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하고 있었지

짊어지다가 닳아진

by 오은영

생각을 하고 있었지

너무나도 커져버린 생각을
짊어지다가 닳아진 작은 몸과 다리

너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니
아래를 보는 얼굴과

너는 생각을 하고 있니
위를 보는 얼굴

생각은 엉키다가 말이야
벌써 저 멀리 걸어가고 있어



이 시는 작게 시작된 생각이 점점 커져가며 생각이 몸을 닳게 만들고,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생각을 하고 있었지 너무나도 커져 버린 생각을
짊어지다가 닳아진 작은 몸과 다리”

생각은 아마도 오래되었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하지만 생각이 더 이상 머릿속에 머물지 않고 서서히 몸을 잠식하기 시작하지요. 생각은 점점 무거워지고, 작은 몸과 다리는 닳아져만 갑니다.

“너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니 아래를 보는 얼굴과”

아래를 보고 고개를 숙인 얼굴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현실에 대한 부담에 눌려만 가고 있습니다.

“너는 생각을 하고 있니 위를 보는 얼굴”

위를 보고 고개를 든 얼굴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그렇지만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는 듯 다른 방향을 향합니다.

“생각은 엉키다가 말이야

벌써 저 멀리 걸어가고 있어”

하지만 결국 화자의 생각은 정리되지 못한 채 뒤엉켜버리고 맙니다. 어떠한 서사도, 해결도 완성도 만들어내지 못한 채 생각은 몸과 얼굴에게서 멀어져 갑니다.

생각이 깊어질수록 반드시 단단해지는 것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커져가는 생각은 몸을 닳고 길을 잃게 만들지요. 그리고 결국 생각은 해결되었는지도 모르는 채 멀어져 갑니다. 결국 남는 것은 지친 몸과 분리된 버리 시선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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