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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단 May 19. 2024

글쓰기만으로는 치매예방이 안된다고?!!



305호의 여든네 살 바바라 할머니는 치매 증상이 깊어져서 롱텀케어에 빈자리가 나면 옮길 예정이다.

오늘 아침 그녀의 기분이 좋아 보였다.


"바바라 몇 살이에요?"

"나? 아마도 육십?"

"와 육십인데 이렇게 젊어 보여요? 오십 아니었나요?"

"그렇게 보여? 고마워. 꺄르르륵"


바바라 할머니는 나이를 물을 때마다 다른 숫자를 말한다. 물론 언제나 현재 당신의 나이보다 훨씬 적은 숫자이다. 그녀는 늘 그렇게 젊은 시절을 살아가고 있는 행복한 할머니다. 그러나 혼자서는 생활을 할 수 없는 치매환자다. 곧 이곳과 전혀 다른 환경의 기관에 입소를 할 것이고 할머니의 증상은 점점 심해져서 종국에는 침대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생을 마감할 것이다.


치매 환자의 비참한 마지막 모습을 많이 보았기 때문에 밝게 웃는 그녀의 모습이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직업 특성상 치매에 관련된 상황들을 많이 접하게 되면서 노후에 가장 피하고 싶은 병 또한 치매라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 왔다. 나를 위해서 내 가족을 위해서 치매는 걸리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적극적으로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한 것은 이제 겨우 이년 여 되었다.


만성질환에 걸리지 않도록 건강검진을 정기적으로 받기 시작했고 당뇨 보더라인이라는 진단을 받은 후부터는 식단관리를 시작했다.

노후에는 근육부자가 되어야 한다는 글을 읽고 일주일에 적어도 세 번은 근육 운동을 하러 다녔었다. 그러던 중 춤을 따라 하는 것이 인지활동에 좋다는 유투부를 보게 되어 삼일 중 하루는 에어로빅을 다니고 있다.

캐나다에 와서 20여 년 동안 아이 키우고 일을 하느라 친구라고 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지 못했다. 치매 예방에는 적절한 대인관계와 사회활동이 중요하다고 해서 동갑친구 모임을 만들었고 일주일에 하루는 한국인들을 위한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그런데 오늘 읽은 기사가 적잖은 충격이었던 것을 보면 운동, 식단, 대인관계, 사회활동에 골고루 신경 쓰면서도 '나는 책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하니 사실 치매에는 안 걸릴 거야'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마음 한편에 있었던 것 같다.


캐나다 한국일보 : 노벨문학상 캐나다 작가 먼로 별세 (koreatimes.net)

노벨문학상을 받은 92세의 먼로가 10여 년간 치매를 앓다가 돌아가셨다는 기사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책벌레'로 유명했다고 한다.


아, 이런,,,, 책을 많이 읽었고, 글쓰기로 노벨상까지 받았던 그녀도 치매로 생을 마감했다니!


치매예방과 책 읽기, 치매예방과 글쓰기를 연결시켜 놓고 평소에 독서와 작문을 즐기면 치매는 백 프로 걸리지 않는다고 착각했다. 머릿속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삐뽀삐뽀... 조심해 조심해 네가 글쓰기를 좋아한다고 해도 뭐 매일 쓰는 것도 아니잖아? 노벨상을 받을 정도면 평생 얼마나 많은 글을 썼겠어 그래도 치매로 돌아가셨다잖아! 치매만큼은 안 걸리고 싶다고 소원하는 네가 무슨 근거로 그렇게 안이하게 생각하고 지냈니? 책 읽고 글 쓰니까 넌 치매 안 걸릴 거라고?! 너 이미 치매인 거 아니야?!!!'



먼로는 왜 치매에 걸렸을까?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을 앓았을까?(뇌혈관질환의 주요 위험 인자들)

아니면 비만이었나?(뇌혈관질환의 주요 위험 인자)

을 많이 마셨나? (알코올성 치매)

책을 쓰면서 줄담배를 했을까?(뇌혈관을 수축시킬 수 있음)

우울증이 있었을까?(치매의 발병률이 약 2-3배 높아짐)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비만, 술, 담배, 우울증 등의 위험 요소들을 조절하면 상당 부분 치매예방이 가능하다고 한다. 지금까지 잘해오고 있지만 그래도 이제부터는 치매의 위험성을 높이는 모든 요소들에 대해 각성하여 단 한 가지도 소홀하지 않도록 신경을 쓰자고 다짐한다.


유난히 운동이 하기 싫은 날도 치매에 걸린 나를 상상하면 문을 나설 수 있을 것이고, 단짠 음식들이 당기는 순간에도 치매에 걸린 나를 상상하면 식욕이 사라지겠지.


어이쿠 나는 진짜로 치매랑은 친구 안 하련다.




https://psy.amc.seoul.kr/asan/depts/psy/K/bbsDetail.do?menuId=862&contentId=263081


http://www.gnmch.or.kr/new/sub/sub8_1.php 치매의 종류가 잘 정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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