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저는 존재한다는 것은 '생각'하고 '몰입'하는 것과 맥락이 닿아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멀티태스킹(multitasking: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것)은 과대평가되어 있는 스킬이라고 생각합니다. 도대체 여러 가지 일을 어떻게 한순간에 다 같이 할 수 있는 거죠? 근데 재밌는 건, 과거의 저는 꽤나 멀티태스킹을 잘하는 사람이었다는 거예요. 단시간에 수많은 일들을 거의 동시에 처리했죠. 전화를 받으면서 이메일을 확인하고 자료의 초안을 작성하기도 했죠. 그리고 얼마 전에 멀티태스킹을 할 수 있는 일들은 대체로 내 판단 또는 생각을 배제한 '무사유'의 상태로 기계적으로 처리가 가능한 것들이라는 패턴을 발견했죠. 익숙한 일들과 생각할 필요가 없는 단순하고 당연한 일들이요. 생각할 필요가 없는 거예요. 고민할 필요도 없죠.
폭발적인 효율로 여러 가지 일들을 와다다다 처리하고 나면 방금 몇 시간 동안 무슨 일들을 했는지 별로 생각이 나지 않아요. 그냥 왠지 모를 성취감과 피로감에 젖어있게 되죠. "뭔지 모르겠지만 뭔가 나는 많이 했다.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 있다." 그래서 실제로 뇌과학적으로 '멀티태스킹'은 매우 비효율적인 것이라고 해요. 동시에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수많은 일들이 실제로는 우리들의 뇌에서 아주 짧은 찰나의 순간을 다시 쪼개고 쪼개서 각 업무를 진행하는 신경회로들을 끊임없이 바꿔가며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냥 한 번에 여러 일들을 하고 있다는 건 단지 우리들의 느낌이었던 거예요.
그럼 반대로 나의 존재를 온전히 느꼈을 때는 어떤 순간들이었는가. 저는 운동과 명상할 때 온전히 저에게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저는 사실 운동을 굉장히 좋아해요.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것도 재밌지만, 보통 혼자 하는 걸 선호하죠. 요즘은 웨이트에 푹 빠졌는데요. 그 이유는 그날 목표로 하는 특정 부위에 집중하면서 한 가지만 생각하게 되는 것이 꽤 매력적이더라고요 (오늘은 삼두다). 거기에다가 조금만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면 바로 보이는 몸의 변화 그리고 뭔가를 했다는 만족감까지! 이 모든 요소들이 스스로에게 좀 더 집중하게 만들어주는 데 큰 몫을 했죠. 그리고 명상할 때에는 꼭 눈을 감고 해요. 시각적으로 받게 되는 자극을 차단하면 저는 좀 더 집중이 잘되더라고요. (어두운 공간에서 하는 명상도 꽤나 힐링이랍니다.)
이 모든 행위/행동들은 어떤 의미로는 멀티태스킹과는 반대로 아주아주 느리게 진행되는 것들이에요. 한 번에 하나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말이에요. 하지만 이 느린 행위들을 하고 나면 매우 개운해요. 머릿속이 맑아지고 몸도 개운하고 가벼워지죠. 군더더기 없이 담백해진 느낌이 들거든요. 그리고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음을 절실히 느껴요. 이 세상을 받아들이는 모든 감각들이 다시금 재조정되고 초기화가 된 느낌이랄까요. 어떤 의미로는 굉장히 예민해지죠. 불어오는 바람의 온도와 냄새가 생생하게 느껴지고, 움직이는 나의 몸이 내 몸이 아닌 듯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해요. 그리고 '나'라는 사람이 안고 있는 온갖 감정, 생각들로 보지 못했던 그냥 '나'를 마주하게 되죠.
이렇게 여유와 공백과 함께 나 자신과 소통하다 보면 스스로와 건강한 그리고 솔직한 관계를 갖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러한 건강한 자신과의 관계가 '나'라는 존재가 이 세상에 온전히 존재할 수 있게 해주는 가장 큰 버팀목이 되는것 같아요. 그러니 조금 어렵지만 해볼만한, 아니 꼭 해봐야하는 것 같아요. 나로서 존재하는 연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