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말하는 게 내 자유라고만 생각한다면
"아무리 그래도 그 사람에게 두고두고 상처가 될 표현은 하지 마라"
"같은 말이라도 좋은 표현으로 할 수 있다."
내가 하는 일이 조직 내 문제에 대해 전문가로서 조언하고 판단을 거드는 일을 하다보니 회의자리에서 강경 발언을 하게 될 때가 종종 있다. 당연히 준수해야 할 원칙이 적용되지 않거나, 응당 이루어졌어야 할 조치가 미비하거나, 취지에 맞지 않는 행위들이 확인될 때는 외부 위원으로서 명징하게 바로잡아야 할 일종의 사명감이라는게 생긴다.
그러다 보니 종종 너무 당사자를 심하게 질책한 것인가 자책하였던 때가 있다. 필요한 말을 했지만 그 말을 할 때조차 내 감정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할 수 없고, 내가 할 수 있는 발언의 힘때문에 상대는 어쨌든 받았을 상처에 대해 고려가 되면 당연히 나 역시 마음이 불편하다.
이런 고민을 나누던 날 박여사께서는 "같은 말이라도 다르게 할 수 있고, 내가 한 말이 그 사람에게 상처로 남는 표현이나 내용은 하지 말아라. 설령 그것이 필요한 일이라 할지라도 그러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말이 가진 기운과 무게에 대한 이야기였다. 상대에게 꽂은 비수는 다시 내게 돌아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대에게 도달된 상처는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업을 짓는 것이라는 믿음으로 이해한다.
직업상 만나는 많은 문제상황들이 가볍게 말하고, 쉽게 한 표현들로부터 커지는 경우를 많이 본다. 내뱉는 것은 내 자유라고 하나 그 영향을 다른사람의 자유나 권리를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는 경우가 많다. 말이 휘발되기 때문에 더 쉽다 생각하지만 상처가 된 말들은 어쩌면 두고두고 재해석되는 것 같기도 하다. 최근 어떤 말로 쟁점된 문제를 업무로 다루면서 2003년께 개봉한 올드보이 영화 유지태가 15년 수감한 남자를 만나면서 한 "넌 너무 말이 많아"라는 장면이 20년 세월이 지나고보니 저 말이 다양하게 해석되기까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