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앞집에 구순이 되신 할머니가 살고 계십니다.
얼마전까지는 할아버지와 두 분이 사셨어요. 나이가 많이 드시고 걷기가 불편하시지만, 두 분이서 아주 천천히 산책도 하고, 동네 맛집도 찾아다니시고, 또 가끔은 할아버지가 휠체어에 타시고, 할머니가 느리게 밀어서 함께 다니시는 보기 좋은 노년 부부였습니다. 나도 저렇게 나이들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했어요.
나이가 들면 1년이 1년이 아니라고 하더니, 처음 뵌 이후 얼마 후 할아버지는 돌아가셨습니다. 지금은 할머니 혼자 살고 계시고, 자식들이 종종 찾아오는 것을 봤습니다. 처음 뵈었을 때는 비교적 정정하시던 분이 요즘은 아주 부쩍 늙셨더라고요.
어느날 초인종 띵동~ 해서 나가보니 할머니가 계시더라구요. 집 앞으로 음식이 오던데, 그게 뭐냐고. 당신도 도시락 배달을 받아보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제가 음식을 자주 시켜먹는 것을 보시고 그게 궁금하셨던 것 같아요.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요.
매번 요리를 하기도 어렵고, 식당에 찾아다니기도 어려우니 집에서 배달을 받아보면 저도 좋을 것 같았어요. 문제는 음식을 모두 앱으로 주문을 해야하니, 할머니 핸드폰 (예전 피처폰)에 깔수도 없고, 매번 제가 대신 시켜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동네식당 중에서 전화로 배달을 하고 배달 후 결재를 하는 식당이 있는지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옛날 중국집 짜장면 배달 처럼)
몇몇 식당에 전화해서 전화로 연락해서 직접 배달도 하냐고 물어보니 대부분은 안된다고 했고, 그중 어떤 식당은 요즘 세상에 무슨 전화 주문이냐고 무안을 주더라구요. 물론 맘 착한 식당주는 원래 안되지만, 해드리겠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몇몇 식당의 리스트를 정리해서 드리는 것으로 마무리를 했습니다만.
저도 지금은 IT기기를 잘 쓰지만, 구십쯤 되어 화성이랑도 교류하고, 화성말도 다시 배워야하고, 인공지능으로 모든 게 이루어질 때, 노인으로 새로운 세상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당장 노인들이 카카오택시를 부르기 힘들어서, 거리에서 택시만 기다리다 지쳐버린다는 뉴스도 들려오고요. 저희 아버지는 원체 명민하신 분이지만, 카페나 식당에서 키오스크를 아주 어려워 하시고요.
어떻게 노년층이 소외되지 않을 수 있을지,
점점 노년층이 늘어나니 기업도 아마 수익적인 측면에서나 ESG 측면에서 이 부분에 투자하는 것이 좋겠고, 정책적으로도 정부에서 장기적인 지원 방안을 꼭 마련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집 할머니를 위해서가 아니라, 미래의 나를 위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