습이니 얼마나 신뢰할 만한 검사일까 의구심이 들기도 하지만, 이 검사를 통해 금쪽이를 발견하고, 그 아이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이 정도의 수고는 괜찮을 듯 하다.
담임 입장에서는 전혀 금쪽이 같지 않은데, 이 검사를 통해 "관심군"으로 판별된 학생이 더러 있다.
"평범한 1학년 개구쟁이, 해맑은 그 아이가 왠 관심군?"
담임이 의아해 하며 학부모에게 문의를 하면, 자신이 너무 부정적으로 체크한 거 같다며 지금이라도 바꿀 수 없냐고 걱정하시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응답에 대한 신뢰도도 나오긴 하지만, 검사에 임하시는 부모님이 '내 아이가 좀더 바르게 잘 자랐으면' 하는 마음으로 현재 상태를 굉장히 낮게 평가하여 체크한 경우, "관심군도 아닌 관심군"이 탄생할 수도 있으니 이런 점도 유의하면 좋을 듯.
하지만, 몽실이의 정서 행동 검사를 하면서 부모는 객관적인 눈으로 자녀의 정서 행동을 평가하기 참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매우 그렇다"라고 체크하기도 민망하고, 그렇다고 "조금 그렇다"고 체크하는 것도 아닌 거 같아 "그렇다"를 고르는 경우가 많아진다. 이러다가 우리 몽실이도 "관심군"이 되는 거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밀려와서 다시 "매우 그렇다"로 수정하기도 했다^^;;
그런 마음에서 그랬을까?
학급에서 "금쪽이"들이 정서 행동 검사에서 "관심군"이 아닌 "일반군"으로 판명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너무 부정적으로 자녀를 보는 것도 문제지만, 금쪽이를 마냥 "긍정적"으로만 평가하여 오히려 일반군 학생들 중에서도 상위 점수를 받도록 체크하신 부모님들도 계신다. 또는, 그렇잖아도 문제행동을 많이 보인다는 소리를 들었었는데, 검사 결과도 나쁘게 나와 "낙인 효과"처럼 우리 아이가 문제아 취급을 받을까 걱정되어 일부러 긍정적인 답변만 한 경우도 있다.
반드시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 아이인데, 도움을 받아야 하는 아이인데!! 그렇지만 담임이 이미 검사결과가 나온 상태에서 "어머니, 00이는 금쪽이 같은데요! 관심군으로 판명나야 여러 해택이 있어요!"라고 말씀 드리기도 어려운 상황.
정서 행동 검사에서 도움이 필요한 금쪽이로 결과가 나온 경우에는 지자체나 교육청에서 지원하는 각종 상담, 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 지역에서도 "스쿨닥터" 프로그램 등을 통해 병원 상담 치료비의 일정을 지원해주고 있다.
그러니 도움이 필요한 금쪽이라면, 이 정서 행동 검사에 솔직하게 참여하여 객관적인 결과를 얻는 것이 금쪽이에게도, 금쪽이 부모에게도, 담임과 학급 다른 친구들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