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들고 가니?》

《숨기고 싶었던 실체》

by 오은영

《무엇을 들고 가니?》

무엇을 들고 가니?
가난한 손이 들고 있는
컵이 흔들거려

아무것도 아니야
열어보면 안 되는 거야

그런데 이미 열어져
튀어나온 작은 뼈 하나

말하지 않아도 알겠어

《숨기고 싶었던 실체》

이 시는 감추고 싶었던 진실이 결국 드러나는 순간을 섬세한 이미지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여기저기 바느질로 이어 붙인 듯한 ‘가난한 손’은 물질적 결핍뿐 아니라 감정적으로도 지쳐 여유가 완전히 사라진 상태를 보여줍니다. 그 손은 자신보다 큰 컵을 간신히 붙들고 있는 모습은 그가 어떤 이유로든 이 컵을 놓을 수 없음을 암시합니다. 그런데 무엇을 가난한 손이 들고 있는 컵이 흔들릴 만큼 붙들고 가는 것에 관심을 보입니다.

이 흔들림을 본 가난한 손 역시 자신과 비슷한 처지를 가진 존재임을 직감하게 됩니다. 그가 들고 있는 것 안에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비밀, 상처, 부담이 있는 듯합니다.

손은 호기심을 품고 더 가까이 다가섭니다. 그러자 들고 있던 이는 이렇게 말하죠. “아무것도 아니야. 열어보면 안 되는 거야.” 하지만 이 말은 ‘정말 아무것도 없다’는 뜻일까요? 오히려 더욱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왜인지 들키면 안 되는 무언가가 있는 느낌이 들었으니까요. 아마도 감추고 싶은 행적, 부끄러운 기억, 말할 수 없는 비밀…. 그 컵 속에는 쉽게 드러내고 싶지 않은 어떤 것이 있습니다.

그런데 결국 이렇게 드러나 버립니다. “이미 열어져 튀어나온 작은 뼈 하나.” 과연 평범한 뼈 모형일까요 아니면 진짜 뼈일까요? 이는 깊이 숨겨둔 진실, 작지만 강렬한, 그렇기에 끝내 숨길 수 없는 실체의 조각입니다.

그런데 스스로 열어본 것이 아니라 ‘이미 열려 있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감추려 했던 실체는 어느새 밖으로 드러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사실은 마지막 문장, “말하지 않아도 알겠어.”라는 구절에서 더욱 분명 해지지요.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보이는 작은 단서만으로도 그가 짊어지고 있는 과거와 무게를 눈치는 순간입니다. 모든 현상이 보이는 것으로 전부를 설명할 수 없으나 때로는 그 실체 한 조각만 드러나도 이미 많은 것을 이해하게 됩니다.


작가의 이전글《어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