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크리스트 이야기 17
오늘(2019.3.12) 아들이 약 21개월의 군 복무를 마쳤다. 옛날의 군 복무 기간하고 비교하면 많이 줄었지만, 당사자에게는 긴 시간이었을 것이다. ‘어떻게 군에 가지 않을 방법이 없을까?’ 머리를 굴리다가 시간만 보내고 결국 군에 입대한 아들은 군 복무를 무사히 마쳤다.
2017년 6월 26일은 아들이 입대하는 날이었다. 이른 아침에 온 식구가 부산을 떨며 준비를 하고 논산을 향해 출발했다. 아들은 긴장감에 어색한 표정을 지었고, 엄마는 내내 여친과 통화하는 아들을 보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고속도로에서 연무대 표지판이 보이자 옛날 생각이 났다.
내가 입대하던 날은 1985년 5월 3일이었다. 입대 당시에 지방에 근무하셨던 아버지께는 입대 전날에 전화를 드렸다. 당일 아침에 어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집을 나왔다. 강남터미널에서 친구들을 만나 논산행 고속버스를 탔다. 점심 무렵 훈련소 부근에 도착해 점심을 먹고 시간에 맞추어 훈련소 입구에 도착했다. 익숙한 것이라고는 한 가지도 없는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기 직전 상황이 됐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그렇게 친구들을 보내고 나는 입대했다.
잠시 옛날 생각을 하며 무용담처럼 그 시절 얘기를 했는데 식구들 모두는 시큰둥했다. 사실 나에게나 특별한 느낌이지, 식구들에게는 관심도 재미도 없을 것이다. 아들조차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군대 생활을 잘하라는 엄마 잔소리가 지겹게 들릴 무렵에 인터넷으로 검색한 논산 부근 식당에 도착했다.
식당 안은 고기를 굽는 연기가 자욱하였고, 머리를 깎은 아들과 식사를 하는 가족들로 붐볐다. TV 소리까지 겹쳐 시끄럽고 복잡한 곳에서 점심을 정신없이 먹고 훈련소를 향했다. 훈련소 근처에 오자 주변에 차가 몰려 꽉 막히는 상황이었다. 훈련소에서 필요한 것을 파는 아주머니들도 보였다. 아무래도 입대 시간에 늦겠다 싶어 아들과 엄마, 누나가 차에서 내려 뛰었다.
나는 멀리 있는 주차장에 차를 대고 휴대폰으로 연락을 하며 가까스로 식구들을 찾았지만, 누나에게 핸드폰을 건넨 아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곧바로 집결 장소로 뛰어갔다. 아들의 뒷모습이 사라지고 방향을 돌려 나가는데, 부근에 서 있는 누군가의 엄마가 눈에 들어왔다. 이미 보이지 않는 아들 쪽을 응시하면서 너무나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눈물을 흘리는지는 보이지 않았지만, 발을 떼지 못하던 모습이 기억난다. 아마 그 아들도 오늘 제대했을 것이다.
입대하는 날의 긴장감을 줄이는 좋은 방법은 필요한 물건을 빠짐없이 준비하는 것이다. 가져가야 하는 것 중에 한 개라도 빠뜨렸다는 것을 알게 되면 가족 모두의 마음이 불편해진다. 입대 당일에 그나마 걱정을 덜고 아들을, 동생을, 남친을 보내는 방법은 체크리스트를 활용해 준비물을 점검하는 것이다. 체크리스트는 사랑이다.
● 입영 시 준비물 (병무청 공지)
□ 입영통지서(병무청 홈페이지에서 출력 가능)
□ 나라사랑카드
□ 신분증(본인 확인)
□ 질병 관련 증빙서류(진단서 또는 의사소견서)
□ 복용 중인 의약품(처방전 필수)
□ 안경(여유분 필요)
□ 자격증, 면허증 사본(특기에 영향)
● 군에서 제공하지만 필요한 물품(원칙적 미허가)
□ 시계
□ 수첩(친구 전화번호), 펜
□ 라이트 펜(밤에 편지 쓸 때) / 편지지 / 편지봉투 / 우표
□ 연고, 모기약, 물집 방지 패드, 뒤꿈치 보호 패드(행군 시 유용)
□ 선크림, 위장크림, 핸드크림, 립밤
□ 샴푸/ 바디샴푸/ 클렌징 폼 / 면도크림 / 올인원 스킨로션(플라스틱 제품)
□ 지퍼백
□ 물티슈 / 면봉(총기 손질용)
□ 비타민 사탕 등
□ 사진(가족, 여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