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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레어 Aug 27. 2021

2021년 2월. 다정다감.

#월간안전가옥 #내가학창시절가장사랑한콘텐츠 #backtoschool

*회사에서 한 달에 한 번, 한 달을 돌아보는 글을 써서 공개했었다. 여기에 다시 포스팅하면서 눈에 거슬리는 표현들은 조금 수정했다.



다소 대과거처럼 느껴지기는 하지만.. 나는 중고등학교 때 뭘 제일 좋아했었나 돌아봤습니다. 2002 한일 월드컵 때 저는 중학생이었는데, 그래서 붉은악마 언니 오빠들이랑 K리그랑 A매치를 보러 다녔었어요. (전 K리그에선 대전 시티즌을 좋아했는데 당시 대전을 맡았던 최윤겸 감독님 둘째 아들이 그렇게 잘생겼다더라 하는 소문이 파다했죠 그 아들은 바로) 그리고 또 기억을 더듬어보면 고1에서 고2 올라가는 겨울에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내한해서 보아 슨배림이랑 합동공연을 했는데, 그걸 SBS에서 생방송으로? 방송을 해줬나 그랬거든요. 그 공연 클로징 무대가 동방신기 데뷔 무대였어요. 허그. 다음날 학교에 갔더니 이미 칠판에 다섯 명의 신상명세가 적혀 있던 기억이 납니다.


https://youtu.be/M0ZUJH3w-EE


김영하 작가의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와 <아랑은 왜>를 좋아해서 여러 번 읽었던 기억이 나고, 어느 때는 수능 언어영역 고전문학에 꽂혀서 시험에 안 나오는 시가를 열심히 분절해서 동그라미 치고 외우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면서도 이거는 좀 광기 같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고.. 영화도 틈틈이 많이 보긴 했던 것 같아요. 논술 학원에서 교보재로 무슨 영화를 얘기할 때마다 대부분 다 본 영화여서 쉽게 우위를(?) 점할 수 있었거든요. TV는 또래 친구들보다 덜 보는 편이었는데, 고3 때 방영된 명작오브명작 <내 이름은 김삼순>은 분명히 기억이 납니다. 전교 1등을 다투는 친구가 드라마를 진짜 좋아해서.. 야간자율학습 끝나는 종이 치자마자 항상 총알처럼 튀어 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이 생생히 기억납니다.


영화보러 가는 거, 축구 보러 가는 거, 가수 좋아하는 거, TV 보는 거, 소설 읽는 거, 친구들이랑 노는 거, 이런 것들이 다 ‘공부'를 방해하면 안 되는 시절이었기 때문에 눈에 잘 띄는 활동들은 엄마와 사전 협의가 필요했죠. 그래서 생긴 갈증은 눈에 덜 띄는 다른 활동으로 채웠던 것 같아요. 눈에 덜 띄는 활동.. 중에 제일은 역시 만화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참 치열했습니다. 다음 권을 다음 교시에 다른 친구에게 넘겨야만 정해진 시간 내에 보고 싶은 사람이 다 볼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2권을 안 보고 3권을 읽을 수는 없으니까, 수업도 너무 듣고 싶은데(?) 일단 교과서 안에 만화책을 끼워넣고.. 지금 생각하면 앞에서 정말 다 보일텐데.. 매로 다스리지 않은 선생님께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그 중 <유리가면>은 한 교시로는 충분치 않으니까, 주로 독서실에서 읽었는데요. 고요한 독서실에서 '아 이 권만 읽고 공부한다'고 딱 마음 먹고, 딱 그 권 읽고, 다음 권 받으러 다른 독서실에 있는 친구를 찾아가고.. 그렇게 살았네요. 클램프 <X>랑 <NANA>, <카드캡터 사쿠라>, <노다메 칸타빌레>, <궁>, <오디션>, <DVD> 정도가 기억이 납니다. 그 중 특히 이 만화를 참 좋아했습니다. 바로 이지와 도경이와 한결이와 새륜이의 <다정다감>.


솔직히 제 동년배라면 다들 한 번쯤은.. 한결이와 새륜이 사이에서 도대체 누구를 선택해야 되는지 고민해 봤을 거에요. (아무도 안 물어봐도요) 전 이지만큼 본인의 '하녀 근성'을 걱정하는 오지랖 넓고 착한 학생은 아니었지만, 좋으면서도 좋다는 말을 못하고 싫을 때도 싫다는 말을 못하는 것 만큼은 이지와 닮았기 때문에 이지에게 많이 공감했던 것 같아요. 저희 학교도 남녀공학이었고, 고등학생 시절 내내 좋아하던 친구가 있었기 때문에.. 이 이야기의 미묘한 마음들이 저에게 너무너무 와 닿았었고요.


<다정다감>의 마지막 권은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된 후에 나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결말에서 이지와 새륜이는 결국 이어지지 않고 각자의 삶을 선택하게 됩니다. 처음 그 결말을 알게 되었을 때는 정말 하늘이 무심하시고 바그너 작가님이 원망스러웠는데, 몇 년 뒤 생각하니 결말이 다르게 다가오더라고요. 그리고 자연스럽게 저의 지난 인연들을 떠올리면서, 꼭 같이 있는 것만이 아름다운 결론인지를 생각하게 되었어요. 이것이 바로 고전의 조건 아니겠습니까? 역시는 역시..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을 읽고 계신 분 중 <다정다감> 전권 볼 수 있는 곳을 알고 계시다면 꼭 저에게 알려주세요..!


https://youtu.be/jbKwK2USu1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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