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비정성시'

영화 <비정성시>

by Dongju Choi

일본의 통치를 벗어나게 된 1945년 당시 혼란스러운 대만을 살아가는 네 명의 형제들. 허우 샤오시엔의 ‘비정성시’는 멋들어진 미장센이나 빼어난 기교 대신 담담히 시대적 기록을 한 가족의 생애 위에 적절히 포개어 놓는다. 인상적인 것은 대만의 슬픈 민중사를 담아낸 영화임에도 감독의 감정적 강요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과연 한국의 ‘그것’들과는 확연히 다른 것이다. 카메라는 그저 네 형제가 마주하는 당시의 대만 현실과 삶을 따르며, 곧 그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어색하리만큼 침착함의 모습으로 그 시대를 비춘다. 영화를 보고 느끼는 슬픔과 탄식 따위는 철저히 관객의 몫인 것이다. 허우 샤오시엔은 이렇듯 담백하게 한 민족의 역사를 재조명하는 것으로 영화의 존재적 가치를 어렵지 않게 획득했으며, 동시에 후대에게 꽤 멋진 역사적 사료를 제공하는 것에 성공했다.


영화를 보고 나와 삼청동 길을 걸으며 훗날 누군가 우리의 현재를 그려낸다면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 곰곰히 상상해봤다. 분명 달력은 2015년을 가리키지만 우리의 현재는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쉬지 않고 있으며, 행정고시 최종 면접에선 사상검증을 하고 있다. 그야 말로 ‘비정성시’이다. 걱정이 많다.


2015.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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