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동안의 교토 6] 히토리데쓰

히토리데쓰

by 킵고잉

교토 여행 초반 여행을 함께 한 H가 귀국하고,
혼자 남은 교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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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역에서 H를 바래다주고, 손을 흔들고 돌아서니 어딘가 조금 찡한 느낌이다.

그런데 또 웃음이 나면서 자유롭기도 했다. 쓸쓸함과 자유로움이 한꺼번에 몰아쳤다.


11시까지 호텔로 돌아가 체크아웃을 해야 하는데, 호텔까지는 대략 걸어서 30분 거리.
남은 시간은 20분.


30분 거리를 20분내에 도착하는 방법은?

냅다 뛰는 거다.


로얄파크호텔 아이코닉이 너무나 좋았기 때문에, 이곳에 더 있을걸 괜히 다른 호텔로 예약 잡았다고 후회했지만, 모두 연말의 교토 숙박비가 순식간에 수직상승했기 때문이다. 가격이 2배 가량 높아지니 굳이 비싼 호텔에 더 있을 필요는 없겠다 싶었다. 작은 독신자용 아파트겸 호텔 (Kyoto Itoya hotel Mon, 교토 이토야호텔 몬)로 옮기기로 했다.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맡긴 후, 노트북을 챙겨 근처 Tully's coffee에서 일을 했다. 오후가 되니 어느새 사람들이 가득 찬다. 일본에도 틀림없이 카공족이 있을텐데, 이렇게 노트북 펼쳐놓고 일을 할 수 있는 카페가 정말 없다.


대충 일을 마무리하고, 짐을 찾아 새로운 호텔로 이동. 로얄파크호텔이 번화가 대로변에 있었다면, 이토야 호텔몬은 조용한 주택가의 뒷골목에 있다.


좁지만, 신기하게도 있을 건 다 있고, 콘센트 위치나 갯수 등이 아주 예술적으로 설계되어 있다.


KakaoTalk_Photo_2023-01-01-22-37-40.jpeg 교토 이토야 몬 호텔 / Kyoto Itoya Hotel 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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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인을 하고 짐을 푸니 어느새 저녁 시간. 연말, 교토에서 예약없이 좋은 식당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지. 근처에 예약없이 줄 서서 먹을 수 있는 식당을 찾아보니 근처에 작은 교자집이 있다.


어두운 골목길을 걸어 혼자서 식당으로 찾아가는 길은 조금 쓸쓸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했다. 저 멀리 교자집이 보일 때는 무척 반가운 느낌.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일본 식당 답게, 단 한 명의 직원도 농땡이를 부리지 않고, 테이블을 쓸고 닦고 이랏샤이마세~!를 외치며 나를 쳐다본다.


일본에서는 혼밥이 일상적이랬지.

게다가 나는 외국인이니까, 여행객이니까, 용기내어 말해 본다.


"히토리데쓰"

(혼자입니다)


혼자 온 손님에게 테이블이 주어질리는 없지.

자연스럽게 바 자리로 안내받는다.


교자 6조각과 작은 반찬과 밥, 그리고 한입 맥주를 시킨다. 바삭한 교자를 한 입 먹으니 육즙이 흘러나온다. 나쁘지 않은 맛에 따뜻한 음식이 입 안 가득 흘러들어오자 기분이 좋아진다.


교자를 먹으며, 김훈 소설 하얼빈을 펼친다.

도시샤 대학에 다니며 윤동주가 독립운동을 한 이 오래된 도시, 교토에서, 안중근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소설 하얼빈을 읽는 아이러니. (사실은 교자 먹고 맥주 마시느라 책 못 읽음... 무거운 책을 왜 가져간거여?)


한입 맥주를 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그 사이 내 옆 자리에는 퇴근하던 어떤 여자 손님이 앉아서 나처럼 교자를 먹는다.

퇴근길에 들러서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일까?


KakaoTalk_Photo_2023-01-01-22-37-55.jpeg 시조역 - 고조역 근처의 교자집 Gyoza-dokoro Sukem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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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서 혼자인 것은 쓸쓸하지만, 뭐 인생길이란 게 어차피 혼자 왔다 혼자 가는 거여... (갑툭 인생은 나그네길)


혼자든, 둘이든, 셋이든 앞으로도 먹고싶은 음식은 먹고, 가고싶은 곳엔 가자.
그리고 고독한 미식가가 되어 당당하게 말한다.

"히토리데쓰."


옆자리 사람들이 먹는 걸 곁눈질로 살핀 후 얘기해보자.

"아레오 구다사이!!"

(저걸로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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