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투블루 정백경 / 웹개발자
Intro
“나는 OO해서 척척박사가 될 거야!” 우리는 어린 시절, 이 문장으로 부모님을 뿌듯하게 했다. 필자 역시 그랬다. “책을 많이 읽어서 척척박사가 될 거야.” 안타깝지만, 그 뿌듯함을 오래 드리지 못했다. 이상하게도 책만 읽으면 졸렸고, 멀미가 밀려 왔기에. 시간이 지나고 지나서 오랜만에 척척박사에 대한 이야기를 한 남자에게서 들었다. 그는 다방면의 개발을 익혀서 척척박사가 되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는 개발을 죽어도 하기 싫었었다고 한다? 아이러니한 정백경 개발자의 이야기를 지금 시작한다.
죽어도 개발은 하기 싫어. 대학교에서 멀티미디어를 전공할 때, 내가 내뱉은 말이야. 전공의 특성상, 영상과 개발 중 하나를 선택해서 공부해야 했어. 당연히 난 영상을 택했지. 개발에는 악감정을 가지고 있었거든. (아는 사람이 개발자인데, 밤낮이 다 바뀌고 돈도 못 벌어서 사람 사는 게 아니라는 등) 학업을 마치고는 영상회사에서 4년간 일했어. 정말 재미있었지만, 회사의 사정으로 문을 닫게 됐지.
졸지에 실업자가 된 나는 앞으로 어떤 길을 가야 할까를 고민했어. 그때도 개발자는 내 머릿속에는 없었어. 하지만 해당 직무에 대해서 긍정적인 신호를 주는 이가 있었지. 바로 개발자인 내 여자친구야. (웃음) 한번 믿어보자는 생각에 개발 학원을 다니기로 했어. 그런데…그렇게 싫던 개발이…
그때만큼 공부를 열심히 해본 적도 없는 거 같아. (웃음) 어느덧 수료할 때가 왔고, 면접을 보러 다녔어. 그중 하나가 지금 회사인, 투블루이야. 사실 투블루는 입사하고 싶진 않았어. 내가 학원에서 배운 기술을 하나도 안 쓰더라고. 그래도 면접을 경험해보자고 해서 갔는데, 마치고는 생각이 바뀌었어. 꼭 입사하고 싶다고 말이야. 대표님의 비전과 팀원들과 함께 일하면 정말 행복하게 일할 수 있겠다고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 그리고 내게 아메리카노를 주시던 아름다운 여성분도 친절해 보이셨고. (웃음) 그래서 면접 후기를 대표님 메일로 전달했지.
처음에는 주변에서 ‘여기가 외국인 줄 아냐’고 콧방귀를 꼈어. 근데 이상하게도 쓰고 싶었어. 그래서 후기를 작성해서 보냈지. 그때가 아마 밤이었을 거야. (feat. 나 지금 센치해~~ by WINNER)
그렇지. 여자친구가 아니었다면, 개발자로서의 행복을 경험하지 못했을 거야. 본인도 뿌듯해해. 추천해준 직무를 내가 좋아하게 됐으니까. 그리고 회사의 면접을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으면, 지금의 인연을 못 만났겠지?
‘정말 싫어하던 것도 경험해보면 좋은 인연으로 이어질 수 있어.’
투블루는 카드 뉴스 제작 툴인 타일을 서비스해. 거기서 난 웹 개발자로서 프론트엔드를 담당해. 사용자가 온라인에서 눈으로 보이는 기능을 작업하는 일이야. 타일은 디자인 관련 기능들을 만지는 부분이 많아. 그래서 디자인의 변화가 생기거나 추가 기능이 추가되는 것을 개발로 진행해.
개발자는 각자 성향이 있어. 나는 속도를 중요시하는 타입이야. 빠르게 개발해서 사용자에게 보여주고 싶은 욕구가 강해. 버그가 생기더라도, 그때 맞추어서 수정하고 발전시켜. 나는 이게 단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팀 내에는 나와 다른 성향인, 꼼꼼한 개발자가 있어. 회사에 이런 다양한 캐릭터가 존재하는 것이 서비스의 더 큰 시너지를 일으킨다고 봐.
나는 끊임없이 공부하려고 해. 모든 일이든 뒤처지면, 스스로의 경쟁력을 잃어. 발전하는 세상을 따라가려면 나 역시 발전해야 하는 게 당연한 거지. 그래서 개인적으로 남 탓하는 것을 싫어해. 본인이 노력도 안 하고, 멈추어 있기 때문에 혼자서 스스로 납득할 만한 핑계를 찾는 거야. 나는 개발로서 그 핑계를 대고 싶지 않아.
그렇다면 정백경으로서의 삶의 비전은?
부모님이 자랑하고 싶은 아들이 될 거야. 그다음 좋은 남편과 아빠가 될 거고. 그렇게 나이가 들어서는 맥가이버 같은 할아버지를 꿈꿔.
‘물론 그 시간 동안 믿음직한 개발자가 되어야겠지.’
나는 자기계발을 딱히 안 해. 그렇다고 책을 억지로 읽으려고도 하지 않고. 대신 주말에 카페에서 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아무래도 회사에서는 해당 서비스의 한정적인 부분만 작업하게 돼. 그 아쉬움을 푸는 활동이야. 이런 활동은 자연스럽게 성장으로도 이어져. 전반적인 시스템을 볼 수 있고, 개발의 시야를 넓히게 돼.
‘설령 그게 미완성이 된다고 해도, 쓰레기통에 버려진다고 해도 나에게는 성장의 일부분이야.’
동네 친구랑 치킨을 자주 먹어. 일주일에 3~4번은 먹는 거 같아. 근데 어느 순간부터 누가 계산했는지가 헷갈리더라고. (웃음) 그래서 ‘치킨오버플로우(chicken overflow)’라는 사이트를 만들었어. 치킨이 넘쳐흐른다는 뜻인데, 개발자라면 누구나 다 아는 stack overflow 사이트에서 따왔어. 동네에 어느 치킨집이 맛있는지, 먹은 날에는 누가 계산했는지를 기록했어. 회사에서 이뤄낸 작업물은 아니지만, 개발이라는 성장에서는 가장 큰 영향을 줬어.
자신의 차에 시동을 켰을 때 음악, 히터&에어컨, 등 자동으로 실행되는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해서 설치했어요.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코딩을 해.
진짜야. 난 한 번도 코딩하면서 스트레스받은 적이 없어. (웃음) 그 과정에서 해답을 못 찾으면, 팀 내의 훌륭한 개발자분들에게 물어보면 돼.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하나를 완성하고, 내 것으로 만들면서 스트레스가 아닌 재미를 느껴.
맞아. 난 일을 일로 생각하지 않아. 일해야지 라고 해서 일한 적은 없어. 대부분 빨리하고 싶어서 시작해. 여자친구가 개발자라는 직무를 추천할 때, 내가 개발자로서 어울리는 성격이라고 했어. 근데 그 말이 진짜인 거 같아.
이러면 하루 종일 개발만 한다고 오해할 거 같은데, 나도 놀 때는 놀아. (웃음)
우리는 아직 소규모 조직이야. 각자 어떤 일을 하는지를 알아. 그래서 소통할 때도 상대의 상황을 이해하면서 시작해. 그럼에도 문제가 발생할 때는 있어. 그때는 제 3자의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는 편이야. 그때마다 답은 항상 같아. 나의 마음을 바꾼다는 것. 사람에 맞추어 마인드를 바꾸면, 상대를 이해할 수 있어.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하나야. 나는 이 사람들과 계속 일하고 싶어.
보통 CTO님께 의견을 제시해. 그때 나오는 답은 두 가지야. 된다 와 안 된다. 만약 안 된다는 답이 나올 때는 우선은 받아들여. 그리고 나서 혼자서 제시한 의견을 작업해봐. 그럼 왜 이런 답을 내렸는지를 100% 이해할 수 있어. (웃음) 가끔 작업해서 괜찮은 결과가 나오면, 다시 의견을 제시해. 그런데도 안 된다고 하면 거기서 멈춰.
‘한 명이라도 반대하는데, 밀고 나가는 것은 회사에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어.’
크게 다르지는 않아. 물론 모두가 맞는 말은 아니지. 근데 이건 본인이 어떻게 받아들이냐의 차이인 거 같아. 나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지만, 개발하고서는 일에 대한 행복을 얻었어. 그래서 지금까지 일하고 있는 거고. 아,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것은 있어. 개발이 레고처럼 쉽게 빼고 넣을 수 있지는 않아! (웃음)
내가 생각하는 회사가 줘야 할 보상은 자유로운 분위기야. 때로는 혼자 일에 집중하고 싶을 때가 있어. 더불어 창의적인 생각은 한 자리에서만 발생하지 않아. 그래서 자유로운 분위기로 다양한 장소에서 일할 수 있는 문화가 중요해.
사무실에 플스(플레이스테이션)를 할 수 있는 공간과 콜라로 가득 찬 냉장고가 있었으면 해. (웃음)
적응력 – 나는 이력서에 ‘무인도에 버려도 잘 살 수 있는 사람’이라고 적었어. 사회생활에서는 본인에게 100% 맞는 환경은 없다고 봐. 그래서 어딜 가든, 누굴 만나도 적응하고 이를 긍정적으로 소화할 수 있어야 해. 특히 개발은 새로운 기술이 나오기 때문에, 적응력이 중요해!
귀차니즘 - 하나의 서비스는 인간을 편리해주기 위해서 탄생 돼. 그 본질을 생각하면 귀찮은 것을 대신 해주는 게 편리한 거야. 이 귀차니즘을 개발자가 항상 가져야 해. 그럼 자연스럽게 주말이나 개인 시간에 그것을 풀고자 개발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