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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감나비 Jul 08. 2021

관찰

나로 살게 하는 도구


'사물이나 현상을 주의하여 자세히 살펴봄.'

관찰(觀察)의 사전적 정의다.

그렇다면 주의하여 자세히 살펴본다는 것은 무얼까?

난 이렇게 정의하고 싶다.

나의 의식을 관찰하고자 하는 대상에 집중하고,

오감을 살려 ‘있는 그대로’ 그 대상을 살펴보는 것이라고,

평가나 해석 없이 보는 것이라고 말이다.


나는 보지만, 보지 못할 때가 많다.

내 의식이 집중한 것만 보이기 때문이다.

많은 것들이 지나가지만

나의 필터를 통과한 것들만 보인다.

관찰한다고 하지만 실은 나의 필터로

평가나 해석을 하고 있지 않은가 돌아보곤 한다.


나는 관찰을 잘한다고 착각하고 살았다.

학교에서 받는 관찰 관련 점수가

나름 좋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이를 키우며

이제껏 제대로 관찰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같은 길을 걸어도

아이는 늘 내가 놓치는 것들을 관찰한다.

삶 경력이 훨씬 긴 내가 보지 못하는 것을

아이는 어떻게 볼 수 있을까?


내가 내린 결론은 아이가 가진 호기심이다.

아이는 세상이 낯설고 새롭다.

선입견이나 편견이 없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를 볼 수 있다.

<차라투스트라는 말했다>에서 니체도

인간의 정신의 최고봉을 ‘어린아이’에 비유했다.

어린아이의 정신으로 세상을 관찰하는 힘,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당연한 것도 낯설게 보는 힘이

관찰에는 꼭 필요하다.


따뜻한 호기심을 장착하고 바라보면

다른 앵글을 가질 수 있다.

아이와 놀며 나도 잠시 어린아이가 될 때는

보지 못하던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아파트 잔디밭에 뽑아야 내야 할 잡초를

각각의 고유한 이름을 가진 아름다운 생명으로 관찰할 수 있었다.

넋 놓을 때나 보던 텅 빈 하늘에서

돌고래, 거북이, 때론 용을 닮은 꽉 찬 구름 그림을 관찰할 수도 있다.

아이와 함께하는 관찰의 매력에 빠져

한동안 매일 산책길에 올랐다.

루페를 들고 다니며 식물들을 관찰하기도 하고,

지나가는 개미 떼나 달팽이를 관찰하기도 했다.

어제와 달라진 오늘 풍경을 관찰하기도 했다.

관찰은 삶의 소소한 재미를 가져다주었다.


요즘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가장 흥미롭게 관찰하고 있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내어 나를 관찰한다.

몸의 감각을 관찰하고,

느낌과 감정을 관찰한다.

또, 내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을 관찰한다.

나라는 사람을 평가나 해석, 왜곡 없이

‘있는 그대로’ 살펴보려고 노력한다.


때론 상대의 말과 행동을

평가나 해석하는 나를 관찰하기도 한다.


예쁜 꽃을 관찰한다는 느낌으로

오감을 살려내어 관찰한다.

나를 자세히 관찰하는 시간을 꾸준히 가졌다.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관찰했더니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나태주 님의 말처럼

이제는 전보다 나를 더 사랑하게 되었다.

나를 사랑하며

오직 나만이 살 수 있는 삶을 찾아가고 있다.

의미 있고 진정한 삶의 목적을 찾아가고 있다.


고로 나에게 관찰이란.

‘진정한 나로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도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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