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팽한 거리감
《밟지 말아 줘》
밟지 마, 우리를. 우린 따가울 뿐이지
너를 해치지 않아
그럼에도 깊게 다가오는 발바닥이
가시를 꾹꾹 누르려해
숙여지지 않는 가시와
숙여지고 있는 사람이
왜인지 팽팽해
《팽팽한 거리감》
이 작품은 상처 주려는 의도가 없는 존재(가시)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가오며 상처를 만들어내는 존재(사람) 사이에 생겨나는 묘한 긴장으로 시작합니다.
“밟지 마, 우리를. 우린 따가울 뿐이지 너를 해치지 않아.”라는 구절에서 가시는 자신의 본성을 설명합니다. 가시는 본래의 형태 때문에 따갑지만, 그렇다고 해서 해하려는 의도 또한 없습니다. 만지지 않으면 상처는 생기지 않지요.
이 모습은 인간관계에서도 흔히 보입니다. 누군가는 악의 없이 존재할 뿐인데, 상대에게는 예기치 않은 아픔을 주는 순간들이 있지요.
“그럼에도 깊게 다가오는 발바닥이 가시를 꾹꾹 누르려해.” 여기서 발바닥은 타인의 압력, 억눌림, 혹은 ‘너도 한번 겪어보라’는 무의식적 힘을 상징합니다. 상처받기 싫어 가까이 오지 말라는 가시에 오히려 더 강하게 다가가며 누르려합니다.
“숙여지지 않는 가시와 숙여지고 있는 사람이” 가시는 자신의 형태를 바꿀 수 없는 존재입니다. 굽히지 않는 것은 고집이 아니라 ‘본래의 구조’인 셈이지요. 하지만 사람은 가시에 가까워지며 점점 자세를 낮추고,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굽히고 있습니다. 둘의 대비가 선명합니다.
“왜인지 팽팽해.” 가시도, 발바닥으로 누르려는 사람도 서로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각자의 방식대로만 반응하고 있습니다. 의도는 없어도 상처는 생기고, 피하고 싶어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모순 속에서 형성되는 긴장이 팽팽하게 시의 마지막을 장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