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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킵고잉 Jun 15. 2019

55. 엄마아빠에게 천문학이란


 


                          55. 엄마아빠에게 천문학이란





내가 일고여덟살 때, 모르는 말이 나오면 엄마에게 물어보곤 했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쉽게 설명해주셨는데,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부터는 엄마도 설명하기 힘든 단어들이 등장했던 것 같다. 어려운 단어에 대해서 물어보면, 엄마는 잠깐 갸우뚱하다가 사전을 꺼내와서 나와 함께 찾아보곤 했다. 글이 세로로 적혀진 낡은 사전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이제는 엄마아빠에게 무언가를 가르쳐주는 일이 훨씬 많다. 카톡 사용법부터 4차혁명까지 엄마아빠의 질문은 다양하다. 지난번에는 회사에서 내 고향쪽으로 워크샵을 갔다. 1박 2일 워크샵을 하고나서, 고향에 간 김에 집에 들러 하루밤을 더 자고 왔다. 오랜만에 아침을 함께 먹으며, 나는 엄마아빠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이번 여름에 해외로 가족 여행을 다녀오자고. 

돈도 아깝고, 이젠 힘들어서 못한다는 엄마 아빠를 꼬드기기 위해, 아름다운 풍경사진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이보라고,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다고. 밤이면 무수한 별이 쏟아지는 이 아름다운 곳이 궁금하지 않냐고. 그 사진은 무수한 별무리들이 하늘을 따라 움직이고 있는 사진이었다.

그러다가 대화는 엉뚱하게 별 얘기로 빠졌다. 

엄마: 근데 별들이 움직이네~
아빠는 엄마에게 알려주기 시작했다.

아빠: 별이 움직이는 게 아니라 지구가 움직이는 거야~.

엄마: 우리가 있는 이 지구가 움직인다고?
        (엄마도 알고는 있지만, 너무 신기해 도저히 못믿겠다는 눈치)

아빠: 그럼~! 지구가 태양을 따라 돌거든.

엄마: 신기하네... 지금도 돌고 있다고?

아빠: 아 글쎄, 돈다니까 그러네. 태양은 가만히 있고, 모든 게 태양을 중심으로 돌고 있다니까.

그때 내가 끼어들었다. 

나: 아빠, 그런데 태양도 움직여요.

아빠: 태양이 움직인다고? (동공지진)

나: 응. 달은 지구를 돌고, 지구는 태양을 돌고, 태양도 움직인데요. 우주에는 커다란 중심이 있거든.

아빠: (못믿겠다는 듯) 아닌데~ 태양은 가만히 있는 걸로 아는데~~

나: 태양같은 별들이 우리 은하에만 수천억 개가 있대요. 그리고 그런 은하가 또 수천억 개가 있고.

아빠: .... 

아빠는 마치 지동설을 처음 접한 중세 사람처럼 무척이나 혼란스러운 표정이 된다. 엄마는 엄청난 호기심쟁이의 눈빛을 하고 우리 얘기를 듣고 있다.

갑자기 나는 엄마아빠에게 내가 처음 느꼈던 천문학의 충격에 대해 알려주고 싶어져서, 유튜브에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다큐멘터리를 찾기 시작했는데, 아빠는 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리는다는 표정을 지으시더니 바쁜 척 딴전을 피우기 시작했다. 원래 호기심장이인 엄마는 좀 더 집중해서 다큐를 보셨다. 그리고 그 지적 탐구는 이번 일요일 계모임에 나오냐는 계주친구의 전화로 중단되었다....

이 세상의 신기한 것들을 알게 될 때마다 아빠 얼굴에 피어오르는 의심섞인 눈빛과 알지 못할 두려움, 엄마의 탄성어린 표정이 좋아서 나는 자꾸만 엄마아빠에게 신기한 얘기를 해주고 싶어진다.

다음번에는 로즈웰의 우주인 사건에 대해서 얘길 해줘야지. 우주인이라고 추정되는 생명체가 지구에 표류했다는 썰이 있고, 그래서 로즈웰이 우주인 마을로 유명해졌다고 하면, 엄마아빠는 또 어떤 표정을 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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