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다는 것

by 요유
나, 행복하다.


올 초 한국을 떠나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이곳은 바로, 독일입니다.


여행으로 잠깐 온적은 있지만, 독일어도 못하고 독일에 친구는 커녕 지인도 없고 여러모로 독일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저에게는 분명한 도전이었죠. 그냥 질렀습니다. 해봐야 알지 않겠습니까, 그쵸? 그리고 저는 지금 꽤 만족하고, 행복해요. "아, 나 지금 행복하구나."를 처음 느낀 건 정말 별거 아닌 상황이었어요. 잠이 시차 따위는 가뿐히 이겨내는 자타공인 잠만보인 저는, 별도의 시차적응 없이 하루하루 사소하지만 아주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며 보내고 있었죠. 일주일 정도 되었을까? 아직 쌀쌀하던 4월 초, 여느 때처럼 아침에 멍하니 침대에 앉아서 오늘의 날씨를 가늠하며 창안으로 들어오는 아침 공기를 천천히 들이마셨고, 그때였습니다. "나 행복하네."


그 날 이어진 가족과의 통화에서 제 입으로 그 말을 내뱉었는데, 어찌나 낯설던지, 이상하더라고요. "적응은 잘하고 있어?"라는 엄마의 질문에 대한 저의 대답이었습니다. "응, 저 행복한것 같아요." 그리고 우리 가족 안에서만큼은 쌉T인 저의 예상치 못한 대답은, 그 어떤 말보다도 저희 부모님을 안심시켰던것 같아요. "다행이다. 잘 지내고 있구나." 무엇보다 저 스스로도 마음 한쪽이 뭉근하게 따뜻해지더라고요. "그래, 여기에서 나는 행복함을 느끼는구나." 참 따뜻한 봄볕같이 맑고 반짝이는 기억이에요.


근데 왜일까, 한국에서는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낀 기억들이 조금은 어렴풋해요. 없었다기 보다, 조금은 드물었던것 같아요. 저에게 자주 찾아오지는 않지만, 한 번 오면 참 깊고 소중한 추억이 되었거든요. 좋았어요, 그것도. 지금도 되새겨보면 정말 행복했고, 살아있음에 감사할 만큼의 강렬한 감정들이 함께 다시금 느껴지기도 하거든요. 그렇지만 지금의 저는 도파민 가득한 불닭볶음면 보다 밋밋한 잡곡밥 스타일의 행복이 더 취향인걸로 바뀌었나봐요. 사실 독일로 자리를 옮기며 참 많은 것이 바뀌었죠, 제가 선택한 변화이지만 좋은 것도 있고 꼭 긍정적이지만은 아닌 것들도 있어요. 예를 들면, 독일의 행정 시스템? (지져스) 그렇지만 저는 요즘 자주 행복해요.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껴요. 자주 미소짓고, 자주 너그러워지고, 좀 더 천천히 걷고, 더 자주 주변을 천천히 살펴봐요. 무엇보다도 하루 하루를 살아가며 제가 하는 말과 행동, 그리고 생각에 조그마한 여유들이 자리잡은 것을 문득 문득 깨닫습니다.


행복하다는 것, 정말 소중한 감각인것 같아요. 그리고 내가 무엇을 통해 행복을 느끼는지 아는 것도 정말 중요하지만, 요즘 저에게는 '내가 행복한 바로 그 순간을 깨닫는 것', 그게 저에게 너무 소중해요. 그 누구도 시키지 않았지만, 스스로 바쁘고 바쁘고 또 바빴던 지난 날들 놓쳤던 것들이 분명 있는것 같아요. 그래서 연습해보려고 해요, 깨닫는 연습. 열심히 하면 스스로와도 더 친해지고, 좀 더 자주 소소하지만 반짝이는 행복들과 행복해 하는 저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연습만이 살길이다. 행복 가득한 삶을 살길. 요즘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진지함)


요즘, 다들 어떠신가요? 어렵지만, 스스로를 위한 잠깐의 여유를 갖고 일상의 조그마한 틈을 열어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행복이 쏙, 그 틈으로 들어올지도 몰라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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