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상자와 함께하는 숫자 게임

가능성 : 0%

by 오은영

숫자상자와 함께하는 숫자 게임

숫자상자가 고른 숫자보다
작으면 이기는 숫자 게임

숫자상자는 수를 고를 수 있어
밝게 웃고

저 넥타이를 맨 친구는
숫자를 고를 수 없어
곤란해하고 있어


가능성 : 0%

이 시는 선택권을 가진 존재와 그렇지 못한 존재 사이에서 생기는 불평등과 긴장감을 ‘숫자 게임’이라는 가벼운 장면을 통해 드러내는 작품입니다.

게임은 숫자상자와 함께 진행됩니다. 그런데 상자는 단순히 놀이의 상대일까요, 아니면 게임의 승패를 쥐고 있는 존재일까요?

게임의 규칙은 간단합니다. 첫 구절에서 말하듯 숫자상자가 고른 숫자보다 작은 숫자를 고르면 이기지요. 쉬운 게임이지요? 하지만 정작 게임 속에서 숫자는 숫자상자가 결정합니다. 결국 승패는 이미 정해져 있는 게임이지요.

숫자상자는 스스로 숫자를 고를 수 있는 선택권이 있습니다. 그래서 밝게 웃고 있죠. 그 웃음에서는 여유와 우월감이 묻어납니다. 반면, 넥타이를 맨 친구는 숫자를 고를 수 없어 곤란해하고 있습니다. 그는 어른이며 이 게임을 이길 수 있다고 참여했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 게임은 처음부터 불리하도록 짜여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미한 가능성, 과 ‘쉬운 규칙’ 때문에 게임에 뛰어든 것입니다.

결국 가벼운 게임을 하는 저들의 표정에서 처음부터 승산은 0에 가까웠던 상황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 모습은 마치 도박 같죠. 웃을 수 있는 존재와 곤란해하는 존재의 관계 속에 미묘한 불평등과 긴장감이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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