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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옥 Sep 25. 2020

참 사람이 이중적이다.

요즘 마음이 좀 급해졌다. 빨리 다음 책을 써야 할 것 같고, 써 논 원고는 얼른 잘 맞는 출판사를 만나 계약을 했으면 좋겠다. 


첫 책이 나온 지 두 달이 조금 지났다. 한창 이슈가 되는 시기는 좀 지난 듯하다. 물론 내 주변에서만의 이슈지만 어쨌든 그 기간은 벗어난 듯하다. 책을 읽어 주신 분들 중에는 가끔 벌써부터 다음 책에 대한 질문을 하시는 분들이 있다. 그만큼 내 책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신다는 뜻이니 감사하다. 나 역시 책을 하나만 내고 말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아직 하고 싶은 얘기도 많고 알고 싶은 분야도 많다. 가능한 열심히 공부하고 생각해서 책으로 풀어내고 싶다. 


근데 이건 급하게 한다고 해서 될 것도 아니고 사실 급할 것도 없지만 책을 내기까지의 막연함과 막막함이 싫고 부담스럽다. 언젠가는 될 거야, 다 잘 될 거야, 천천히 기다리면 돼, 이런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너무나도 잘 알기에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기획서를 내고 답변을 기다리고 미팅을 하고 실망하고 또 기다리고. 쉽게 이루어지는 건 없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면서도, 아니 너무 잘 알아서인가 기다림과 막연한 희망을 갖는 그 시간이 조금은 두렵다. 


경험은 늘 도움이 되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해보니 별거 아니네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해보고 나니 힘들다는 걸 더 잘 알 수도 있다. 지금 내 경우가 그렇다. 한 번 해보니 더 두렵다. 그 긴 과정을 다시 거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막막하다.


꼭 책이 아니더라도 주변엔 온통 척척 자기 길을 한 걸음씩 밟아가는 사람들뿐인 것 같다. 물론 그런 사람들만 내 눈에 띄어서 그렇게 느껴지는 거겠지만. 어쨌든 그런 사람들을 보면 다시 또 마음이 급해진다. 지금 여유 부릴 때가 아니지 란 생각이 든다. 


참 사람이 이중적이다. 나에게 종종 책 내는 것에 대한 고민과 상담을 해오는 사람들이 있다. 난 늘 급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한다. 분명히 내 얘기를 알아줄 출판사가 있을 거고 가능한 한 나랑 맞는 출판사를 택하라고 한다. 그러니 서두르지 말고 급하게 결정하지도 말라고. 진심으로 하는 말이지만 말하면서도 참 찔리고 미안하고 그렇다. 그게 어떤 마음인지 잘 알면서 참 쉽게 말한다 싶기도 하다.


종종 내게 흔들림이 없고 감정 기복이 없어서 좋다는 사람들이 있다. 아니다. 잘못 알고 있는 거다. 내가 얼마나 잘 흔들리는 사람인데. 하루에도 수십 번은 흔들린다. 서두르자, 아니다 천천히 가자, 천천히는 무슨 서둘러...


"우린 종종 상대가 올라가면 내가 내려가고, 상대가 내려가면 내가 올라간 것처럼 느끼곤 한다. 마치 시소를 타는 것처럼. 아주 큰 착각이다. 상대가 올라가든 내려가든 간에 내 위치는 변함이 없다. 후배는 이미 알고 있었나 보다. 누군가 뛰어나더라도 또 누군가 잘되더라도 내가 뒤처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누군가 빨리 간다고 해서 결코 내가 느린 게 아니라는 것을."


내가 내 책 <참견은 빵으로 날려 버려>에 썼던 말이다. 이때는 내가 도를 닦는 중이었었나... 암튼 지금 내게 필요한 말인 것 같다.

'누군가 빨리 간다고 해서 결코 내가 느린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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