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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가 오를수록, 나는 점점 불안해졌다

by 김자옥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얼마가 지났을까. 반응은 있나 하고 확인차 들어갔더니 그 사이 조회수가 1,000을 넘었다. 무슨 일인가 싶었다. 내겐 좀처럼 없는 일이다. 올리는 글이 대상이 좁기도 하고 쓸데없이 진지할 때도 있어 재미와는 거리가 있다. 그래서 더 놀라웠다. 아니 이 글이 왜.


잠깐 올라가다 말겠거니 했던 조회수는 계속 올라갔다. 곧 2,000을 넘고 5,000을 넘었다. '왜?'라는 의문이 계속 들었다. 이전 글들과 크게 다른 것도 없는데. 혼자 분석에 들어갔다. 제목 때문인가? 역시 일단 제목이 유혹적이어야 하나. 그럼 앞으로도 제목에 더 신경을 써야 하나. 그냥 어쩌다 얻어걸린 걸까. 브런치 팀에서 인기 있을 만한 걸 선정한다면 뭘 보고 선정했을까? 글은 읽었을까.


조회수가 10,000을 넘었다. 불안해졌다. 추천이 떠서 읽어봤는데 글이 별로라고 느껴지면 어쩌나 싶었다. 글을 다시 읽어봤다. 다소 가벼운 제목에 낚인 사람이라면 '뭐야, 왜 이리 심각해?' 하고 당황했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글을 읽다가 중간에 나갔을 법도 했다.


다른 사람들의 글을 찾아 읽었다. 어쩜 이리들 술술 읽히면서 생각할 거리도 남기면서 잘 썼는지. 나는 뭘 놓치고 있는 걸까 싶었다. 내 다른 글을 다시 읽어보기 시작했다. 역시 구렸다. 아주 많이. 남들도 다 하는 생각을 혼자만 하는 것처럼, 딱히 답도 대지 못하는 얘길 진지하게 하고 있다. 신문 사설 읽을 때 제일 싫은 게 문제점만 가득 지적하고 답이 없을 때다. '그게 문제인 건 나도 안다고'란 생각이 든다. 내 글이 딱 그랬다.


조회수 따위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이틀만 지나도 조용해져. 삼일째부터는 조회수는 0이 될 거야. 결국 생각한 대로 됐다. 며칠 만에 잠잠해졌다.


어제 스레드에서 어느 분이 브런치에 올린 글이 조회수가 올라가고 있다며 사진을 캡처해서 올렸다. '조회수 상승 중'이란 말에서 흥분된 감정이 전해졌다. 순간 생각했다. 난 왜 이런 기쁨을 누리지 못했을까. 살면서 이런 순간이 몇 번이나 있다고. 이 짧고 소중한 기쁨이 찾아와도 애써 자제하며 이성적으로 분석부터 했을까. 그것도 누구 앞에서도 아닌 혼자서. 기뻐하고 흥분한다고 누구 하나 질책할 사람도 없는데. 이게 뭐라고.


몸에 밴 습관일까. 돌이켜보면 늘 그래왔다. 누군가가 내게 호감을 보이면 '왜?'라는 생각부터 하고 '많이 알면 실망할 텐데'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가끔 내가 아닌 내가 낸 책이나 글이 좋다고 해도 '그냥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지'라며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보단 별로라는 말에 더 집중하며 문제점과 개선할 점을 찾았다.


난 언제나 흔들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중심을 꽉 잡고 내가 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야 작은 성취에 취해서 제자리에 머물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더불어 그래야 가벼워 보이지 않는다고도 생각했다. 잠깐 취하더라도 빨리 제자리로 돌아가라고 스스로를 다그쳤다.


문득 그렇게 살아와서 뭐가 얼마나 나아졌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글쎄 잘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건, 즐거운 순간이 많지는 않았다는 거다.

얼마 전 유퀴즈라는 프로그램에 배우 최대훈 님이 나왔다. 최근 드라마로 인기가 많이 올라갔는데 기분이 어떠시냐는 질문에 드라마 대사를 인용해 "좋아. 나 너무 좋아"라고 답했다. 생각해 보니 난 이런 순간이 없었다. 좋을 때도 늘 "그렇지 뭐. 그거 중요한 거 아니야"라고 했다.


모처럼 찾아온 기쁨의 순간도 누리지 못하고 '의미 없어'라며 잠재우는 내가 어쩐지 답답하게 느껴졌다. 나는 뭐를 위해서 뭐를 의식하며 이렇게까지 나를 누르고 있는 걸까.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던데 난 쌓일 빈도조차 허락하지 않을 만큼 스스로에게 인색했던 것 같다. 조금만 틈을 내어줘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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