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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그러네 Feb 05. 2020

어른마저 춤추게 하려면.

사회의 모습이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바뀌어 간다. 다문화사회로 변화해 간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다른 나라에서 이주해 온 어른들이야 본인의 결정에 따라 삶의 터전을 바꾼 것이지만, 어린이들은 다르다. 영문도 모르고 부모를 따라왔거나 한국문화에 충분히 동화되지 못한 가정환경에서 자란다. 두 문화가 어린이들의 삶에서 충돌한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제3문화 아동(Third Culture Kids)’. 완전한 한국문화도 아니고 분명한 다른 문화도 아닌 또 다른 환경에서 자란다. 필자의 아이들이 바로 그런 아이들이었다. 태어나 자란 미국에서 아빠를 따라 한국으로 옮겨와 지냈던 한동안의 시간은 쉽지 않았을 터. 이들이 기억하는 미국과 한국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미국 학교에서는 무엇을 해도 ‘잘 했어, 정말 잘 했어. 더 잘해 보자’를 늘 듣고 자랐는데, 한국 학교에서는 무엇을 해도 ‘그게 뭐야. 틀렸잖아, 처음부터 다시 해봐.’를 듣는 게 일쑤였다는 고백. 늘 칭찬을 듣고 자라다가 이제는 손가락질만 겪으며 지냈다는 기억. 미국이든 한국이든 어느 선생님 눈에 학생의 서툰 솜씨가 눈에 찰 까닭은 없다, 하지만 어린이 쪽에서 생각해 보면, 학생은 지금 애쓰는 중이 아니었을까. 선생님 눈에 들기 위해서 노력한 결과가 오늘 그 모습인데. 칭찬과 격려가 아니라 핀잔과 질책이 쏟아진다면. 최근 미국의 한 연구진은 학교에서 칭찬이 질책보다 집중력을 30%나 높여준다고 하였다.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격려와 응원은 학습과 학교생활에 동기를 불어넣고 추진력을 더해줄 것이므로.


중국발 감염병 사태로 온 나라가 긴장하고 있다. 돌아오는 우리 교민들을 맞이하는 지역주민의 태도에 이념과 진영논리에 물든 혐오와 차별 메시지가 걷힌 것은 얼마나 다행인가. 민주정치에 견제와 균형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사실을 사실대로 전하지 않고 미워하는 마음에 트집부터 일삼는 태도는 일하는 사람들을 얼마나 절망하게 할 것인가. 정말로 중요한 일에는 이념의 좌우가 힘을 잃는다. 해결해야 할 큰 과제 앞에 모두 한마음이 되어야 한다. 아프지 말아야 하고 얼른 나아야 하며 번지지 않아야 하는 게 아닌가. 진보니 보수가 끼어들 틈이 없다. 문제 해결을 위하여 똘똘 뭉쳐야 한다.


소통은 문제를 극복하려 함이 아닌가. 최선을 다하려는 이들의 노력에 이왕이면 격려와 칭찬이 쏟아져야 한다. 숙제를 풀기 위해 밤낮없이 애쓰는 손길에 마음을 보태야 한다. 낯선 환경에서 오늘 그 모습으로 최선을 던지는 아이들에게 칭찬이 필요했듯이, 처음 겪는 건강안보 과제에 노력을 아끼지 않는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야 한다. 집중력을 높여 해결하도록 밀어주어야 한다. 결산과 평가는 반듯하게 하기로 하고, 과정에 들이는 수고에는 격려로 도와야 한다. 아이든 어른이든 더 잘하게 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미움으로 탓할 것인가 격려로 보듬을 것인가.


장규열, 한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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