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치고 있어》

《기댈 수밖에 없잖아》

by 오은영

《외치고 있어》

나뭇가지 위에 걸려버린
약병이 외치고 있어

“여기에 걸려버렸어.
나를 꺼내줘.”

아래에 걸린 약병도
옆에 걸린 별도

소리도 나오지 않아
도움을 요청할 손도 없는걸

가장 위에 있는
약병에게 기댈 뿐이야

《기댈 수밖에 없잖아》

이 시는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존재들이 서로에게 기대며 버티는 순간을 그린 작품입니다. 약병이 나뭇가지 위에 떨어지고 나서 시가 시작됩니다. 약병은 나뭇가지에 걸려 버렸지요. 약병은 예상치 못하게 어떤 상황에 갇혀, 자신의 의지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왜 하필 병에는 약이 들어 있을까요? 약병은 지금 아픈 누군가에게 어서 가야 합니다. 그런데 어디론가 떨어져 버렸지요. 그래서 어서 자신을 구해 달라고 하고 있지요.

이어지는 “아래에 걸린 약병도, 옆에 걸린 별도”라는 구절은 가지에 걸린 모두가 비슷한 처지임을 보여줍니다. 위에 있는 것도, 아래에 있는 것도, 심지어 옆의 ‘별’조차 움직이지 못합니다. 모두 걸려 있고, 모두 나아갈 수 없으며, 모두 구조받지 못하는 것까지... 서로 다르지만 처지는 같습니다.

“소리도 나오지 않아, 도움을 요청할 손도 없는걸.” 약병 아래에 있는 존재들은 손은커녕 소리조차 나오지 않는 안타까운 입장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위에 있는 약병에게 기댈 수밖에 없지요.

가장 위에 있는 약병 또한 가지에 걸려 있고, 스스로도 위태로운 상황이지만 아래의 존재들은 그마저도 약병에게 기대는 것밖에 할 수 없습니다. 능동적인 협조가 아닌, “할 수 있는 것이 이것뿐이라서” 이루어진 슬픈 상황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기댐 속에서 작은 온기와 생존의 의지가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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