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삶의 밸런싱을 위한 세 가지 스텝
쳇바퀴 삶을 사는 출근러의 소소한 팁
세상엔 다양한 형태의 직업이 있다. 가장 흔하게 매일 직장을 다니는 출근러가 있고, 본인의 재량껏 일을 하는 프리랜서가 있고, 본인이 즐기며 하는 예술이나 창작 활동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그 중 출근러이며, 대학이라는 다소 보수적인 직장에서 교직원으로 사무(행정)직을 수행하고, 육아라는 가정에서의 업을 병행 중이다.
어떤 직업을 가졌든, 생계 이상의 가치와 의미를 가지는 '일'에 애정과 열정을 투입하는 노력은 꼭 필요하다. '일'을 하는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비로소 '삶'의 퀄리티를 올리는 가장 단순한 방법이기도 하다. '워라밸(work-life balance)'이라는 사회적 용어가 직업 선택에 있어 절대적인 기준으로 자리잡은만큼 일과 삶의 균형이 관건인 시대이고, 균형을 맞출만큼 이 둘은 대등한 관계이다.
보통 삶을 위해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당연한 이치이고 나도 동의하지만, 일과 삶은 같은 시공간에 존재한다. 즉 내 일이 곧 내 삶인 것이다. 다만 삶에는 일을 제외한 중요한 요소들이 많기에 (휴식과 자기개발, 사적 인간관계, 가족활동 등) 그들과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일을 하는 시간, 일에 쏟는 에너지, 일적인 네트워크를 적정 수준에서 통제할 필요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도 내 '삶'의 일부라는 사실은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한다. 때론 일과 관련된 것들이 무엇보다 삶을 충만하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직업 선택의 폭이 넓은 사람들, 일 자체를 안해도 충분히 잘 사는 사람들, 일의 양과 비례하여 돈을 버는 사람들은 내가 지금 적고자 하는 팁에 해당되는 대상이 아니다. 대신 나처럼 회사에서 맡은 일을 수행하며 일정 수준의 급여를 받는, 사회생활도 잘 하며 사생활도 잘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나의 팁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지 모르겠다.
Step 1. Switch on/off
일이 아무리 좋아도, 아무리 X같아도, 일을 할 때와 안 할 때는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일 할때만큼의 에너지를 투입해야 일 외적인 분야에서도 아이디어나 성취가 생기는 법이다. 직장에서의 성과에 도취되거나, 풀리지 않는 또는 산적한 일에 대한 스트레스로 일터 밖에서까지 정신력이 소모된다면, 분명 일이 아닌 다른 영역은 각종 가능성이 침해당하고 있을 것이다. 일터에서 풀가동되던 뇌의 스위치를 끄는 것은, 하루 중 가장 긴 시간을 몸 담았던 그 곳을 빠져나온 이상 확실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는 하던 일을 일정시간 멈추어도 곧 재개할 능력이 있기 때문에, 그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일을 해야 하는만큼 충분히 일터에 머무르고, 그곳에서의 고민/걱정/스트레스/평가 따위는 고이 접어 책상에 올려둔 후 퇴근하자. 흔히 워라밸 지침으로서 기본으로 강조되는 부분이며, 단순하고 쉬워보여도, 아는 걸 실천으로 옮기기란 늘 그렇듯 어렵다.
나의 경우는 퇴근 직전 모니터에 스케쥴러를 띄워 진행중인 일들의 타임라인을 점검하고, 내일 출근해서 할 일 리스트를 신속하게 정리한다. 복잡한 상황이면 메모를 하고, 심플하다면 머리에 저장한 채 중단기 일정까지 살펴보기도 한다. 이후 생각을 빠르게 전환하여 오늘 저녁 메뉴와 자기 전까지 할 것들을 계획한다. 기껏해야 5-10분 걸리는 이 작업이 나의 소등 의식이며, 직장을 나오는 순간 일은 머릿속에서 지워지고, 해야하는 '일'이 아닌 하고싶은대로의 '삶'이 펼쳐진다. 종일 켜져 있던 형광등이 꺼진 머릿속에 마침내 무드등이 점등되며, 자유를 누리기 시작하는 타이밍을 누구든 놓치지 않고(인지하고) 즐겨보았으면 한다.
Step 2. 비상등 탑재와 활용
일을 하다가 급박한 사정이 생겨 사무실을 나와야 하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하던 일을 전부 내려놓고 룰루랄라 퇴근할 수도 있겠지만, 심히 고민중이던 일이 있었다면 그 일과 관련된 자료는 가지고 나와 사무실 밖에서라도 생각을 이어가고 싶을 것이다. 혹은 어떤 일이 피크로 진행중이었다면 (시간을 투입해서 정점을 찍을 수 있다면) 마찬가지로 그 일을 끌고 나와 계속 하고 싶을 것이다. 이처럼 스위치를 끄고 켜는 부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일들이 있다. 이러한 일들은 진행단계에서 빠르게 인지를 하여, 고민의 포인트를 정확하게 잡고 뇌리에 박아놔야 한다. 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켰다 껐다 할 수 있는 비상등처럼 활용하기 위해서다. 약속장소까지 가는 길 혼자인 시간, 화장실에서 큰 일을 보는 시간 등 나만의 고민을 펼칠 수 있는 자투리 시간이 분명 있다. 그 시간에는 비상등을 켜고 시급한 일에 대한 고민을 치열하게 해야한다. (중요한 건 딱 그 시간만 활용하는 것이다. 한정된 시간이 효율의 극대화를 초래하는 경험을 나는 여러 번 했다.) 진정 고민의 시간을 필요로 하는 일들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업무 난이도를 극상으로 올리는 몇몇 요인을 알아채고 이들을 어떻게 분석하고 대처할 것인지의 가닥만 잡으면, 난이도를 낮춘 이후의 나머지 일들은 수월하게 풀리는 경우가 많다. 업무량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업무의 경중이나 난이도를 인지해 구별하는 것으로 선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불시에 열 가지 일이 나에게 넘어왔는데, 그 중 두세/서너 가지씩의 일은 노하우만 생기면 비슷한 방식으로 풀어나가면 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중요한 것과 버려도 될 것을 구분하여 재량껏 시간을 배분하면 된다. 열 가지 모두 완벽하게 챙겨야 하는 일이라면, 애초에 나에게 한꺼번에 넘어오지 않았을 것이다. 일을 'volume'의 문제가 아니라 'factor' 차원에서 바라보고 분석하는 습관을 들이길 추천해보는 바이다.
Step 3. 월요병 극복!
일과 여가 시간을 확실히 구분하고, 생각의 흐름을 이어가야 하는 것들만 챙겨 수시로 고민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면, 어느정도 워라밸이 좋다고 볼 수 있지 않나 싶다. 마지막으로, 직장에서 필연적으로 맞서야 하는 월요병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나는 사실 월요병이 심한 편은 아니었는데, 결혼 이후 아이가 생기며 완전 극복되었다. (사실..'월요병'에서 '월요찬양'으로 바뀌었다..!!) 방법은 간단하지만 과학적이다. 금-토-일-월요일의 드라마틱한 차이를 두지 않는 것이다. 신체리듬은 급격한 환경변화가 일어날 때 불안정해지고, 요동친다. 주말과 가까운 금요일의 텐션을 조금 떨어뜨리고, 월요일과 가까운 일요일의 텐션을 조금 높여보자. 예를 들어 주중 업무속도를 타이트하게 조절해 금요일에 조금 느슨해지도록 만들고, 금요일 점심에는 편안한 사람들과 좋아하는 음식을 먹어보자. 토요일의 휴식에 미리 살짝 발을 담가보는 것이다. 토요일은 늘어지게 쉬거나, 미친듯이 놀거나, 하고픈대로 보낸 후, 일요일은 조금 부지런해져 보자. 집에 누워있기보단 산책을 하거나, 문화생활을 하거나, 평소 경험해보지 못한 엉뚱한 곳에 가보거나 하는 자극을 주는 것이다. 축 늘어진 상태로 월요일을 맞아 갑자기 출근을 하는 것보다, 심신에 미리 드라이브를 걸고 신선한 에너지를 주입해 놓으면, 이어서 일하는게 자연스럽고 쉬워진다.
이렇게 적고 보니 내가 무슨 고연차 베테랑에 완벽한 워라밸을 자랑하는 사람도 아닌데, 팁을 전하다니 조금 민망한 감도 있다. 그러나 나는 위의 세 가지 스텝을 구축하여 실천에 옮기는 것으로 쳇바퀴 같은 직장생활에 적응하고, 삶의 만족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데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생각을 한다. 매일 반복되는 출근이 싫고, 출근 이후의 시간이 무료하거나 일에 압도당해 퇴근 이후의 시간마저 그냥 버리게 된 경험을 나도 해 보았다. 그러나 5년차 직장생활에서 깨달은 진리는 앞서 말했듯 일도 분명 내 삶의 일부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을 사랑하고 즐길 수 있는 방법, 일 외적인 삶과 조화시킬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게 되었고, 결과는 역시 삶의 만족도 상승으로 이어졌다.
업무 능력이 탁월하다 함은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자질, 스킬, 인사이트 등이 훌륭한 사람에게 붙는 수식어일테고, 누구나 그런 이미지를 직장에서 갖고 싶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마인드셋이다. 내 일에 대한 자부심과 융통성있게 일을 주무르는 통제력을 가진다면, 일을 하는 나만의 노하우가 생기고 철학이 생기고, 그것은 나의 아우라가 된다. 일을 즐기면서 하는 사람은, 그 사람의 성과 여하나 업무 스타일에 관계 없이, 범접하여 그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없는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한다. 그런 사람들은 일을 삶에 녹여 그 일부로 받아들이고, 내 삶을 귀히 여기듯이 일에도 애정을 쏟아 어떻게 하면 최상의 밸런싱을 할 지 연구한 결과로 그런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혹자의 말처럼 내가 하고싶은 일만 할 수는 없다. 세상살이에 당연한 이치이다. 그러나 어떤 일이든 내가 하고싶은 방식으로 할 수는 있다. 심지어 나에게는 직장을 선택할 (떠나거나 옮길) 권리도 있다. 결정적으로 워라밸 조정을 위한 키는 내 손에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