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클레어 Jul 26. 2021

회사 10년 잘 다니다 갑자기 스웨덴으로 떠나는 사연

내가 잊지 않기 위해 쓰는 글


첫 직장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것이 2011년 7월. 그로부터 꼬박 10년이 지난 2021년 7월에, 스웨덴으로 떠난다.



이렇게 써 놓고 보니 나의 스웨덴 행은 굉장한 계획과 포부와 큰 그림이 결정한 것처럼 보인다. 딱 10년 채우는 날 그만 두고 훌쩍 떠나야지 같은. 실상은 그렇지 않다. 2011년 7월, 3주 동안 입을 '비즈니스 캐주얼'을 챙겨 외딴 곳의 연수원으로 들어갈 때, 10년 뒤 스웨덴 행은.. 미국도 어디도 아니고 스웨덴은.. 정말 계획에 없었다.


지금 와서 조금 신기하게 느껴지는 것은, 스웨덴 행의 전말을 하나하나 돌이켜 보면 첫 직장의 경험들이 큰 역할을 한 것 같다는 것이다. 정작 입사할 때는 적당히 경력 쌓을 만큼 다니겠거니 한 직장에서 맡은 일들이 적당한 경력도 좋지만 좀 나가보자,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 것이다. 


*

지난 몇 개월 동안 왜 회사를 그만 두고 학교를 가는지, 왜 석사도 아닌 학교에 가는지, 왜 스웨덴인지, 왜 지금인지, 앞으로 어쩔 건지, 돌아올건지 아니면 거기 살고 싶은건지. 많은 친구와 동료와 어른들과 동생들이 물었고 때마다 나름의 대답을 내놓았다. 


어떤 사람에게는 해외 취업의 발판(?)으로 설명했다가, 요양과 힐링의 시간으로 설명했다가, 업스킬링의 시간으로 설명했다. 내가 너무 상대가 이해하기 좋으라고 아무렇게 얘기를 하나, 싶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실제로 나도 이 시간을 규정하고 목표하기가 어려워서 그랬던 것 같다. 아니면 아직도 내가 품은 욕심이 그렇게 많거나. 업스킬링도 하고 요양도 힐링도 하고 친구도 사귀고..


야근을 못하게 하는 회사에서도 나는 야근을 할까, 과연 나는 일 중독일까, 없는 일도 만들어 내는 사람일까, 나는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일을 하며 살 수 있을까, 나는 외국어를 모국어처럼 마스터할 수 있을까, 나의 일은 정말 모국어에 가까운 언어로만 잘 할 수 있는 일일까. 스톡홀름의 시간과 공간이 나에게 얼마나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좋을까 아니면 나쁠까. 


아마도 앞으로의 1년 반은 이런 질문들의 답을 찾아보고, 실험해 보는 시간이 될 것 같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