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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킵고잉 Nov 08. 2018

51_이명도 산재가 되나요(3)

이명도 산재가 되나요(3)
























참 신기한 일이었다. 

휴직을 하고 일주일 쯤 지났을까. 
속 썩이던 이명이 사라졌다. 불과 한달 전, 귀에 들어오는 모든 소리가 치직- 하는 기계음으로 들렸고, 약을 복용하고 나서도 사라지지 않던 웅-  소리가 말끔하게 사라진 것이다. 잠 푹 자고,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의사쌤의 처방을 묵묵히 따른 것밖에 없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이명이 생겼다고 집중적으로 이런 처방을 받는 것도 쉽지는 않다.

가끔 회사에서는 언제쯤 돌아올 수 있냐는 전화가 오기도 했지만, 그 아비규환 속으로 다시 들어가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돌아가면 이명이 언제 다시 올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나는 휴직기간동안 쭈욱 쉬기로 했다. 자를테면 자르라지 하는 심정이었다.

꽤 긴 시간이었다고 생각했지만, 모든 시간은 지나고보면 쏜살같다. 순식간에 복직시기가 다가왔고, 복직 이후 예상한대로 나의 고과는 아름답지 않았다. 비록 돌발성 난청이 올 정도로 무리한 일정에 과도한 업무량이었지만, 끝까지 고통의 행렬을 함께 하지 않은 나는 승진하지 못했다. 

한편, 돌발성 난청에도 쉬지 않고 일하면서, 청력대신 충성을 택했던 김석 상무는 몇년 지나지 않아 산악인이 되셨다. 청력을 포기하면서까지 충성한 댓가치고는 허무한 퇴장이었다. 물론 평소 인품과 역량에 맞게 지금은 다시 좋은 자리 잡으셨다고 들었다.

이후에도 가끔 귀에서 웅- 소리가 난다. 그럴 때는 아, 지금은 내가 피곤하구나 싶어서 가열차게 하던 일을 멈추고 집으로 간다. 청력 앞에 돈도 명예도 부질없다고 되뇌이면서. 

험한 세상,

내 몸은 내가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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